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24 09:33
"고유가시대 교통체계 중심은 철도"
국내 최초 열차세미나 열려
"고유가 시대를 맞아 교통체계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그 중심은 철도가 돼야 한다."
고유가 시대 철도의 역할과 철도경영 효율화 방안 등을 논의하는 세미나가 국내 최초로 달리는 열차에서 열렸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23일 한국철도학회와 공동으로 ‘고유가 시대 철도의 역할 ’이란 주제로 ‘레이디버드’(Ladybird) 열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세미나를 열었다.
주제발표에서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경철 박사는 “현재 승용차 중심의 고비용, 고에너지, 저효율 교통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그 중심은 철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우리나라는 승용차 중심의 고비용, 고에너지, 저효율 교통체계로 인해 수도권 지역의 경우 연간 유류비가 14조원에 이르고 있다”며 “이는 산유국이면서도 가솔린 자동차 한 대 없는 아랍에미레이트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계가 기름을 절약하는 방향으로 모든 시스템을 구조조정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의 교통정책 또한 뿌리부터 재검토해야할 때가 왔다”며 “준공영제 방식의 철도를 중심으로 교통체계개편을 신중히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고유가시대와 국가 전략의 교통정책 방향'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하이브리드와 수소연료 전지차 등의 개발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개인의 승용차를 공용차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카쉐어링제’ 등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분산돼 있는 대중교통의 정보를 한 곳에서 총괄 관리하는 센터를 구축, 원활한 연계수송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자동차보유세를 유류가격에 편입시켜 차량 운행 억제 및 승용차 운행감축에 대한 간접 지원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송대 이용상 교수는 '한국철도의 발전과정과 향후 발전방향'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최근 철도산업에서 가장 초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철도운영의 방식”이라며 “우리보다 앞서 철도 구조개혁을 실시한 나라를 교훈 삼아 우리에게 적합한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영국의 경우 선(先)민영화 후(後)철도투자를 한 결과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왔다”며 “우리가 그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일정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 철도투자계획이 수립 돼야 한다”고 지적 했다.
이 교수는 특히 “운영체계의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오는 중대한 정책 전환은 선진국 사례를 볼 때 철도운영자와 여론, 소비자 등으로부터 충분한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쳐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 했다.
이날 오후 열린 종합토론에서도 최근 정부가 마련 중인 철도 선진화 방안에 대해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토론 참석자들은 ‘고객중심의 환승 네트워크시스템 구축 ’, ‘물류사업 구조혁신을 통한 수송분담율 제고’ 및 ‘철도공사 경영효율화’ 방안에 대해 철도가 네트워크형 기간산업이라는 특성을 고려, 통합 운영을 전제로 수익·비용구조의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서울신문 임태순 논설위원은 “철도 선진화의 목표는 가장 편하고,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철도역을 도심의 네트워크 센터기능으로 전환해 고객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수도권 교통난 해소 및 운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급행전동차의 운행을 조기에 확대하고, 역사 등 시설의 현대화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원대 도시계획학과 김형철 교수는 “현재 철도 화물 운송량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이는 도로수송 위주의 편중된 정책이 가져온 결과”라고 진단한 뒤 “철도의 에너지 효율성은 자동차의 20배 수준이며, 소음 등 환경비용은 도로의 40분의 1 수준(철도 4790억원, 도로 19조원)이라며 철도중심의 연계수송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고유가와 환경이 국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친환경, 고효율 교통수단인 철도를 직접 체험하는 가운데 열린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날 세미나 장소로 변신한 특급관광열차 레이디버드 열차는 총 9량으로 편성, 세미나 발표 및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책상과 빔 프로젝트 등 기본적인 세미나 장비가 설치됐다.<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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