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 시장이 코로나19 사태에 힘입어 사상 초유의 호황을 구가한 건 올 한 해 일대 사건이었다. 물동량이 두 자릿수로 폭증하고 전 세계적으로 선복 부족난이 만성화하면서 운임은 코로나 이전 수준에 비해 최대 8배 상승했다.
피어스에 따르면 올해 11개월간 아시아-북미항로 물동량은 1951만TEU를 달성, 지난해에 비해 17.5% 급증했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화물은 18% 늘어난 102만TEU를 기록했다. 한국발 물동량이 100만TEU를 넘긴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 같은 흐름이라면 올 한 해 물동량은 110만TEU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1개월간 미국으로 수송된 중국발 물동량은 17% 늘어난 1140만TEU를 기록했다. 중국발 화물은 2018년 세운 연간 최고기록인 1167만TEU를 가볍게 돌파했다.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CTS)가 집계한 10개월간 유럽항로 물동량은 9% 늘어난 1413만TEU를 달성했다.
물동량이 급증한 가운데 코로나 사태로 물류 처리는 지연되면서 화주들은 심각한 물류난에 시달렸다. 12월 들어 로스앤젤레스(LA)나 롱비치 같은 미국 최대 항만에선 컨테이너선이 100척 이상 대기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선박이 현지 항만에서 화물을 내리지 못해 발이 묶이면서 아시아 화주들은 짐을 싣고 싶어도 배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사태를 365일 내내 겪었다.
운임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평균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3743포인트(p)를 기록, 지난해 1265에 비해 3배 상승했다. 유럽항로 평균운임은 6배 인상된 6050달러, 미국 동서안 평균운임은 각각 2배 이상 상승한 8313달러 5961달러를 기록했다.
동남아항로 평균운임도 4배 뛰어오른 955달러를 찍었다. 코로나 이전 수준에 견준 인상률은 훨씬 더 높다. SCFI는 2019년 811p에 비해 5배 가까운 상승률(362%)을 보였다. 유럽항로 운임은 2년 전보다 8배, 미 동·서안항로 운임은 3배 이상 폭등했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화주들은 직접 배를 빌려 자가수송에 나섰다. 미국 유통회사인 홈디포와 월마트, 캐나다 유통회사인 달러트리, 스웨덴 가구기업인 이케아가 각각 컨테이너선과 일반화물선 등을 용선해 자사 제품 수송에 나섰다.
대만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회사인 TSMC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짓고 있는 반도체 생산 공장에 들어갈 원부자재를 수송하려고 선박 1척을 빌리는 협상을 자국 선사인 에버그린 양밍해운 완하이라인 등과 벌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또 미국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선사와 협업해 해상 컨테이너 수송능력을 두 배로 늘리는 한편 70대 수준이던 자가수송용 항공기 규모를 연내 85대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유사 이래 가장 뜨거운 시황이 이어지면서 컨테이너선사들의 실적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3분기까지 우리나라 HMM이 4조원을 훌쩍 뛰어 넘는 영업이익을 낸 것을 비롯해 프랑스 CMA CGM이 14조원, 덴마크 머스크가 13조원, 대만 에버그린이 8조원, 양밍이 5조원, 이스라엘 짐라인이 4조원을 웃도는 이익을 달성했다. 일본 원(ONE)은 상반기(4~9월) 6개월 동안 8조원의 이익을 남겼다.
고려해운 장금상선 같은 국적 근해선사들도 올 한 해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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