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1-04 09:42

현정은 회장 장녀 현대상선 대리승진 화제

작년 말 주요 그룹 임원인사에서 오너 2, 3세의 '화려한' 전면배치가 두드러진 가운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이(28)씨가 평범한 '사회 초년생'의 길을 걸어가 눈길을 끌고 있다.

2일 업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지이씨는 지난해 12월 30일 현대상선 인사에서 사원 '딱지'를 떼고 대리로 한 단계 진급했다.

지이씨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거쳐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원 신문방송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으며 지난해 1월3일자로 현대상선에 경력직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재정부에서 근무해왔다.

지이씨가 현대상선에 들어온 것은 현대상선이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데다 많은 해외지사를 거느리고 있어 글로벌 마인드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어머니인 현회장이 적극 추천한데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하는 데 통상 4년이 걸리지만 지이씨의 경우 대학원 및 외국계 광고회사 근무 경력 등 입사시 3년 경력이 인정된 상태여서 대리 승진기준 연한을 다 채운 셈이라고 현대상선측은 설명했다.

지이씨는 승진 요건인 토익(Toeic) 부문에서도 함께 시험을 치른 현대상선 전직원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맏이답게 책임감이 강하고 차분한 스타일로 주변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이씨가 현 회장의 취임에 이어 현대상선에 입사,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은 뒤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 온 터라 이번 인사에서 지이씨의 '발탁 승진' 여부에 안팎의 시선이 쏠렸었다.

그러나 일각의 관측과 달리 지이씨의 대리 승진이 '특별 대우' 없이 일반 직원 승진 기준에 따라 이뤄진데는 '원칙에 따라 순리대로 하라'는 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 회장은 지이씨의 현대상선 입사 당시 "경영수업이라는 측면보다는 다른 회사를 다니느니 현대에서 사회경험을 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결정했다"며 지이씨의 향후 그룹내 위치와 관련, "그거야 앞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밝혔었다.

안팎에서는 지이씨가 앞으로 기회가 돼 경영에 참여하게 되더라도 평사원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면서 충분한 현장 경험을 쌓고 시야를 넓혀 나가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아직 경영권 승계 여부를 논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며 "지이씨는 여느 일반 사원과 마찬가지로 일을 배우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일축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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