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28 15:22
한중수교 15주년 ‘한국경제관계의 회고와 전망’
지난 15간 대중국 무역으로 최소 35조원 부가가치 창출
한중간 기술격차·경쟁력수준 고려 효율적 분업체제 구축해야
한중 수교 15주년을 맞아 삼성경제연구소는 ‘한중 경제관계의 회고와 전망’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경제는 지난 1992년 개방을 본격화한 이후 연평균 9.8%의 고도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2001년 WTO가입 이후 4년만에 세계 4위의 경제대국, 세계 3위의 무역대국으로 부상하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세계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동아시아 국가는 이러한 중국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한국은 최대 활용국이라 할 수 있다. 한중 수교 15년간 한국의 대 중국 무역은 최소 35조원의 GDP를 창출하면서 한국경제 성장에 연평균 8.7%기여했다.
중국의 WTO가입이후 한국의 대 중국 수출증가는 경쟁국을 상회했다. 2002~06년간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은 3.2배 증가해 미국(2.1배), 일본(2.2배), 대만(2.3배)을 능가했다.
2005년에는 대만을 제치고 일본에 이어 수출 2위국가로 부상했다.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비중도 대만을 제외하고는 한국이 월등히 높다.
하지만 2006년부터 한국의 대중국 수출증가세가 둔화되고 무역흑자가 감소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한국 대중국 수출증가세 둔화
2003년~04년 40%를 상회했던 대 중국 수출증가율이 2005년 24.4%, 2006년 12.2%로 크게 둔화됐다.
2006년 대 중국 무역흑자도 209억달러로 2001년이후 6년만에 감소세(전년대비 -10.3%)로 전환됐다.
한국의 대 중국 무역흑자는 2007년 상반기에도 20.7% 감소했다.
지난 15년간 유지돼 온 한중일 삼각무역체제(한→중→일→한으로 이어지는 무역흑자 고리)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한중수교 15년의 평가에서 첫 번째는 질문은 한중수교는 한국의 경제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느냐다.
지난 15년간 대 중국 무역으로 최소 35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는 평이다.
한중 경제교류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여파로 주춤했으나 중국의 WTO가입과 한국의 경기회복으로 2002년 이후 급증했다. 1992년 64억달러에 불과하던 대 중국 무역이 2006년 1,181억달러로 18배나 증가했다.
한국의 1992~2006년간 대 중국 수출은 27억달러에서 695억달러로 확대되고 총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3.5에서 21.3%로 상승하는 등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도 37억달러에서 486억달러로 늘어나 중국은 일본에 이어 한국의 제 2위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한국경제는 지난 15년간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약 35조원의 GDP를 창출했다. 1992~2006년 중 대중국 순수출(수출-수입)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연평균 0.46%포인트다.
특히 내수부진으로 경제성장을 수출에 의존하던 2003~05년 시기에 대중국 무역은 한국의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단순히 대중국 무역 뿐만아니라 산업별 직간접 파급효과까지 고려할 경우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산업공동화는 미미한 수준으로 분석된다.1990년대 후반이후 중국의 부상에 따른 한국의 산업공동화를 우려하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대중국 수입 확대로 경쟁력을 상실한 국내 제조기업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생산기반이 와해된다는 시각이다.
산업공동화는 경쟁력 약화로 국내시장에서 수입품이 증가하는 한편 해외생산도 증가해 국내생산과 고용이 저하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수입침투도(수입/생산×100)와 노동생산성간의 관계로 공동화 여부를 파악한다.
수입침투도가 증가하면서 노동생산성이 하락하면 공동화로 간주한다. 또는 생산증가율과 고용증가율간의 관계에서 공동화 여부를 가늠한다.
생산가 고용이 동시에 장기간 감소하면 공동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두가지 방법에 의한 분석에 따르면 지난 15년간의 한중 경제관계가 한국의 산업공동화를 초래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23개 제조업종에 대한 수입침투도와 노동생산성 변화율을 분석한 결과 컴퓨터를 제외한 전 업종이 비공동화 영역에 위치하고 있다.
제조업 전체의 수입침투도와 노동생산성간 상관계수도 -0.02로 미미하다. 생산과 고용의 장기적 관계로 보면 컴퓨터, 섬유 등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비공동화로 판단된다. 또 AV·통신기기, 1차금속, 조립금속은 오히려 산업구조가 고도화됐다.
대 중국 투자와 국내생산간의 관계를 보면 공동화가 진행된 업종의 공백을 고도화 업종이 보완하는 양상이다. 1차금속 등은 대 중국 투자가 늘었음에도 국내생산 비중이 증가했다. 거시적 차원에서도 한중수교가 공동화를 초래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수교이후 GDP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이 이전에 비해 감소하지 않았고 표준편차로 본 제조업 비중의 변동폭이 오히려 완화됐다.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과 관련,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경영상황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는 지적이다.
2005년도 기준 5.0억달러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06년 8월 조사에서도 중국 진출 한국기업 506개사 중 40.3%가 소폭 흑자를 기록했고 29.8%는 균형상태를 유지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수익성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 진출한 기업에 비해서도 양호한 편이다.
대 중국 투자는 고임금으로 경쟁력을 잃어 가던 국내기업들에게 새로운 생존기반을 제공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
2005년기준으로 중국의 숙련공 임금수준은 한국의 13.8%에 불과하다. 일부기업에서는 생산라인의 중국 이전과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 투자한 기업의 70.1%가 중국 진출후 본사 매출액에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제조 대기업은 분업체제를 구축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생산법인을 통해 저가 제품을 조달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기업들은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일부기업은 중국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제조업의 중국 생산액 중 중국내 판매비율은 2004년 48.0%에서 2005년 54.4%로 증가했다.
오리온제과의 중국매출 비중은 2002년 4.7%에서 2004년 6.0% 그리고 2006년 13.1%로 증가했다.
농심은 전국 규모 시식회와 공격적인 광고를 통해 중국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라면 브랜드로 부상했다. 한편 2009년이후 중국경제 성장세는 한 자릿수로 둔화될 전망이다.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까지 중국경제는 두자리수의 성장률을 유지할 전망이다.
공산당 최고지도부 교체, 베이징올림픽 등을 앞두고 있는 중국정부는 중국경제의 경착륙을 막는 방향으로 거시경제정책을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긴축효과가 큰 자본이득세 부과나 대출규제는 제외하고 금리 및 지급준비율의 소폭 인상만을 반복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이후 투자 및 소비 붐 위축, 부동산시장 냉각 등 가수요가 제거되면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한 자릿수로 둔화될 전망이다.
위안화절상, 인건비 상승 등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이는 다시 투자둔화로 이어지면서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령화, 소득격차 심화등으로 소비가 투자를 대신해 성장을 견인할 가능성도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경제 경착륙 가능성에 대비해야
최근 중국경제는 경기과열에 따른 경착륙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고성장-고물가 기조가 점차 자리잡는 조짐이다. 2007년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만에 최고치인 5.6%를 기록했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비율이 국제수준보다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중국의 4대 국유상업은행의 총대출 중 부실채권 비율은 2007년 3월말 현재 8.2%로 선진국 수준(1~2%)을 상회하고 있다. 부실채권 규모는 1조610억위안정도다. 국제금융기관들은 중국의 공식적인 부실채권의 규모자체가 과소 평가된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기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에는 부실채권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환경오염, 에너지원 고갈, 양극화 확산 등도 중국경제의 위협요인이다. 1993년까지만 해도 석유 순수출국이었던 중국의 2006년 총 석유소비중 수입비중이 47%로 증가했다.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3위의 수입국이다.
중국정부는 질적 성장전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양적 성장의 부작용을 인지하기 시작한 중국정부는 질적 성장전략을 본격 추진할 전망이다. 질적 성장을 위해 내수 확대, 수출구조 고도화등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및 투자주도형 성장을 소비주도형으로 전환하기 위해 서비스업 육성등을 추진하고 저부가가치 가공무역 등은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금년 7월 플라스틱, 가구 등 1,853개 품목의 가공무역을 제한했다. 중국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술역량 제고, 해외기업의 인수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수직적 분업구고 약화돼
한편 2006년이후 수직적 분업구조가 약화되고 있다. 2000년이후 부품소재의 대 중국 수출이 크게 늘면서 한중간에 수직적 분업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부품을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에서 완제품을 조립 가공해 한국 및 세계시장으로 수출하는 형태다. 하지만 2006년이후 수입 부품소재의 중국내 자체 생산이 확대되면서 수직적 분업구조가 약화되는 조짐이다.
중국의 수입 부품소재 중 한국산의 비중이 감소하고 중국산 부품소재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도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의 수입 부품소재 중 한국산 비중은 2005년 15.4%에서 2006년 15.2% 그리고 2007년 1~6월은 14.2%(금액기준)를 기록했다. 중국산 부품소재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000년 5.7%에서 2006년 15.9%로 크게 상승했다.
한국 부품소재의 대 중국 무역흑자도 2006년부터 감소세로 반전됐고 2007년에는 감소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부품소재 무역흑자 감소액은 2006년 전년대비 1.8억달러에서 2007년 1~7월중에는 전년동기대비 7.6억달러로 확대됐다. 부품소재의 대 중국 수출증가율도 2003년 55.0%를 고점으로 둔화되는 추세다.
자동차 및 무선통신기기의 총 수출 중 대 중국 부품 수출비중도 2004~05년을 정점으로 하락했다. 일부 완성품의 경우 중국의 경쟁력 강화등으로 산업내 수평적 분업의 구도가 이미 출현했다. 컴퓨터, 영상기기, 백색가전의 경우 현시비교우위지수(RCA)로 본 경쟁력 지수(기준치 1)가 1이상으로 중국의 경쟁력이 약진하고 있다.
RCA로 본 중국의 선박, 자동차부문 경쟁력은 아직 낮은 수준이고 반도체도 미국시장 내 점유율이 높아졌음에도 한국을 추월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기술력 격차가 클수록 수직적 분업구조가 유지되겠지만 격차가 작아질수록 수직적 분업에서 점차 수평적 분업구조로 이행하고 있다.
현재 디스플레이, 조선, 반도체 등의 한중간 기술력 격차는 큰 반면 휴대폰, 컴퓨터 등의 기술력 격차는 작은 편이다. 따라서 디스플레이, 반도체, 조선, 자동차부문에서 향후 수직적 혹은 혼합형(수직적+수평적) 분업형태가 발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경우 한국은 LNG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에, 중국은 저부가 벌크선 위주로 차별화될 전망이다. 2007년들어서도 중국의 선박수주는 기술적 난이도와 부가가치가 낮은 벌크선에 집중(50%이상)됐다.
서유럽 화학산업의 경우 독일, 프랑스 등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석유화학에, 네덜란드, 스위는 의약, 농약 등 정밀화학에 특화하고 있다. 반도체처럼 기술발전의 속도가 빠르거나 쉽게 추월하기 힘든 분야도 수평적 분업과 수직적 분업이 공존하는 체제로 전개하고 있다. 집적회로반도체부품의 대 중국 수출비중이 큰폭으로 확대되고 있지만(수직적 분업), 저가 중국산 집적회로반도체 수입비중도 확대(수평적 분업)되고 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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