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15 10:34
연초 운임인상 놓고 선화주 신경전
화주 "물류비부담 가중"…선사측 "협력사 희생으로 화주들 대규모 흑자"
정기선사들이 연초 주요 원양항로 해상운임을 인상하려고 하자 무역업계가 수출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15일 해운업계와 무역협회에 따르면 컨테이너선사들은 북미항로와 유럽항로에서 할증료 및 기본운임인상(GRI)을 통해서 운임회복에 나섰다.
북미항로 취항선사들은 이날부터 긴급수익할증료를 20피트 컨테이너(TEU)당 32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400달러를 각각 부과키로 했다. 앞서 이달 초 유가할증료(BAF)를 70달러 인상하기도 했다.
게다가 취항선사 단체인 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TSA)은 5월부터 진행될 운송계약(SC)에서 TEU당 640달러, FEU당 800달러의 GRI를 단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유럽항로 취항선사들도 15일부터 TEU당 250달러, FEU당 500달러의 운임인상을 단행한다. 선사들은 지난달 중순에도 TEU당 200달러의 운임을 인상해 지난 연말 이 항로 운임은 2008년 수준의 80%까지 회복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선사들은 계선이나 운항대기 등의 선복 감축 방법으로 운임회복 성공을 위해 화주들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운임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국 쪽으로 선복 공급을 옮겨가는 방법으로 한국 기점 선복 배정을 줄이고 있다. 선사들은 최근 부산항에 배정된 선복량을 20~30% 가량 감축한 것으로 파악된다.
무역업계는 선사들의 운임인상으로 가격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중소화주들은 물론 물류비 부담이 높은 백색가전·타이어·석유화학제품 등 대형화주업체들도 수출채산성이 나빠져 수출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적선사들이 수출 회복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한국발 화물에 대한 스페이스를 원활히 공급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해외 수요가 점차 살아나는 시점에서 최근 환율 하락, 유가급등, 원자재 상승 등 3고(高) 여파로 수출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상 운임 인상에 따른 물류비 부담 증대로 수출경쟁력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 적자 수출을 하거나 아니면 수출을 포기해야 하는 기로에 놓일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선사들은 지난해 해운업계가 사상최대 적자를 기록하는 사이 대형 화주기업들은 높은 흑자 기조를 이어간 것을 지적하며 운임회복의 정당성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한국 해운시장의 운임이 중국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선사들의 서비스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사들은 지난해 1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면서 사상 최악의 한해를 보낸 반면 대형화주기업들은 수조원에 이르는 흑자를 내는 등 불황을 무색케 했다"며 "화주기업들의 대규모 흑자엔 선사를 포함한 협력회사들의 희생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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