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29 09:12

SCM 컨설팅 업체 규모에 따라 걱정 달라요

PART 1.3. 진단 | SCM업계상황


중소기업의 SCM 전문 솔루션업체에서 일하던 팀장이 써 놓은 올 상반기 SCM 시장에 대한 평가를 읽은 기억이 있다.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으며 혼탁한 양상을 보이는 국내 SCM 시장에 대해 그가 바라본 상황은 이랬다.

‘기존에 구축됐던 SCM 사례 중 상당수가 투자대비효과(ROI) 구현에 실패하면서 유지·보수 등 서비스 부분에 관심이 집중됐다. 올 상반기 SCM 시장은 지속된 불황과 IT에 대한 회의, ERP시스템 미비, 시장 초기 국내에 진출·구축했던 외산 SCM 솔루션벤더들의 실패 사례 등에 따라 연초 예상했던 것보다 다소 축소된 규모를 보였다.'

그나마 2002년에서 지난 해까지 대기업을 위주로 진행되어 왔던 SCM 프로젝트가 하나 둘씩 결실을 맺으면서 서서히 중소기업, 특히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생산계획과 협업 위주로 SCM의 필요성이 확산되었다는 점 등이 짙은 안개 속에 있는 SCM 시장에 그나마 한 줄기 빛을 쏟아 내는 등대 같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이다. 정확한 SCM 시장 규모가 집계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는 지난 해 대기업의 SCM 구축비율이 대략 15%에 달해 올해 말 즈음에는 시장 자체가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SCM 컨설팅 업체인 인텔릭의 정대영 사장도 전세계적으로 9/11이후 완만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SCM 시장이 국내에서도 과거처럼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반 경제시장이 성장하는 것과 함께 SCM 시장도 대략적으로 동반 성장한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내시장 전체의 SCM 도입율을 20% 내외로 잡고 있는 SCM 솔루션업계는 다국적기업과 토종기업간의 시장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유통, 식품, 소비재 등의 분야에 집중하는 SSA코리아는 국내 대형마트 및 제과업체등과의 공급 계약을 진행시켰으며,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세계적인 SCM업체인 i2테크놀로지코리아는 신상품 출시를 통해 국내 기업들을 향한 러브콜을 보냈다.

이에 맞서고 있는 토종업체인 한국하이네트와 자이오넥스는 각각 주력으로 삼고 있는 업종군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신상품 출시 및 독자모델 개발로 제품업그레이드와 유지보수의 강점을 내세우며 영업강화에 나섰다.

한편, LG CNS와 한국 EXE컨설팅은 지난 4월 양해각서(MOU) 교환을 통해 SCM 분야에서의 협력기반을 다졌다. 두 회사는 SCM 전분야에서 솔루션과 기술전문가를 교류하고 영업 및 마케팅도 공동 진행 중이다.

정사장은 특히 국내 SCM 시장의 경우 1990년대 초 미국의 가트너 컨설팅회사에서 잠깐 정의했던 SCM을 SCP와 SCE로 나눈다고 한 분류가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것은 IT적 관점에서 시장을 단순히 나눈 것에 불과하다며 국내 시장에 만연해 있는 ‘SCM = IT솔루션'이라는 시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SCM이란 ‘고객 서비스는 좋게 하고 비용은 줄이는 모든 행위’를 가리킨다고 보면 된다면서,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접근법으로 RFID, SAP같은 비즈니스 모델, Cross Docking, Category Management, Scheduling 등 방법론만도 100가지가 넘으며 지금도 SCM 접근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개발을 통해 새롭게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IT중심의 SCM 개념 정립의 위험성에 대해 정사장은 SAP 본사에서 MIT 공대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경고했다. 미국 SAP 본사는 MIT 공대 등과 함께, ‘어떤 경우에 SCM이 가장 성공적으로 구축되는지' 4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설문 조사를 했다. 첫 번째 A그룹은 실행(practice)력도 뛰어나고 도입된 IT 프로세스도 좋은 그룹으로, SCM에 있어서는 최상의 상황이다. 두 번째 B 그룹은 실행력은 별로 좋지 않지만 IT 프로세스만은 상당히 뛰어난 그룹으로 전체 4가지 경우의 수 중 최악의 결과를 기록했다. B 그룹의 경우 IT와 실행력 모두 좋지 않은 그룹보다도 조사 결과가 더 나빠 SAP 본사 사람들을 경악케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좋은 IT 프로세스가 기업의 SCM에 상당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기대했던 솔루션 회사로서는 당연한 반응이긴 하지만, 마치 IT가 SCM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기업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의 반향은 큰 설문조사였다.

아직까지는 경기 동향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SCM 시장에 대해 정사장은 제조업체들이 투자관점에서 SCM 도입을 생각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회사의 장래를 위해 전략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컨설팅 업체들도 다른 업체들와의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대고객 서비스를 아주 구체적으로 세분화·전문화시켜 가져 가든지, 아니면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토탈서비스로 해 줄 수 있을 만큼 규모를 키워야 할 것이라고 지단했다.

SCM 컨설팅 업체의 경우 업체 규모에 따라 안고 있는 고민도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작은 컨설팅 기업은 국내 시장 규모가 너무 작아서 고민이다. 제조업 매출액 기준으로 상위 1000위권에 올라 있는 업체까지 끊어 보았을 때 이들이 내는 매출액 중에서 투자를 계획하며 돈을 쓸 수 있는 회사가 매우 적어 우울한 상황이라고. 그렇다 보니 중소업체의 경우 살아남기 위해 몇가지 일을 겸해야 살아 남을 수 있고, 작은 업체가 겸비해야 하는 특정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갖춘 기업으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발을 동동거리며 바쁘게 생활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 국내 중소규모 컨설팅업체 사장은 고백했다.

이에 비해 규모가 좀 되는 큰 컨설팅 업체의 경우 컨설턴트(인력)의 질이 문제라고. 대학교에서 배출되는 학생들의 질이 대략 하향 평준화되면서 학교로부터 인력 공급은 과다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소양을 갖춘 쓸만한 인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대규모 업체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라고 전했다 <백현숙 기자>


삼성은 어디쯤 가고 있나?

1990년대 중반 회사 내 경영 혁신을 꾀하며 조직개편에 들어갔던 삼성전자는 지난 1999년 공급망 관리를 전담하기 위해 경영혁신팀 아래 SCM 그룹이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SCM그룹은 개발혁신부문, 로지스틱부문, 제조혁신부문 등으로 구성되어 삼성전자 내 공급망 관리와 관련한 업무를 전담한다. 삼성전자의 SCM관리에 대한 의지는 임원급 인사들의 지시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속도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부패되기 쉬운 상품의 핵심은 속도이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빨리 개발해서 팔아야 하므로 Supply Chain 상의 스피드를 올리기 위해서는 프로세스를 간결하게 해야 한다.” - 윤 종용 부회장

‘Supply Chain을 지배하라. 사업환경의 변화보다 더 빠르게 Supply Chain은 재편되고 진화되어야 한다. 소수의 기술 차별화 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SCM이 핵심역량이다. SCM을 통한 Operational Excellency를 강화해야 한다.” - 최 지성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

결국 Supply Chain의 지배자가 산업지배자가 될 수 있다는 신념 하에 삼성전자는 자사의 Supply Chain 구조를 발 빠르게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각 사업장마다 독자적으로 구축되어 있던 SCM을 통합망으로 구축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총 4 단계를 밟아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으로 짜인 삼성의 SCM 모델은 1998년 1단계 과정이 처음 도입되어 1999년부터 본격적인 추진에 들어갔다. 이때 주력했던 부분은 부문별 최적화 작업. 2002년부터 들어간 2단계 모델에서는 최적화된 수요-공급 균형으로 운영 효율을 기하는 것. 3단계 모델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로 market driven SCM으로 외부 협업의 SCM을 확정지으며, 4단계 모델은 2006년부터 Real Time Supply Chain 운영을 모토로 하고 있다.

SCM 추진전략으로 △Time to volume technology(적기시점 도입관리) △Cost leadership (가격탄력성 문제) △ Continuous supply (재고관리 및 재고수준결정) △ Value- aided Service 등으로 여기에는 소매점과의 연대를 통해 co-marketing이나 promotion 추진, dynamic pricing, exclusive products, postponement, customer focused 재고관리(VMI), Cross docking 등의 기법을 신문사 배급 매커니즘에서 벤치 마킹해 적용한다.

또한 SCM을 고려한 제품 설계는 Closed loop SCM process(계획→실행→분석→ 조정→계획 사이클)를 가능하게 해 지속적인 최적화를 이루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수요변화에 대응하는 의사 결정의 속도가 변화하면서 SCM 계획 전에는 년 12회로 월 1회로 의사결정을 하였으나 SCM 계획 후에는 주 1회로 년 52회, 현재는 주 2회로 년 104회의 의사결정 회의를 가지면서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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