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동맹(conference)에 이어 운항동맹(alliance)마저 해운 시장에서 존립 기반을 잃게 됐다.
유럽연합(EU)은 내년 4월25일 일몰되는 컨테이너선사 컨소시엄 독점금지법 일괄 적용 면제(CBER) 규정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 기간 동안 전 세계적인 물류대란으로 해상 운임이 급등하고 화주들이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자 해운을 더 이상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으로 27년 역사의 컨테이너선사 전략적 제휴 그룹인 운항동맹이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EU는 지난 2008년 10월18일자로 컨테이너운임 공동행위체인 운임동맹의 독점금지법 적용 면제 규정을 폐지했다. 이 조치로 130년 역사의 구주운임동맹(FEFC)을 비롯해 기간항로의 주요 운임 협의 조직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EU는 대신 이듬해 9월 가격을 담합하거나 시장점유율 30%를 초과해선 안 된다는 단서를 달고 컨테이너선사의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는 CBER 도입을 결의했다. 콘퍼런스를 금지하는 대신 얼라이언스는 허용한 셈이다.
얼라이언스는 지난 1996년 처음으로 해운 시장에 출현했다. APL MOL 네들로이드 OOCL MISC 하파크로이트 NYK NOL P&O 등 당시 선복 규모가 다소 뒤처지는 중견 선사들이 대형 선사에 대항해 공동운항 그룹을 결성한 게 시초다. 얼라이언스는 한동안 중대형 선사들의 전유물이었다. 세계 1~3위 선사인 MSC 머스크 CMA-CGM이 얼라이언스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인 운항 전략을 고수한 까닭이다.
하지만 2012년부터 세계 3대 선사가 가세하면서 컨테이너 해운 시장은 얼라이언스 체제로 완전히 재편됐다. 현재 기간항로상에서 운영되고 있는 얼라이언스는 ▲세계 1~2위 선사인 MSC 머스크가 결성한 2M ▲우리나라 HMM과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대만 양밍, 독일 하파크로이트가 결성한 디얼라이언스(TA) ▲프랑스 CMA CGM, 중국 코스코, 홍콩 OOCL, 대만 에버그린으로 구성된 오션얼라이언스(OA) 3개다.
EU는 2010년 4월 CBER를 도입한 뒤 2024년 4월25일까지 제도를 운영하고 추가 연장은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코로나발 공급망 대란으로 컨테이너 운임이 급등하고 선복 부족이 심화되면서 화주들이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제도를 유지해 왔지만 지난해 8월9일부터 10월3일까지 두 달간 화주와 해운물류항만업계를 대상으로 CBER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고 일몰을 반년 가량 남겨둔 올해 10월10일 제도 폐지를 선언했다. 얼라이언스 수가 적어 물류 비용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중소 해운사가 대형 선사에 대응해 협력하고 대체 서비스를 제공토록 하는 기능을 CBER 제도가 더 이상 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EU는 다만 공동행위(카르텔)를 금지하는 EU기능조약(TFEU)을 준수하는 자체평가서(Self Assessment)를 제출하면 협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해운사 공동행위를 일괄 면제에서 개별 면제로 전환하는 셈이다. CBER 폐지 이후엔 2개 얼라이언스 체제로 컨테이너선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3대 얼라이언스 중 TA와 OA는 자체평가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을 정한 까닭이다. 반면 올해 초 2M은 2025년 1월 이후 계약을 해지한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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