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들이 성수기에도 선적상한선(실링)을 70%대로 조이는 등 시장 안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일항로를 취항하는 10개 선사들은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를 중심으로 올해 2기(3~4월) 실링을 78%로 정했다. 직전 기간(1~2월)에 비해 5%포인트(p) 높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2%p 낮은 수치다. 지난해 11~12월보다도 1%p 낮다.
3~4월은 한일항로 최대 성수기로 분류된다. 통상적으로 일본 회계연도가 마무리되는 3월에 한 해 실적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기업들의 밀어내기 수요가 몰리는 까닭이다. 과거엔 이 기간에 월 16만~18만TEU의 화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2022년 이후 깨졌다. 2022년엔 평달 수준인 15만TEU로 떨어졌고 지난해는 수요 침체 여파로 12만TEU대까지 급락했다. 한일항로 월간 물동량은 지난 2022년 12월 이후 1년 이상 12만TEU를 넘어서지 못하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다행스러운 건 공급을 단단히 조이면서 대부분의 선사들이 3월 한 달간 정해진 목표치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선사 관계자는 “수요가 구조적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링을 대폭 낮춘 덕에 지난 기간에 이어 3~4월에도 한일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이 할당된 선복을 모두 채운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공식 집계된 물동량은 약세를 띠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에 따르면 1월 한 달간 한국과 일본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2만12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만2600TEU에서 1% 감소했다. 수출화물은 1% 늘어난 2만8000TEU, 수입화물은 0.5% 감소한 1만9800TEU, 환적화물은 2% 감소한 7만4400TEU였다.
환적화물 중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 또는 제3국으로 수송된 삼국 간 화물은 9% 늘어난 6만5200TEU를 기록했지만 원양선사가 고객인 피더화물은 45% 감소한 8300TEU에 그쳤다.
삼국 간 화물은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연속 6만TEU대를 돌파한 반면 피더화물은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연속 8000TEU대에 머물렀다. 원양선사들이 자체적으로 한일 간 셔틀 노선을 개설하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피더화물 운송 수요는 지속적으로 약세를 띠고 있다.
운임은 보합세를 유지했다.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3월 평균 한일 구간 운임지수(KCCI)는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84달러를 기록, 전달보다 1달러 내렸다. 지난해 같은 달의 722달러에 비해선 74% 급락했다. 20피트 컨테이너(TEU)로 환산한 운임은 100달러 아래로 떨어진 지 오래다.
3월18일자 주간 운임은 전주와 같은 184달러를 유지했다. 지난 2월12일 187달러를 기록, 지난해 12월11일의 191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뒤 반락해 2월26일 182달러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소폭 상승했다. 유가할증료(BAF) 등의 부대운임을 제외한 기본운임은 수출 50~100달러, 수입 20~30달러 수준으로 파악된다. 올해 상반기 BAF는 200달러가 적용되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동남아나 한중 등 다른 근해항로는 운임이 강세로 전환했지만 한일항로 운임은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실링을 대폭 낮춰 한일항로의 하락세는 멈췄지만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한 예전처럼 근해항로 선사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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