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주요 물류기업(포워더)들은 지정학적 갈등으로 해상과 항공 운임이 오르면서 매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외형은 성장했지만 내실 다지기엔 실패했다. 다수의 기업이 저조한 영업이익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미국계 포워더들은 계열사 매각,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을 방어했다. (
해사물류통계 ‘2024년 글로벌 포워더 영업실적’ 참고)
가장 많은 수익을 창출한 독일 DHL은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증가했으나 영업이익, 순이익은 감소했다. 2024년 이 회사의 매출액은 841억8600만유로(약 133조6200억원)로, 1년 전(817억5800유로)에 비해 3%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EBIT)은 7% 줄어든 58억8600만유로(약 9조3400억원), 순이익은 9% 줄어든 35억6900만유로(5조6600억원)를 기록했다.
DHL의 물류 부문 중 포워딩 사업(DHL글로벌포워딩)은 전년 보다 2% 늘어난 196억4900만유로(약 31조900억원)의 매출액을 거뒀지만 영업이익은 25% 감소한 10억7400만유로(약 1조7000억원)였다. 반면 공급망(서플라이체인) 사업은 디지털화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 11% 늘어난 176억9300만유로(약 27조9900억원) 10억6800만유로(약 1조6900억원)로 집계됐다.
DHL은 항공·해상 운임 상승과 전자상거래 증가로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운임이 오른 만큼 수익성이 상승 탄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우체국·소포 사업에서 직원을 8000여명 감축했다.
스위스의 물류기업 퀴네앤드나겔 또한 외형은 성장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두 자릿수 감소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매출액은 전년(238억4900만스위스프랑) 대비 4% 늘어난 248억200만스위스프랑(CHF, 약 40조8100억원)이었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3% 16% 줄어든 16억5400만스위스프랑(약 2조7200억원) 12억3000만스위스프랑(약 2조2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4분기에 눈에 띄는 이익 성장을 거두며 강력한 회복세를 보였다. 이 기간 퀴네앤드나겔은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전년 대비 두 자릿수(각각 19% 31% 11%)로 성장했다.
한 해 실적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해상 포워딩은 매출액은 8% 늘어난 92억8200만스위스프랑(약 15조3800억원)을 거둔 반면, 영업이익은 8억5100만스위스프랑(약 1조4100억원)으로 16% 줄었다. 항공 포워딩은 매출은 5% 증가한 73억800만스위스프랑(약 12조1100억원), 영업이익은 14% 감소한 4억7800만스위스프랑(약 7900억원)을 냈다.
이 스위스 회사는 지난해 구조조정을 감행했으며,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말레이시아 육상운송사 시티존익스프레스와 미국 컨테이너 내륙운송사 IMC로지스틱스를 인수했다.
덴마크 기업 DSV의 실적도 비슷한 형태를 띠었다. 매출은 1671억600만크로네(DKK, 약 35조4600억원)로 1년 전에 견줘 11% 늘었다. 반대로 영업이익은 9% 감소한 160억9600만크로네(약 3조4100억원), 순이익은 18% 감소한 101억7500만크로네(약 2조1500억원)에 머물렀다. DSV는 4분기 들어 실적을 개선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9% 늘리고 영업이익은 감소 폭(0.4%)을 크게 낮췄다.
부문별로 해상·항공 포워딩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044억9600만크로네(약 22조2400억원) 118억8800만크로네(약 2조5300억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매출은 14%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10% 감소했다. DSV 측은 화물 감소와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하반기에는 수익이 안정화되고 거래량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독일 국영철도 도이체반(DB)의 물류 자회사인 DB쉥커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DSV는 올해 2분기 중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매각·구조조정 등 미국계 포워더 수익보전
미국계 주요 포워더인 UPS서플라이체인과 CH로빈슨은 외형과 내실 모두 거머쥐었다. UPS 그룹은 전체 실적에서는 부진했지만 포워더 사업에서는 수익 성장을 달성했다. 이 회사는 매출액 910억7000만달러(약 132조3200억원)를 내며 전년(909억5800만달러) 대비 0.1% 성장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84억6800만달러(약 12조2900억원), 순이익은 57억8200만달러(약 8조3900억원)로 각각 1년 전보다 7% 14% 마이너스 성장했다.
포워딩을 담당하는 UPS서플라이체인 사업은 반대 양상을 띠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 감소한 127억3400만달러(약 18조5100억원), 영업이익은 24% 증가한 9억3200만달러(1조3500억원)였다. UPS 측은 지난해 6월 서플라이체인 산하에 있던 코요테로지스틱스를 RXO에 매각하면서 매출은 감소했지만 이익을 거뒀다고 전했다.
단일 물류기업으로는 CH로빈슨이 유일하게 매출과 수익 성장을 동시에 일궜다. 매출은 1년 전보다 소폭(1%) 상승한 177억2490만달러(약 25조75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0% 43% 늘면서 눈에 띄게 상승했다. 영업익과 순이익은 각각 6억6910만달러(9700억원) 4억6570만달러(6700억원)였다.
북미육상운송(NAST) 부문 매출액은 6% 감소한 117억2750만달러였으나 영업이익은 16% 늘어난 5억3120만달러로 집계됐다. 글로벌포워딩 부문은 매출과 영업익 모두 폭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7% 늘어난 38억500만달러, 영업이익은 148% 늘어난 2억1240만달러였다. 이 회사는 해상 서비스 운임 인상이 지난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고 풀이했다. 물동량이 증가한 데다 화물당 이익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CH로빈슨은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비용 최적화에도 골몰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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