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8 18:23
판례/해상유류화물의 인도시기
金 炫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국토해양부 고문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 대법원2009.10.15. 선고 2008다33818
【원 고, 상 고 인】 원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 )
【원고보조참가인, 상고인】 참가인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
【피 고, 피 상 고 인】 주식회사 피고(소송대리인 ** 변호사)
【원 심 판 결】 서울고등법원 2008. 3. 27. 선고 2007나11837 판결
<1.4자에 이어>
1. 문제의 제기
종래 대법원 판결은 본 사안과 같이 운송인이 수입업자에 의해 선하증권과의 상환없이 수입업자가 위임한 창고업자에게 화물을 인도한 경우 소위 "중첩적 임치계약 이론"을 적용하여 창고업자도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성립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본 사안과 관련하여 과연 대법원이 위와 같은 판례입장을 변경한 것인지, 유류화물의 인도시기가 언제인지 등에 대해 문제가 되므로 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2. 대상 판결에 대한 평석
가. 사실관계 및 쟁점
(1) 주식회사 A는 2003. 9.경 싱가포르 소재 무역상 B로부터 경유 5,600㎘를 수입하기로 하는 내용의 수입계약을 체결하고 수입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원고에게 신용장 발행을 신청하였고, 원고는 수익자를 B로하는 신용장을 개설하여 주었다. B사는 위 매매계약에 따라 2003. 9. 24. 경 대만의 마이랴오 항에서 J해운이 운항하는 이 사건 유류 운반선 포천헤베호에 경유 4,678.642메트릭톤을 선적하고 J해운으로부터 수하인이 도이체방크 아게 싱가포르가 지시하는 자, 통지처가 A사로 된 선하증권을 발행 받았다.
(2) 피고는 온산항에서 액체화물에 대한 보세창고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며 피고와 A사는 2002. 5. 1. 부터 2004. 4. 30. 까지 온산항 탱크 터미널 내에 위치한 피고의 7,000㎘짜리 6기를 전용으로 사용하는 액체화물 저장탱크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A사는 피고의 저장탱크를 사용하여 왔다. 이 사건 화물을 적재한 선박은 약3일 정도 항해를 한 끝에 2003. 9. 27. 온산항에 도착하였으며, 2003. 9. 29. 경 A사의 요청에 의하여 J해운이 이 사건 화물을 피고 소유의 유류화물 저장탱크에 입고하였다.
(3) 한편, 이 사건화물보다 이 사건 선하증권이 양하지에 늦게 도착할 것이 명백하였으므로2003. 9. 26. 경 A사는 이 사건 선하증권과 상환함이 없이 이 사건 화물을 A사에게 인도하여 줄 것을 요청하면서 그로 인하여 J해운이 부담하게 되는 채무, 손해 등을 면책시키겠다는 내용의 소위 면책각서를 발행하여 주었으며 J해운은 이의없이 수령하였다.
(4) 2003. 9. 30.부터 2003. 10. 9.까지 사이에 피고가 A사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선하증권의 원본이나 운송인인 J해운의 화물인도지시서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A사에게 이 사건 화물을 모두 반출하여 주었다.
(5) B사는 2003. 12. 경에 이르러서 이 사건 신용장 기재에 따라 도이체 방크에게 선적서류 일체를 매도하였고, 도이체방크는 이를 원고에게 송부하였으며 원고는 2003. 12. 17.도이체방크에게 신용장 대금 1,126,421.32달러를 지급하고 이 사건 선하증권을 취득하였다.
(6) 그런데 A사가 이 사건 화물을 인도 받아가 모두 소비한 뒤 도산하여 버리자 원고는 A사로부터 신용장 대금의 상환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원고는 관련 당사자 중 자력이 있는 피고를 상대로 하여금 447,293,228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J해운은 원고 승계참가인 겸 보조참가인으로서 참가신청을 하였다.
(7) 1심에서는 원고승소판결을 하였으나, 이에 대해 피고가 불응하여 항소를 하였고, 2심에서는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판결 취소하고 원고청구의 기각판결을 선고하여 원고 및 원고보조참가인은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다.
나. 판결의 요지
(1) 유류화물은 일반 컨테이너 화물과 달리 운송인이 수입업자인 용선자(이하 '수입업자'라 한다)와 사이에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용선계약 양식에 따라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고, 유조선이 도착항에 도착한 후 유조선의 파이프 라인과 육상 저장탱크의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유조선 갑판 위의 영구호스 연결점(Vessel’s permanent hose connections)에서 유류화물을 인도하는 것으로약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약정에 따라 운송인이 유조선 도착 후 갑판 위의 영구호스 연결점을 통하여 수입업자가 미리 확보한 육상의 저장탱크에 연결된 파이프 라인으로 유류화물을 보낸 경우에, 위약정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입업자와 별도로 육상의 저장탱크를 관리하는 창고업자에게 수입된 유류화물을 임치하였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는 한 창고업자는 운송인의 유류화물 운송 내지 보관을 위한 이행보조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유류화물이 위 영구호스 연결점을 지나는 때에 운송인의 점유를 떠나 창고업자를 통하여 수입업자에게 인도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2004. 10. 15. 선고2004다2137 판결 참조).
(2) 한편, 유류화물에 관하여 선하증권을 발행한 경우에 운송인은 다른 일반 화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유류화물을 인도하여야 한다. 그런데, 수입업자가 선하증권을 취득하기 전에 유류화물이 먼저 도착항에 도착하게 되면 운송인은 수입업자가 선하증권을 취득하여 제시할 때까지 유류화물을 인도할 수 없어 상당한 금액의 체선료가 발생되므로, 수입업자의 요청에 따라 운송인이 수입업자로부터 인도와 관련하여 운송인이 부담할 수 있는 모든 책임에 대하여 운송인을 면책시킨다는 내용의 면책각서(Letter of Indemnify)만을교부받은 채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수입업자가 정한 창고업자에게 유류화물을 인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그 창고업자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운송인의 유류화물 운송 내지 보관을 위한 이행보조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이 창고업자에 대하여 인도하는 때에 수입업자에 대한 인도가 종료되어 운송인은 유류화물에 대한 점유를 비롯한 사실상의 지배를 상실하게 되고, 운송인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유류화물에 대한 점유를 하고 있던 선하증권 소지인 역시 유류화물에 관한 사실상의 지배를 잃게 되는 등 운송물에 대한 권리가 침해된다. 따라서 선하증권 소지인이 유류화물의 인도에 동의하였다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이상 운송인은 면책각서의 효력을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주장할 수 없으므로, 운송인이 선하증권과 상환 없이 수입업자로부터 위임받은 창고업자에게 유류화물을 인도함으로써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이 유류화물에 대한 지배를 상실하는 등 운송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 당하는 손해를 입게 되어 선하증권의 소지인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할 것이고, 그 이후 창고업자가 임치물인 유류화물을 수입업자에게 출고하면서 선하증권 등을 교부받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임치인인 수입업자와의 사이에 이루어진 임치 약정에 따른 것이므로 그 사정만으로는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 대한 새로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3.1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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