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광양항 유조선 예선료 2배이상 과다청구”

국내 중소 유조선사들이 여수광양항 예선 사용료를 놓고 예선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유조선사협회 박성진 회장(SJ탱커 대표·사진 오른쪽)은 기자와 만나 여수광양항 예선업체들이 실제 사용 시간에 비해 과도한 예선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여수광양 예선업계에서 공동 배선 제도를 도입한 이후 인상된 요율만 적용하고 정작 정확한 예선 사용 시간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1.5시간 사용했는데 4시간 비용 부과”

유조선사협회에 따르면 여수광양항 예선료는 ▲기본요금 ▲예선 마력 ▲사용 시간 ▲협정 할인율을 모두 곱해서 계산한다. 이 중 예선 사용 시간은 30분 단위로 나눈다.

이를테면 예선이 정계지(예선 대기 장소)에서 출발해 작업을 마치기까지 1시간1분이 걸렸든 1시간20분이 걸렸든 모두 1시간30분의 요금을 내야 한다.

현재 여수광양항엔 총 4군데의 정계지가 지정돼 있다. ▲컨테이너관공선부두 ▲낙포관공선부두 ▲LG VCM 관공선부두 ▲임시 정계지 들이다.

컨터이너관공선부두는 광양항 컨테이너부두에 위치해 있고 낙포관공선과 LG VCM 관공선부두, 임시 정계지는 석유화학업체가 밀집해 있는 광양항 여천 지역(여천항)에 위치해 있다.

유조선은 여천항이 거점 항만이다. 유조선의 입출항을 돕는 예선도 근처 낙포관공선부두나 LG VCM 관공선 부두, 임시 정계지에서 출발하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여수광양항 예선업체들은 실제 출발하는 정계지와 상관 없이 유조선의 예선 사용 시간을 거리가 먼 컨테이너관공선부두를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고 박 회장은 전했다.

예선업체들은 ▲낙포부두와 사포부두는 2시간30분 ▲GS제품부두는 3시간30분 ▲중흥부두와 석유화학부두는 4시간으로 예선 사용 시간을 정했다. 

 

요율표상의 예선 사용 시간이 실제 사용 시간보다 길다 보니 요금 과다 책정 논란이 불거지는 실정이다. 유조선이 중흥부두나 석유화학부두에 접안하면 예선업체들은 4시간의 예선을 사용한 것으로 계산해 158만원의 비용을 청구한다.

하지만 실제 예선 사용 시간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고 박 회장은 주장했다. 유조선사협회가 모선 운항(항박) 일지를 토대로 예선 사용 시간을 조사한 결과 임시 정계지와 중흥부두 구간의 왕복 운항 시간은 총 40분이었고 작업 시간은 평균 20~30분이었다.

예선업체가 제시한 기준보다 2시간30분 짧은 1시간30분 정도가 실제 예선 사용 시간이라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1시간30분치 예선료는 59만원 정도다. 그의 말대로라면 선사들은 그동안 실제 사용한 것보다 2배 이상 많은 예선 비용을 부당하게 내온 셈이다.

2시간30분치 사용료인 99만원을 내는 낙포부두의 경우 실제 예선 사용 시간은 왕복 운항 20분, 작업 시간 35분 등 1시간이 채 안 된다고 박 회장은 덧붙였다. 낙포부두에서도 1시간30분치 사용료(60만원)를 추가 지불해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낙포관공선부두는 3600마력 이하의 예선에 한해 계류를 허용하고 있다. 유조선사협회 소속 중소형 유조선은 모두 1000마력급의 소형 예선을 사용한다. 모선이 낙포부두에 접안할 경우 낙포관공선부두에 있는 예선을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예선업체들은 컨테이너관공선부두에서 예선이 출발한 것으로 계산해 2시간30분의 예선 사용료를 청구하고 있다.”

 

▲한국유조선사협회 박성진 회장(SJ탱커 대표·오른쪽)과 이길만 부회장(포천마린 대표)

박 회장은 여수광양항 예선업체들이 지금까지 부당 청구된 예선료를 환불하는 한편 앞으로는 실제 출발하는 정계지를 기준으로 10분 단위로 사용 시간을 계산해 예선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조선사협회가 파악한 예선 왕복 운항 시간은 ▲사포부두-낙포관공선부두 14분 ▲GS제1제품부두-LG VCM 관공서부두 12분 ▲중흥부두-임시 정계지 12분 등 대부분 10분 안팎이다.

하지만 예선업체들은 적게는 2시간30분에서 길게는 4시간까지 사용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계산해 예선료를 청구하고 있다. 

“한국인선원 단협에 중소선사 의견 반영 안돼”

유조선사협회는 최근 해운협회와 선원노련이 체결한 한국인 선원 단체협약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해운노사는 지난달 28일 ▲선원 유급휴가 발생 조건을 6개월 승무에서 4개월 승무로 단축 ▲현행 1개월 승선 근무 시 8일이 생기는 선원 유급휴가 일수를 최저 10일 이상 부여 ▲선원 정년을 2025년 1월1일부터 만 61세, 2026년 1월1일부터 만 62세로 연장 시행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다만 한국인 선원 8명을 의무적으로 태워야 하는 지정선박 비율을 중소선사에 한해 33%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배석한 유조선사협회 이길만 부회장(포천마린 대표)은 “중소선사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대형 선사들이 대표로 단체협약을 합의하고 서명을 진행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소선사의 경우 지정선박 비율이 33%에서 20% 비율로 줄어든 것 외에는 이득이 전혀 없다. 유급휴가, 통상임금 등이 늘어 선원 비용 부담이 대폭 증가하는 상황이 됐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