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커진 대외 불확실성에 중남미항로 취항선사들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더해 올해는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 등 갖가지 악재에 시달리며 시장 변동성이 컸다. 설상가상으로 선복난, 항만 적체, 야드 장치장 부족 등 여러 고질적인 문제들이 겹치면서 선사들은 상반기 내내 정시운항률에 애를 먹었다.
어려운 경영 여건에도 선사들은 대체로 호실적을 거뒀다. 올해도 코로나발 고운임 기조가 이어졌고, 소석률(화물적재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게 영향을 끼쳤다. 다만 하반기 8월부터 수요 부진과 운임 하락을 겪으며 본격적인 불황 추세에 맞닥뜨렸다. 1~10월 누계 물동량은 15만7002TEU로 전년 동기 대비 6.2% 줄어들었다. 수출과 수입은 각각 11만1804TEU 4만5198TEU으로 4.0% 11.2% 하락했다.
올 1분기엔 운임이 하락국면에 접어들었다. 운임은 올해 1월 첫째주(1만323달러) 고점을 찍고 3월 8000달러대까지 떨어졌으나, 1500~2500달러대를 기록했던 코로나19 이전 시기(2017년~2019년)보단 여전히 훨씬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물동량은 1~2월 줄어들더니 3월에 되레 늘어났다. 팬데믹 이후 밀어내기 물량 특수 효과가 미미했다는 분석이다. 통상 설 연휴를 앞두고 1월 중순부터 선사들의 물량이 대거 쏟아졌던 코로나19 이전 시기와는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2분기엔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도시 봉쇄 조치 등 예상치 못한 악재가 발생하면서 시황 약세가 이어졌다. 특히 중국 상하이 등 도시 봉쇄 조치로 공장 생산이 일시 중단되면서 수요 감소가 두드러졌고, 중국 내 소매 판매 역성장 추세와 높은 수준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발생했다.
중국 국가 통계국에 따르면 4월 중국 소매 판매는 11.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재작년 3월 15.8%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4월 물동량도 전년 동기 대비 16.8% 후퇴한 13만2487TEU를 기록했다. 5월에도 운임과 물동량이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다만 6월부터 다시 중국 도시 봉쇄 조치가 점차 완화됨에 따라 운임과 물동량이 반등했다. 운임은 7000달러 선을 넘어섰고, 물동량도 1년 전 같은 시기보다 20% 늘어났다.
3분기엔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시황을 연출했다. 6월에 이어 7월엔 성수기를 맞아 상황이 역전돼 시황 강세를 나타냈다. 선사들은 선복 조절을 통해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운임 인상을 이끌어냈다. 운임은 다섯달 만에 다시 9000달러선을 넘어섰고, 물동량도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다만 8월부턴 해운 시장의 피크 아웃 우려가 현실화됐다. 중국 국경절 물량 특수, 선사들의 선복 확대 추세 등 여러 이유로 운임은 9월부터 급속도로 떨어졌다.
9월 운임은 6000달러대를 기록, 전달보다 무려 2000달러 가까이 급락했다. 이달에만 운임이 매주 800달러 이상씩 떨어진 셈이다. 물동량도 중국 국경절(건국기념일)을 앞두고 물량이 대거 풀리면서 7~8월 강세를 보이다가 9월부터 약세로 전환됐다.
4분기부터 인플레이션 압력과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악화되면서 본격적인 해운 불황 국면으로 접어들거란 전망이 잇따랐다. 해운업계는 9~11월 가파른 운임 하락세에 미뤄 코로나발 고운임 안정화 추세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설상가상으로 수요 부진 장기화와 선사 간 경쟁 심화가 이어지면서 초호황기를 누렸던 선사들의 좋은 시절은 끝났다는 평가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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