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대상으로 후티 반군의 공격이 격화되면서 해상 운임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선사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으로 항로를 틀고 고객들에게 선박 일정이 7~20일가량 지연될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분으로 내세워 위협을 시작한 예멘의 후티 반군은 12월9일(현지시각)엔 이스라엘과 관련 없는 선박도 표적으로 삼겠다고 공표했다. 일본 해운사 NYK의 자동차운반선이 나포되고 스위스 선사 MSC의 컨테이너선이 피격당하는 등 잇따라 피해가 발생하자 미국은 지난달 18일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Operation Prosperity Guardian)’을 창설해 대응에 나섰다. 이 작전엔 미 해군을 중심으로 영국 호주 바레인 캐나다 등 10개국이 참여했다.
그럼에도 상선을 향한 미사일, 무인기(드론) 공격 등 위협이 이어지면서 홍해 리스크는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과 31일에는 선복량 기준 세계 1, 2위를 차지하는 MSC와 머스크가 또다시 홍해 인근 해역에서 공격을 받았다. 전략적 제휴 그룹(얼라이언스) 2M을 결성 중인 두 선사는 같은 달 15~16일 안전상의 이유로 수에즈 운하 통과를 중단했으나 군사 작전이 발표되자 머스크가 앞장서 운항 재개를 선언한 상황이었다.
8200TEU급 컨테이너선인 <
MSC 유나이티드 8
>호는 12월26일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항에서 파키스탄 카라치항으로 향하던 중 피격당해 연합임무부대 군함의 도움을 받아 대피했다. MSC 발표에 따르면 부상자 및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는 전 일정을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한편 비상우회할증료(CAC)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머스크는 항로 재개 6일 만인 지난달 30일 밤 피격 사건에 휘말렸다. 1만4000TEU급 <
머스크항저우
>호는 수에즈 운하로 향하던 중 예멘의 알호데이다 항구 남서쪽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급기야 반군 보트 4척이 접근하자 미군에 구조 요청을 보냈다. 이 사건으로 미 해군은 반군 선박 3척을 침몰시키며 후티 반군과 첫 교전을 벌였다. 머스크는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홍해·아덴만을 통과하는 운송을 일시 중단한다고 2일 발표했으며, 5일 공지사항에 따르면 전 노선을 희망봉을 통해 돌아가는 것으로 확정했다.
세계 3위 선사인 CMA CGM은 이달 15일부로 아시아발 지중해행 운임을 인상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지난 2일 9200TEU급 <
CMA CGM 테이지
>호가 공격 표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이 예멘 항구 인근을 지나는 몰타 국적 컨테이너선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지역에서 몰타 국적의 컨테이너선은 싱가포르에서 출발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를 향하던 해당 선박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이번 사건으로 11월19일 이후 홍해를 지나는 상선에 대해 24번째 공격이 가해졌다고 발표했다.
3대 얼라이언스 중 디얼라이언스 소속인 HMM 하파크로이트 양밍해운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와 오션얼라이언스 소속인 에버그린은 홍해 운항 전면 중지를 선언한 이후 우회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하파크로이트는 미군의 태스크포스 출범에도 이달 9일까지는 홍해 항로를 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밖에 오션얼라이언스 소속인 중국 선사 코스코와 프랑스 선사 CMA CGM은 일부 선박에 한해 희망봉 경유를 공지했다.
선사들, 희망봉 우회할증료 도입
운송일이 평균 2주 가까이 늘고 선사들이 항로 우회를 이유로 할증료 부과에 나서면서 해상 운임은 대폭 상승했다. 특히 홍해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유럽항로 운임이 눈에 띄게 바뀌었다.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5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12월29일자 SCFI는 1759.57을 기록, 전달(11월4일) 993.21보다 77% 급등했다. 1700포인트대로 들어선 것은 2022년 10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상하이발 북유럽행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694달러로 집계되며 1년여 만에 2500달러를 넘겼다. 지중해행 운임 또한 3491달러를 기록, 15개월 만에 3000달러대에 재진입했다. 북유럽과 지중해 운임은 각각 전달 말(779달러 1182달러)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올랐다. 또한 북미 서안과 동안행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553달러 3559달러를 기록하며 각각 5주, 3주 연속 상승했다.
다만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글로벌 해상물류관련 현지동향’ 보고서에서 닝보 해운거래소 자료를 인용해 홍해 사태로 인한 운임 인상은 단기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중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하며 사태가 완화되면 다시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업들이 운임의 지속적인 오름세에 대비해 수출물량 선적을 2~3개월 앞당기고 있어 오는 2월까지는 수급 불균형으로 고운임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