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팔 전 한국도선사협회장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는 지난해 11월11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미세먼지 저감 제품을 판매하는 친환경 기업 나라포레스트를 설립한 데 이어 12월27일 해양과 지구 환경을 연구하는 다원대양연구소를 출범시켰다.
나 회장은 지난 2018년까지 도선사협회 수장을 역임한 뒤 인천항 도선사로 돌아와 우리나라 해운항만의 안전 지킴이 역할을 하다 지난해 은퇴했다. 그는 20년간 도선사를 하면서 대기오염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대기환경이 도선사 업무와 직결되는 현안이었기 때문이다.
“도선사 일을 할 때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많이 불어오면 선박 운항을 중단하는 일이 잦았어요. 미세먼지가 안개와 결합해 항만을 뒤덮으면 항만이 마비되다시피 했어요.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나 회장은 현재 천안에 있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지구경영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은퇴 후 대기환경을 본격적으로 연구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그가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정한 것도 바로 환경이다.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환경 관련 기업들을 알게 됐고 이들과 제휴해 친환경기업 설립에까지 이르렀다.
“대학원 5학기째인데 박사 논문을 써야 해요. 평소 관심이 많았던 환경을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어요. 초미세먼지 관리사 자격증도 땄어요. 그러다가 환경기업을 만들게 됐습니다.”
나라포레스트는 우리나라 숲을 지킨다는 이름답게 특수직물 필터를 장착해 공기 중에 존재하는 오염물질을 흡착하고 분해하는 공기정화제품을 판매하고 공급하는 회사다.
제품 생산은 협력사인 포레스(옛 유브레스)에서 맡고 있다. 숲(Forest)의 숨결(Breath)을 불어넣는다는 이름의 협력사는 이탈리아에서 수입하는 특수직물을 활용해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미세먼지를 빨아들이고 정화하는 동명의 공기정화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포레스에서 생산하고 나라포레스트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형태의 공기정화제품들 |
비전기식 공기정화 제품 눈길
포레스 제품의 특징은 전기를 쓰지 않고 공기를 정화한다는 점이다. 공기를 맑게 하려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특수직물로 만든 필터를 삽입한 제품을 현수막이나 액자 스크린 가구 차량 등에 설치만 하면 제품 스스로 미세먼지를 포집하고 공기를 정화한다.
나 회장은 이 제품의 강력한 성능에 주목했다. 포레스는 건강에 치명적인 초미세먼지 정화 성능이 탁월하다. 톨루인이나 헵탄 포름알데히드 벤젠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최대 97%까지 흡수·포집하고 주요 환경 오염원으로 지목되는 황산화물(SOx)과 이산화질소(NO₂)도 90%까지 정화한다. 항바이러스 효과도 99%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건강에 정말 나쁜 게 초미세먼지예요. 미세먼지는 공기청정기에서 걸러지지만 초미세먼지는 안 돼요. 코의 점막이나 코털도 초미세먼지는 못 거르죠. 폐에 들어가면 꽈리(폐포)를 통과해서 혈관까지 침투해 온 몸으로 퍼집니다. 우리 제품은 초미세먼지 효과가 탁월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게 나무나 습지예요. 우리 제품은 1㎡ 당 5년생 나무 115그루를 심은 효과가 있어요.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항바이러스 효과가 높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포레스는 인천과 청도에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인가받은 제조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전체 구매지출의 1%를 장애인 표준사업장에 써야 하는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포레스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다.
현재 서울 서초구와 광진구, 부산 해운대구, 제주도 등의 지자체에서 포레스 제품을 이용해 도심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나 회장은 전했다. 이들 지역을 운행하는 관용차량이나 트럭 등엔 하나같이 특수 제작한 공기 정화 제품이 달려 있다.
“서울 서초구, 부산 수영구, 경기도 광주시 마을버스에 우리 제품을 달았고, 부산 해운대구에선 관용차 31대가 쓰고 있어요. 전국 지자체로 공급망을 확대해 나가려고 합니다.”
나 회장은 해운항만 전문가답게 앞으로 미세먼지 때문에 발생하는 항만 지역의 대기오염 문제를 해소하고 해상 안전을 제고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체 초미세먼지의 8% 이상을 선박이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산 같은 항만 지역에서 선박의 초미세먼지 배출 비중은 50%를 웃도는 상황이다. 항만의 대기오염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자 해수부는 지난해 1월 항만지역 대기질 개선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항만에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잖아요. 특히 화물트럭들이 공회전하면서 오염물을 심하게 배출해요. 컨테이너선은 또 얼마나 많이 오가나요. 미세먼지를 최우선적으로 줄여야 하는 곳이 항만이죠.
부두 갠트리크레인 등에 현수막 형태로 포레스를 달면 미세먼지를 크게 줄여 현장근로자들의 건강도 챙기고 짙은 해무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선박 사고 등의 안전 문제도 낮출수 있다고 생각해요.
수십 년간 해운항만산업에서 일하면서 많은 혜택을 받았어요.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으로 항만 철도 공항 등에 공기정화제품을 공급해 ESG(친환경·사회공헌·윤리경영) 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올해 목표입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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