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02 17:32
미국법원의 소송중지명령(Anti-suit injunction)
법무법인 화우 정해덕 변호사/법학박사
-MSC Carla 사건을 중심으로
1. 사건의 개요
1997. 11.24. 폭풍 속에서 대서양을 항해하던 선박MSC Carla가 두 조각으로 절단되어 침몰하여 선적되어 있던 화물들이 모두 멸실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위 선박에 선적되어 있던 화물들에 대한 1,000여개 각국 화주들은 선주측의 신청으로 미국법원에서 개시된 선주책임제한절차로 인하여 선주로부터의 피해회복이 어렵게 되자 사고시점으로부터 13년여 전인 1984년 위 선박에 대한 연장개조작업을 수행한 바 있는 대한민국의 H조선을 상대로 불법행위 또는 제조물 책임을 근거로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H조선도 이에 대항하여 위 소송개시 이전에 화주들을 상대로 대한민국 울산법원에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소송중지명령(United States District Court Sothern District of New York Index No. 97Civ9052(Ro))의 내용
(1) 뉴욕 남부지방법원 200. 7. 21.자 명령
위 MSC Carla 사건에 대하여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2000. 7. 21.자로 대한민국의 H조선이 울산법원에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의 진행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2) 뉴욕 남부지방법원 2004. 9. 30.자 명령
울산법원이 소송을 계속 진행할 움직임을 보이자,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2004. 9. 30.자 명령으로 다시 위 채무부존재 소송의 참가를 금지하고 H조선이 울산법원이 통지한 2004. 10. 1.자 울산법원의 변론기일에 참석하더라도 미국법원에서의 재판진행과정을 재판부에 알리는 것 이외의 변론을 하지 말도록 명하였다.
(3) 뉴욕 남부지방법원 2004. 11. 8.자 명령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울산법원이 위 소송을 계속 진행하고자 하는 것으로 파악되자, 다시 2004. 11. 8.자 명령으로 2004. 9. 30.자 명령이 계속 유효함을 선언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 소송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H조선에게 울산법원에서 진행중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취하하도록 명령하였다.
3. 소송중지명령의 요건
(1) 미국법원은 동일 소송이 미국 및 외국에 계류중인 때 필요한 경우 소송당사자인 외국인이나 외국회사에 대하여 소송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Farrel Lines. Inc. v.Ceres Terminals. Inc.(2d Cir. 1998). 두 개의 주권이 하나의 대인소송에 놓여 있을 때 법원은 다른 주권국가의 소송에 영향을 받지 아니하며, 병행소송이 허용되더라도 판결 시까지는 하나의 소송으로 변론되어야 하고(Laker Airways v. Sabena Belgian World Airlines(D.D.C. 1984)), 국제 예양의 원칙도 법원이 필요한 경우 주의를 기울여 제한적으로 소송중지명령을 내릴 것을 필요로 한다는 점 등이 그 근거로 제시된다(China Trade and Dev. Corp. v. M.V. Choong Yong (2d Cir. 1987)).
(2) 소송중지명령의 허용 여부는 당사자가 동일한지 여부와 사건의 해결이 소송중지를 처분할만한 사안인가 여부의 두 가지 점이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며(Garpeg Ltd. v. United States(SDNY 1984)), 그 구체적 요건으로는 ?중지될 관할법원의 정책의 침해문제, ?외국소송이 단순히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한 것인지, ?대물소송의 위협이 존재하는지여부, ?다른 관할에서의 소송이 다른 형평상의 고려를 해치는지, ?별개의 소송에서 동일한 이슈를 판결하는 것이 절차지연, 불편, 비용, 판결의 불일치, 경쟁을 야기하는지 여부 등 제반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될 수 있다고 한다(American Homes Assurance Corp. v. Insurance Corp. v. Insurance Group of Ireland. Ltd.(S. P. IV. Y. 1984), 위 China Trade 판결 등 참조)
4. 소송중지명령의 효력
(1)소송중지명령은 소송당사자에 대한 명령일 뿐 외국법원을기속하는 것이 아니므로 주권침해의 문제는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한다.
(2) 당사자가 소송중지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법원은 당사자에게 적절한 제재(Sanction)를 가할 수 있으며, 사안에 따라서는 법정모독죄(Contempt)가 될 수 있고 단순한 제재금의 부과뿐만 아니라 본안사건에 영향을 주는 판단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가능한 제재의 내용, 범위가 애매하여 문제이다.
(3) 소송중지명령이 내려지는 경우 소송당사자로서는 법원의 제재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행여부를 결정하게 되나, 명령불이행이 미국에서 진행중인 소송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미국 변호사들이 자주 언급하는 것처럼 명령불이행이 미국 판사에 대한 모욕(Slap in the face)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4) 소송중지명령에 대하여는 상급법원에 항고(appeal)할 수 있으나, 항고가 제기되었다 하여 본안재판이 반드시 중지되는 것은 아니다.
5. MSC Carla 사건진행결과 등
MSC Carla 사건은 H조선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미국법원의 소송중지명령을 받아들여 울산법원의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취하하였으며, 그 후 미국소송에 전력투구하여 미국법원에서 대한민국 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대한민국 법에 의하면 본건 사고가 선박인도 후 10년이 경과하여 발생하여 청구권이 시효소멸하였다는 점을 이유로 최종 승소하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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