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5-01 17:01
현대건설 인수전 '주목'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지분 26.68%를 인수한 가운데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그룹이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는데 대해 "현대상선을 보호하는 '백기사'로서 상선 지분을 매입했을 뿐이며, 현대그룹이 '선의'를 오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의 '백기사론'에도 불구하고 5천억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상선 지분을 시장가격의 20%가 넘는 고가에 사들인 점, 현대그룹을 돕겠다면서도 정작 현대그룹과는 아무런 상의도 없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현대중공업그룹이 조만간 본격적인 경영권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 "현대건설 인수가 관건" =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다툼이 가시화되면서 M&A 시장의 대어로 나온 현대건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의 인수를 적극 추진한 것도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 8.69% 때문이다.
현재 현대그룹은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17.16%와 현 회장 등 특수관계인 3.37% 등 직접지분이 20.53%이며 케이프포춘 10.0%, 우리사주 2.0%, 기관투자가 등 기타지분 4.73%가 포함된 우호지분 등 현대상선의 지분 총 37.26%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그룹측 지분은 최근 매입한 26.68%에다 KCC의 지분 6.26%를 합하면 총 32.94%에 이르기 때문에 현대건설 보유 지분 8.69%를 어느쪽에서 확보하느냐에 따라 현대상선의 경영권이 판가름나게 될 전망이다.
사실 현대그룹은 경영권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작년부터 일찌감치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8.69%의 지분 때문에 현대건설의 인수를 추진해 왔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작년 11월 사석에서 "현대그룹은 항상 경영권을 공격받을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현대건설 인수에는 현대그룹의 경영권 보호 차원이 강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자금력이다.
현재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면 최소 4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그룹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상선의 최대주주가 돼 있어 그룹이 인수자금을 빼오는데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현대중-KCC 준비된 행동이었나" =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분쟁에 주목받고 있는 것이 2년전 현대그룹과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KCC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과 KCC 정몽진 회장이 현대상선을 뺏기 위해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한 달 전 M&A시장에서 KCC의 현대건설 인수 참여 가능성을 언급했던 메릴린치증권의 보고서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당시 메릴린치는 KCC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전량(25.5%)을 쉰들러홀딩사에 넘기기로 한 것과 관련해 KCC의 현대건설 인수 의향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메릴린치는 KCC가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현대중공업과 함께 공동으로 현대건설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KCC는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지분을 매각했을 뿐 현대건설 인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며 현대중공업그룹도 "현대건설 인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과 KCC가 이달 예정된 현대상선의 유상증자에서 참여할 지,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지 여부에 따라 이들의 '진의'가 무엇인지 드러날 전망이다.
◇ 현대그룹 "뾰족한 대책은 없다" = 현대중공업그룹의 '급습'을 받은 현대그룹은 즉시 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결국 경영권 방어에는 자금력이 관건이어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로선 현대그룹이 가동할 수 있는 적대적 M&A 방어 수단은 자사주 매입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여유자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결국 문제는 현대중공업에 대항하기 위해 자금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현재로선 딱 부러지는 대책이 나올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이르면 이달 중순 현대상선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현대중공업이나 KCC도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유상증자가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은 2년전 KCC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현대그룹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 형성이 큰 힘이 됐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의 현대그룹 인수 부당성을 강조하는 여론전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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