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 조선사들이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6월 6개 중견 조선사의 매출 총액은 전년 7조1025억원 대비 15.1% 증가한 8조1773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 합계는 2024년 4297억원에서 올해 1조558억원으로 2.5배(145.7%) 급증하며 1조원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
해사물류통계 ‘주요 중견조선사 2025년 상반기 영업실적’ 참고)
HD현대삼호가 73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더불어 HD현대미포와 대한조선도 1300여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실적 개선에 힘을 실었다.
같은 기간 6개 조선사들의 합작 순이익은 전년 4015억원에서 올해 6513억원으로 62.2% 신장했다. 영업이익과 마찬가지로 HD현대삼호가 4669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한 게 실적 개선의 원동력이 됐다. 대선조선을 제외한 나머지 조선사들도 모두 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개선됐다.
조선업계는 신조 선가가 높은 친환경선박의 건조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생산 안정화와 원가 절감 노력 등이 이뤄지면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삼호重 매출액 4조 돌파 ‘사상최대’
올해 상반기 HD현대삼호는 외형과 내실을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2% 성장한 4조850억원을 달성하며 4조 클럽에 첫 입성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각각 2배(103.8%) 35.3% 증가한 7376억원 4669억원을 거뒀다.
회사 측은 “선가가 오른 친환경선박,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건조 물량이 늘었다. 건조 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선별 수주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미포는 외형 확대에 성공하는 한편,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2조3781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366억원 637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2조1021억원 -41억원 262억원에 견줘 매출액은 13.1% 신장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고, 순이익은 2.4배(143.4%) 급증했다.
HD현대미포는 “현재 신조선가는 최근 10년 평균 대비 약 30%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 여전히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미·중 무역 정책 변화 등 대외 리스크는 발주 심리 위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한조선도 주력 선종을 연속적으로 건조하고 생산성 향상에 따른 원가 절감과 신조선가 상승에 힘입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동반 개선됐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9.8% 증가한 6034억원, 영업이익은 2.3배(128.6%) 급증한 1323억원을 각각 거뒀다. 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2.1배(107.2%) 증가한 1043억원을 올렸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건조 단가가 높은 선박을 중심으로 한 수주 전략을 이행하고 사외 제작 블록의 내재화와 설비 가동 효율 극대화, 원가 미세 관리 등을 이뤄내면서 매출 성장뿐만 아니라 수익성 개선까지 동시에 달성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 호재가 아닌 장기적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조선 역시 대한조선과 마찬가지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23.9% 증가한 5921억원, 영업이익은 3.7배(273.7%) 급증한 420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순이익 역시 10.8배(977.1%) 폭증한 231억원을 거뒀다.
케이조선 측은 “올해 수주 활동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중형 선박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대선조선은 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매출액은 1320억원을 기록, 전년 1486억원에서 11.1% 후퇴했다. 순이익도 -57억원을 기록, 적자 전환했다.
HJ중공업은 외형과 내실이 동반 후퇴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 감소한 3866억원, 영업이익은 39.8% 감소한 45억원이었다.
상반기 선박수주량은 전년比 72%↓
중견 조선사들의 올해 상반기 선박 수주량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국내 중견 조선사들의 상반기 선박 수주량은 15만t(CGT·수정환산톤)로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다. 탱크선 총 6척이 중견 조선사들의 수주 장부에 기입한 선박들이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연구원은 “국내 중형 조선사의 수주는 수에즈막스급 탱크선 등 중형선 이외 선박의 수주가 전무하며 부진한 양상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중견 조선사들의 수주액은 81.5% 급감한 약 2억9000만달러(약 4000억원)에 그쳤다. 신조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수에즈막스 탱크선 등 중견 조선사들이 수주해 오던 물량의 부재로 상반기 수주액은 매우 부진한 수준을 기록했다.
중견 조선사들의 수주액이 한국 조선 전체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전년 대비 5.9%포인트(p) 떨어진 0.8%로 곤두박질쳤다. 수주액 비중이 1% 미만으로 떨어진 건 2006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반면, 중견 조선사들의 올해 상반기 건조량(인도량)은 축적된 일감이 늘어난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4% 증가한 20척 58만t를 기록했다. 과거 수주한 탱크선의 건조량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컨테이너선은 전년 대비 43.6% 줄면서 대조를 보였다. 이에 양 연구원은 “중형 조선사들은 인력난과 비숙련 외국인 인력 증가 등 생산 부문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점차 생산능력이 안정화되어 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중견 조선사의 수주잔량은 총 63척 168만t로 연초 대비 20.3% 줄었다. 약 2년 치 일감이 남은 것으로 추정돼 조선사들이 하루빨리 건조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주잔고가 크게 늘어야 조선사들이 가격 협상력에서 우위를 보이며 신조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해사물류통계 ‘중형조선사 수주잔량 추이’ 참고)
양 연구원은 “이러한 수준은 하반기 이후 수주를 통한 일감이 빠르게 축적되지 못한다면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지거나 향후 영업 중 선가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미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로 조선업의 안보적 기능과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부각되면서 국내 중형 조선업을 향한 인식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상사태나 전쟁 등에 직면했을 때 중소 선박 수요는 대형선보다 많을 수 있어 중소 조선업 발전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비상 상황 시 필요한 특정 지역에 필요 물자를 조달하려면 수심이나 설비 등의 제약으로 입항 항만이 제한적인 대형선보다 중소형선이 효율적이며 수요가 높을 수 있다.
양 연구원은 “중소 조선업에 대한 중요도 역시 대형 조선업과 같이 높게 평가될 요인이 있으나 과거 구조조정을 거쳐 대형사 위주로 재편된 국내 조선업 내에서 점차 입지가 위축돼 중국, 일본 조선소들과 힘겨운 경쟁을 이어가는 현실”이라며 “R&D, 인력 양성, 자금 등 어려운 부문에서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등 국내 중형 조선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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