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7 09:11

4년치 일감 채운 한국조선, 상반기 LNG선 90% 싹쓸이

상반기 친환경선박 수주 中 제치고 세계 1위


한국 조선업이 4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경영 여건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인도 시기와 수익성을 고려한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했다는 게 조선업계의 평가다. 한국 조선은 수주잔량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주잔량 4000만CGT 육박…12년만에 최대

한국 조선은 올해 상반기 고부가·친환경선박 수주 부문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발주량의 29%를 기록, 59%인 중국에 크게 밀렸다. 선박 수주량은 516만CGT(수정환산톤수)로, 1043만CGT를 기록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다만 우리 고부가·친환경선박은 전 세계 발주량의 61% 50%를 각각 점유하며 세계 1위를 수성했다. 특히, LNG 운반선은 전 세계 발주량의 87%를 쓸어 담으며 압도적 1위를 석권했다. 

산업부는 “올해 상반기 선박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92억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2021년부터 개선된 수주실적이 생산으로 본격화되고 당시 높아진 선가도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선가가 높은 선박을 쓸어 담은 한국 조선업은 수주잔량도 1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올해 6월 말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은 3880만CGT로, 2020년 2066만CGT 대비 88% 증가했다. 일감 절벽에 독(Dock)이 개점휴업이 현실화된 2017년 1752만CGT와 비교해 121% 폭증한 수치다. 

조선소별 수주잔량에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990만CGT로 세계 1위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이 각각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조선가 변동은 조선사들의 수주잔량 확보에 따라 이뤄지기 마련이다. 2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조선사들은 건조 단가를 올리는 게 수월해진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조선사들은 이미 4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2026년까지 일감을 확보하면서 선별 수주 및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효자선종 LNG선 신조선가 ‘사상최고치’

국내 조선사들의 일감이 늘면서 신조선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6월 말 클락슨 선가지수는 170.9포인트(p)를 기록, 3년 전 125.6p와 비교해 36%(45.3p) 상승했다. 조선업계가 초호황 기였던 2008년 178.0p에 근접했다. 산업부는 “선가지수는 2008년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주력 건조 선종인 LNG 운반선이 신조선가 상승을 주도했다. 17만4000CBM(㎥) LNG 운반선은 건조 단가는 전년 2억3100만달러 대비 13% 오른 2억6000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같은 기간 2만2000TEU~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은 8% 상승한 2억2500만달러, 32만CBM(㎥) 유조선은 7% 오른 1만2600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신조선가 상승에 힘입어 올 하반기부턴 국내 조선사들의 경영 여건도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급감했지만 한국 조선이 친환경선박을 적극 공략한 게 의미가 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전 세계 발주량은 420만4000CGT로 전년 536만2000CGT 대비 22% 감소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179만6000CGT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 한 해 발주량은 예년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이러한 실적은 전 세계 발주량이 감소하고, 국내 조선사가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함에 따라 선별 수주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달성한 실적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국 조선은 7월 전 세계 발주량의 44%를 쓸어 담으며 2월 이후 5개월 만에 세계 1위를 탈환했다. 우리나라는 7월 146만CGT를 수주, 113만CGT를 확보한 중국을 눌렀다. 

3위 일본은 61만CGT에 그쳤다. 중국 일본의 점유율은 각각 34% 18%였다. 7월 실적을 포함할 경우 세계 시장에서 수주는 30%, 고부가 선박은 59%, 친환경 선박은 51%를 점유했다. 

산업부 측은 “앞으로도 국내 조선사가 더욱 적극적으로 수출과 수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미래 선박 기술개발, 전문 인력 양성, 생산인력 수급, 현장 애로 해소 등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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