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01 14:52
대형 크루즈선 접안 어렵고 편의시설 부족
오는 3일 기공식을 갖는 부산 영도구 동삼매립지 부산항 국제크루즈터미널과 전용부두가 시설규모면에서 대형 크루즈선 유치에 부적합한 데다 2020년께 북항 재개발예정지에 따로 크루즈터미널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반쪽짜리'로 전락할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오는 3일 부산 영도구 동삼매립지에 53억원을 들여 연면적 669평 짜리 2층 건물 1채를 크루즈터미널로 짓기 위한 기공식이 열린다.
BPA는 국제 크루즈선의 기항 거점이 되는 크루즈전용터미널을 지어 부산항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지역 관광문화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BPA는 올 연말께 8만t급 초대형 크루즈선이 접안할 수 있는 길이 360m, 너비 50m의 전용부두를 건립, 이르면 연말께부터 크루즈선이 기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크루즈업계는 "전용부두가 수심이 11m 밖에 되지 않는 데다 길이도 360m에 그쳐 10만t급 이상 대형 크루즈선은 입항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크루즈홀리데이코리아 류기환 이사는 "외국 크루즈선은 빠른 속도로 대형화하고 있어 10만t급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대형 크루즈선이 원활하게 접안하려면 수심이 22m는 돼야 하고 부두 길이도 훨씬 길어야 하는데 새 크루즈터미널은 이같은 기준에 크게 못미쳐 대형이나 초대형 크루즈선을 유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크루즈터미널은 크루즈선에서 터미널로 바로 연결되는 갱 웨이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고 부산시내로의 접근성도 떨어지며 터미널 내에 쇼핑공간도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크루즈전용터미널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고 크루즈 손님들이 선호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류 이사는 "대형 크루즈선이 쉽게 접안할 수 있는 부두시설도 마련돼 있지 않고 시내까지 접근성도 떨어지며 크루즈 손님을 배에서 내리게 할 만한 쇼핑센터나 연계 관광지도 없는 곳에 누가 내리겠느냐"며 "이렇게 되면 부산은 크루즈 상품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2020년 부산항 북항 재개발이 끝나 재래부두 자리에 국제.연안.크루즈터미널이 함께 들어서면 동삼매립지 내 크루즈터미널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BPA측은 "부산항을 찾는 크루즈선이 증가세에 있기 때문에 양쪽 크루즈선을 다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나 크루즈선 유치가 활성화되지 못할 경우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어 53억원짜리 건물이 자칫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는 형편이다.
한 크루즈업계 관계자는 "새 크루즈터미널이 문을 열어도 부산항은 크루즈선이 기항하기에는 매력이 없다"며 "크루즈터미널을 두 군데 쓸 만큼 부산에 크루즈선 기항이 늘 것이라는 기대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항재개발 전까지 쓰려면 크루즈터미널을 더 크게 짓고 시설도 다양화했어야 했고 연계 관광지까지 마련했어야 했다"며 "현재 계획만으로는 외국 크루즈선을 유치하는데 낙제점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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