1. 해사노동협약의 탄생배경과 특징
국제노동기구(ILO)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동 기구 설립 이래 80여년에 걸쳐 채택하였던 상선선원을 위한 각종 해사노동협약과 권고를 통합하여 단일의 2006년 해사노동협약(Maritime Labour Convention, 2006, 이하에서는 “해사노동협약”이라 한다)을 채택한 바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국제노동기구에서는 지난 1920년부터 1996년 사이에 해사노동과 관련한 39개 협약과 29개의 권고사항을 채택하였으나 비준율이 낮아 국제협약으로써의 기능이 미약하였고 국제노동기구의 영원한 미션인 양호근로 추진과 유럽연합의 Quality Shipping 추진과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해사노동과 관련한 통합협약 마련을 위한 본격 논의가 시작되었다. 2001년 1월, 국제노동기구 제29차 해사합동위원회에서 해사노동기준의 통합 논의를 시작으로 5년간의 긴 논의 끝에 드디어 2006년 2월 5일부터 2월 24일까지 개최된 국제노동총회 해사총회에서 해사노동협약이 심의되고 채택되었다.
해사노동협약은 궁극적으로는 건전한 해사노동환경을 조성하여 공정한 경쟁체제를 도입하자는 취지이나 그 이면에는 해상인명안전협약, 해양오염방지협약, 선원의 자격증명 및 훈련에 관한 국제협약과 아울러 해사노동 관련 국제협약을 해상안전과 환경보호를 위한 4대 국제협약의 하나로 탄생시켜 국제노동기구의 영향력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것도 그 배경의 하나이다. 특히 동 협약에는 비차별조항(No more favorable treatment clause)의 도입, 항만국통제의 강화, 간략개정절차(Simplified amendment procedures) 등을 도입하여 협약의 강제화 요건과 개정의 편이성을 강화 시킨 것이 커다란 특징이라 할 수 있다.
2. 해사노동협약의 발효조건 및 예상시기
해사노동협약의 발효조건은 동 협약 본문의 제8조에서 "이 협약은 세계상선 총선복량의 33%이상을 구성하는 30개국이상의 회원국이 비준서를 등록한 날 후 12개월에 발효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으며 2010년 4월말 현재 세계 총선복량 약 42%, 9개국이 비준을 한 상태이다. 더욱이 유럽연합 27개국은 2010년말까지 비준할 것을 EU의회에서 결의한 바 있으며 일본 및 미국 등 선진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및 인도 등 주요 선원공급국 그리고 주요 편의치적국들이 협약의 조기 비준의사를 표명하거나 조기 비준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이를 정리해보면 해사노동협약의 발효조건은 늦어도 2010년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2010년말에 발효조건이 충족되면 그로부터 12개월 후인 2011년말부터는 해사노동협약이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시점부터로는 대략 1년 8개월 정도의 준비시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국제노동기구에서도 협약의 발효조건 충족 후 1년 이내에 모든 선박이 인증검사를 받는다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우선적으로 벌크선과 여객선을 제외한 선박에 대해서는 1년간 인증서 발급을 유예할 수 있다는 결의서 17호(협약 발효 시 해사노동적합증서 발급에 관한 실질적 이행에 관한 결의서)를 채택한 바 있어 벌크선과 여객선이 아닌 선종의 선박은 2012년까지 준비시간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근로 및 생활조건의 적용유예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증서발급의 행정적 부담을 염두에 둔 배려로 해사노동적합증서가 발급되지 않았더라도 근로 및 생활조건은 이행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실제 항만국통제 등에서 적용은 별개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선원관리 측면에서도 동일 선사에서는 동일한 근로 및 생활조건이 적용되어야 하며 선원들은 인력배치 상 선종에 상관없이 이동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선종별로 인증서 발급 유예적용은 해사노동협약의 경우, 선사의 입장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3. 우리나라의 해사노동협약 발효 대비 준비상황
우리나라는 국적선의 원만한 운항을 확보하기 위해서 해사노동협약의 비준이 불가피하며, 또한 세계 제8위의 해운국으로서 새로이 채택된 해사노동협약에 대한 비준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39개 ILO 상선관련 노동협약 중 2개의 협약만이 비준한 상태이므로 해사노동협약과 국내법령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어 사전에 그 차이를 구체적으로 식별하여 해사노동협약의 비준 및 국내법 수용을 위한 개정안을 준비할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었다. 이에 정부에서는 2006년부터 선원 개정에 대한 연구용역 발주를 시작으로 선원법의 개정작업을 추진하여 왔으며 여러차례의 노사정 회의와 공청회를 통하여 현재 국회에 선원법 전부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는 상태이다.
또한, 정부의 검사대행기관으로 활동해온 한국선급에서도 해사노동협약 관련 각종 국제회의 참석, 선원 개정안 작업반 참가, 해사노동협약 검사관 양성교육 강사양성과정의 수료, 해사노동협약 인증검사 프로세스 구축, 자체 검사원 양성 및 시범인증검사 등을 통해 해사노동협약의 발효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해운선사의 관심과 원활한 협약의 이행준비를 위해 그간 3차례에 걸쳐 해사노동협약 홍보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으며 지난 4월초에는 해사노동협약 실무교육과정을 개설하여 해운선사 관계자들을 위한 교육을 실시한 바 있고 최근에는 선주협회와 공동으로 해사노동적합선언서 제2부의 한국형 표준모델 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과 세미나만으로는 선사의 준비가 부족하며 시범인증검사의 적극적참여 등 선사의 협약이행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면, 과연 해사노동협약의 시행 상 어떠한 문제점이 있으며 해운선사로서 어떠한 준비가 필요한지 다음 장에서 순차적으로 논의해보고자 한다.
4. 해사노동협약의 시행 상 문제점
해사노동협약이 채택된 이후 각종 국제회의, 세미나 및 교육 등을 통해 그간 식별된 문제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기국의 광범위한 면제, 완화조항 있어 협약 적용에 혼선이 있을 수 있다.
2) 협약의 내용이 방대하고 복잡하다.
3) 기국 및 항만국지침이 개발되었으나 강제 적용에 무리가 있다.
4) 기존 IMO 협약과는 조화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5) 인증(certification)과 검사(Inspection)요건의 2단계 검사가 필요하다.
6) 검사원의 체계적 양성이 필요하다.
7) 항만국통제 시 적용기준이 지역별로 다르고 검사경험 부족으로 시행초기에 애로가 예상된다.
8) 선원의 불만제기가 내외부에 가능하고 선박의 결함 또는 출항정지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해운선사의 입장으로 보면 여기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마지막 2개 항목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선원의 근로 및 생활조건의 이행상태가 항만국통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며 더욱이 선원의 불만제기가 내외부로 가능하여 제대로 선원관리를 하지 못할 경우, 많은 문제의 발생이 예상된다.
반면, 그간 한국선급에서는 협약에 대한 자체 연구는 물론 시범인증검사를 통하여 시행상의 문제점을 분석하여 왔고 시범인증 등에서 발견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선원근로계약서(SEA)의 요구사항 누락(계약장소, 재해보상, 연차휴가, 사회보장 규정 등)
2) 한국적선의 초과근무 수당 계산식 미흡 및 초과근무시간 기록관리 미흡
3) 근로시간 및 휴식시간 기록부 관리 미흡(선장의 근로시간 기준, 허위기록, 기록누락 발생 등)
4) 위험성평가(Risk Assessment)시스템 부재 및 미실시
5) 외국선원의 직업소개소에 대한 평가기록 미보유 및 직업소개 시 금품수수
6) 거주설비 유지관리, 청결 미흡(조명/통풍구/세탁실 불량, 병원/오락실 등 목적외 사용 등)
7) 선내 불만절차의 내용 미숙지
8) 선내안전대표자, 고충처리위원의 지정 미흡
9) 적정 선원 자격증 미소지
10) 송환 재정보험 미가입
11) 조리사 자격증 미보유
이상의 문제점을 분석해보면 실무적으로 조리사 자격증의 미보유, 위험성 평가제도 수립, 시행 등과 같은 내용도 있겠으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첫째, 선원근로계약서의 작성미흡 둘째, 근로시간 및 휴식시간 기록부의 관리 미흡 셋째, 거주설비의 관리상태 불량의 커다란 3가지 사항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5. 해사노동협약의 시행대비 해운선사의 대응방안
먼저, 해사노동협약 시행과 관련한 해운선사의 대응방안을 언급하기 전에 시행대비의 시급성에 대해 먼저 논해보고자 한다. 2장의 해사노동협약의 발효조건 및 예상시기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해상노동협약의 발효는 2011년말이라 예상할 수 있으나 문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증검사를 수검하기 위한 근로 및 생활조건은 하루아침에 준비할 수 있는 성질의 업무가 아니라는 데 있다. 왜냐하면 근로조건과 관련한 사항은 상호간 즉, 선박소유자와 단위 노동조합 또는 노동단체와의 합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발효가 임박하여 그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선원근로계약서의 내용을 해사노동협약의 기준에 맞추어 작성하고 취로체제를 정비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특히, 선원의 근로 및 휴식시간 관리방법, 선원 불만처리절차의 수립 및 시행 등은 육상직원들뿐만 아니라 선원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더욱이, 해사노동협약 관련 항만국통제의 시행초기에는 근로조건보다는 생활조건 즉, 거주 및 오락시설의 결함 지적에 집중될 것으로 판단됨으로 향후 입거하는 선박이나 수리를 계획 중인 선박에 대해서는 거주 및 오락시설 관리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해야 된다는 것도 사전 준비가 필요한 사유이다. 끝으로 선원선박관리사로서는 해사노동협약에 따라 관리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사노동협약에서 말하는 “선박소유자”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선박의 소유자(선주 즉, Owner of the ship)로부터 해사노동협약에 따르는 모든 책임과 권리를 인수한 조직 즉, 선원에 대한 직접 고용권을 관리사가 가지고 있어야 된다는 해석이며 이 또한 선주와 협의가 필요하고 관리사로써는 선주의 도산 등을 대비한 안전장치의 마련 등 준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상과 같이 해운선사가 준비하여야 할 사항을 언급하였으나 많은 선사에서 그 시급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실정이며 특히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예전의 IMO 협약의 시행과 같이 협약 발효일 이전에 시급히 서둘러서 준비하면 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선원 불만처리절차 등 사전에 철저한 선원교육과 대비가 있어야 하며 상대방 즉, 선원 노동단체와도 적절한 협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1년말에 협약이 발효된다고 가정할 때 물리적으로 남은 시간은 현재 1년 8개월이나 해사노동협약을 제대로 수용하고 이행준비를 하려면 늦어도 2010년 7월부터 본격 준비하여야 한다고 할 수 있겠다. 끝으로 교육, 세미나 및 시범인증검사 경험 등을 바탕으로 해운선사에서 준비하여야 할 사항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먼저 거시적 준비사항으로는,
1) 해사노동적합증서 2부(DMLC Part II)의 작성(보유 선박의 국적별 기국 요구사항 확인 포함)
2) 선내 불만처리절차 및 부적합 인지 시 처리절차 수립
3) 육상 및 해상직원에 대한 교육 시행
4) 신조선 발주 시 해사노동협약 거주설비 및 오락시설 요건 반영 검토 등이다.
실무적 준비사항으로는,
1) 선원근로계약서의 작성, 서명 및 계약서 선원 본인 소지
2) 직업소개소 사용에 대한 증거 마련
3) 근로시간 및 휴식시간 기록부 관리
4) 임금계산 및 초과근로시간 기록부 관리, 관련자 교육
5) 선장의 거주구역에 대한 위생검사 기록관리
6) 급식시설, 식량 및 식수에 대한 정기적 검사 기록관리
7) 선박조리사 자격자 교육 및 양성
8) 선원 불만의 등록 및 불만처리 기록관리
9) 선원 안전대표자(Seafarer's safety representative)의 지정
10) 선내 안전위원회 개최 및 기록관리
11) 위험성 평가 시행 등 직업건강,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록관리
12) 표준의료보고서 작성관리
13) 기국(또는 선원국)의 사회보장 제도 요건의 적용
14) 고용기록 관리 및 제공 등이 있다.
국제노동기구가 천명했듯이 해사노동협약은 양호한 근로조건의 증진과 선원 보호를 염두에 두고 궁극적으로는 해상인명안전협약, 해양오염방지협약, 선원의 자격증명 및 당직근무 협약과 더불어 해상의 안전과 환경보호를 도모할 수 있는 4대 협약으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의 의지와 상관없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해사노동협약의 발효는 우리 해운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올 것으로 예상되며 누구도 그 파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이고 전략적이며 신속하게 해사노동협약의 발효에 대비하여야만 원활한 선박운항을 도모할 수 있다 하겠다. 반복된 이야기이지만 해사노동협약이 발효되면 선박의 안전과 보안에 관련한 항만국통제에서 선원의 근로 및 생활조건에 대한 항만국통제로 그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해운업계로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급적 하루라도 빨리 해사노동협약의 요건을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대처해 나간다면 해사노동협약의 발효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끝으로 해사노동협약 관련 어느 세미나에서 발표자가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관리가 양호한 선박 및 선사는 큰 문제가 없으나 그러하지 않은 경우,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여러분! 서둘러 준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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