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해운·물류인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 최근 태웅로직스 현대글로비스 고려해운 SM그룹 HMM LX판토스 등 6개 주요 선사와 물류기업이 친선 축구 경기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축구를 매개로 하나되어 친목을 다진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목적은 ‘화합’이다. 같이 몸을 부딪치며 땀을 흘리고, 또 뒤풀이를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가까워져 있다고.
해운물류인 축구 리그는 지난 4월9일 막을 올렸다. 이제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나 4라운드, 4게임 째에 돌입했다. 6개 팀이 돌아가면서 경기를 진행하는 풀리그 방식으로 운영되며, 정규 리그는 한 경기당 30분씩 3쿼터로 진행된다.
리그전은 7월9일 HMM과 LX판토스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되고, 이 성적을 기반으로 마지막 순위 결정전이 진행될 예정이다. 결승전을 거친 뒤 폐회식 경기를 포함한 종합 성적으로 최종 순위를 가린다. 폐회식은 11월1일 토요일로 예정돼 있다.
지난 6월5일 태웅로직스와 현대글로비스 축구 경기가 열린 현장을 찾았다. 각 조에서 1위를 달리던 두 팀은 이날 경기로 1·2위가 갈렸다. 공정한 경기를 위해 HMM에서 심판으로 참석했으며, 각 팀에서 1명씩 부심을 맡았다. 이들은 경기 전 페어플레이와 안전한 경기를 다짐하며 인사를 나눴다.
이날 선제골은 태웅로직스에서 나왔다. 경기 20분 만에 첫 골이 터졌다. 태웅로직스는 이어진 2쿼터에서도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두 번째 쿼터 16분, 현대글로비스가 첫 골을 넣으면서 따라 붙었지만 이에 질세라 태웅로직스가 바로 추가 득점을 기록해 3-1로 앞서갔다.
양 팀은 공방전을 이어가다 이후 글로비스가 흐름을 가져오면서 이 쿼터에만 세 골을 몰아넣어 경기를 뒤집었다. 3쿼터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수비를 강화하는 ‘잠그기’ 전략으로 대응했고, 4-3으로 한 골 차 리드를 지켰다. 이날 이 회사 강창현 책임매니저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올해로 끝나는 동호회 모임이 되지 않기를…”
이 모임은 예전 해운업계 축구 대회인 ‘해운리그’에 참여한 세대가 결성을 주도했다. 주축 세력 중 한 명인 현대글로비스 권해옥 책임매니저는 해운리그처럼 업계인들이 다시 뭉치는 자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축구 모임을 재창설했다고 전했다. 권 책임매니저는 글로비스 팀 내에서 회장을 맡아 축구 모임을 이끌고 있다. 원래 축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스포츠를 매개로 교류의 장이 이어지기를 바랐다. 각 회사에서도 그의 바람에 호응하면서 올해 축구 대회가 성사됐다.
태웅로직스와 현대글로비스 등 일부 회사에서는 사내 모임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태웅로직스는 이번 대회 결승전까지 통 크게 지원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동호회를 만든 만큼 회사마다 팀 상황이 다르다. 팀 인원도 20여명에서 40여명까지 다양하다. SM그룹의 경우 SM상선을 필두로 해운부문 3개사가 뭉쳤고, 축구 동호회가 활발한 현대글로비스는 선수들을 엄선해 팀을 구성했다.
권해옥 책임매니저는 축구가 교류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대회 취지를 강조했다.
“일부 회사에서는 축구를 하다 다칠까봐 우려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축구는 몸을 부딪치며 친해지는 경기 아니겠어요? 단순히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이 대회를 계기로 화합을 도모하는 게 목적입니다. 우리 세대가 겪으며 친목을 다졌던 것처럼 후배들도 이런 경험을 갖게 해주고 싶어서 의기투합했습니다. 이 대회가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팀이 참여하는 모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의 바람대로 팀 구성원 간 관계는 경기 후 더욱 돈독해졌다. 이어진 뒤풀이 자리에서 선수들은 뒤늦은 식사를 하며 허심탄회하게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태웅로직스의 선수들은 “글로비스는 이번 경기에서 주전이 대거 빠졌는데도 잘한다”고 칭찬했고, 현대글로비스는 “태웅로직스도 지금까지 무패로 올라오지 않았냐”면서 화답했다.
서로의 공통 관심사인 축구 이야기 외에 현업을 주제로 한 대화도 빠지지 않았다. 이들은 각자 담당하는 업무와 업계 시황 등 다양한 주제로 담소를 나눴다. 같은 업계지만 담당 분야가 겹치지 않아 소통할 일이 없는 이들도 이날을 계기로 얼굴을 익히고 편하게 대화하며 ‘해운물류인’으로 하나됐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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