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25 17:11

'베' 진출 외국섬유업계 대미 쿼터 부족으로 고사 위기

한국 등 상당수 업체, 근로자 해고와 공장폐쇄 검토



(하노이.호치민시=연합뉴스) 미국 수출에 의존해온 베트남 진출 외국섬유업계에 수출쿼터 후(後)폭풍이 거세다.
25일 현지업계와 무역부(MOT)에 따르면 미국과 베트남이 니트셔츠류 등 미국에 수출되는 38개 베트남산 섬유품목에 대한 쿼터 적용시기를 지난 5월1일부터 적용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수출쿼터를 배정받지 못했거나 올해 쿼터를 소진한 대다수 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한국,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등 대다수 해외섬유업체들이 밀집한 남부 동나이공단의 경우 쿼터 부족으로 근로자의 절반 이상을 임시해고하거나 심지어는 문을 닫을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자본의 유니텍스 스위트하트(Unitex Sweetheart)사의 경우 오는 4.4분기 수출쿼터를 배정받지 못할 경우 1천명에 이르는 근로자들과의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같은 공단에 위치한 싱가포르의 싱가포르안 추텍스(Singaporean Chutex)사도 똑같은 이유로 4천여명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 조치는 물론이고 자칫 공장폐쇄를 검토 중이다.
특히 싱가포르안 추텍스사는 미국 바이어들의 요구에 맞춰 지난해말까지 1천만달러 이상을 투자해 공장현대화 작업을 완료했으나 쿼터 부족으로 투자비 회수도 힘든 상황이라고 울상이다.
인근 빈즈엉성 입주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일부 업체의 경우 심각한 자금난으로 아예 공장폐쇄와 함께 부도를 면하기 힘든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빈즈엉성 산하 공단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미국과 베트남 간의 섬유수출쿼터협정이 예상보다 빨리 발효되는 바람에 주문을 받고 생산을 완료한 상당수 관련업체들이 쿼터 부족으로 선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에 따른 재고누적과 자금압박으로 일부업체는 임금조차 제대로 지불하지 못해 자칫 노사분규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또 100여개 한국업체들 가운데서도 쿼터 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하거나 심지어는 철수를 검토 중인 업체들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북부섬유봉제협의회 관계자는 밝혔다.
한국업체 관계자는 "대미수출 의존도가 80%가 넘는 대다수 업체들은 미-베섬유수출쿼터협정 발효에 따른 쿼터 부족 등으로 고사위기에 빠져 있다"면서 "이 문제를 타결하기 위해 내년도 쿼터를 앞당겨 배정해줄 것을 무역부에 요청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할만한 가시적인 효과가 없다"고 우려했다.
앞서 MOT는 대미섬유류 수출목표를 지난해보다 2.5배나 많은 20억달러선으로 책정했으나 협정 발효와 이에 편승한 일부 업체들이 마구잡이식으로 선적을 서둘러 쿼터를 소진하는 바람에 실제 수출규모는 17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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