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한일항로는 수출 운임이 12년 만에 300달러를 돌파하고 한일 무역전쟁 이후 약세를 이어갔던 수입화물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등 긍정적인 시황을 연출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사이 한국과 일본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47만62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4만4000TEU에 견줘 2.2% 성장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160만TEU엔 미치지 못했지만 두 자릿수에 가까운 하락세를 띤 지난해의 부진을 털고 상승세로 돌아선 건 고무적이다.
특히 수입화물은 20%에 이르는 급증세를 거뒀다. 수출화물은 지난해 28만800TEU에서 올해 28만6200TEU로 2% 늘어났고 수입화물은 23만3700TEU에서 27만9600TEU로 20% 급증했다. 수입화물의 큰 폭 성장으로, 지난해 55대 45였던 수출입화물 비중은 올해 51대 49로 크게 좁혀졌다.
환적화물은 지난해 92만9600TEU에서 올해 91만400TEU로 2% 뒷걸음질 쳤다. 환적화물은 3국간 항로 개설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두 자릿수의 감소세를 띤 데 이어 올해도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하고 부진을 노정했다.
월간 실적은 3월 한 달을 제외하고 모두 플러스 성장했다. 하지만 성장 폭은 높지 않았다. 올해 1월과 5월 10월엔 각각 0.5% 0.1% 0.2%, 2월과 4월엔 각각 1.4%, 8월엔 1.8%의 성장률을 보였다. 6월과 7월 9월 석 달만 6% 안팎의 비교적 견실한 증가세를 신고했다.
선사 관계자는 “1년 반가량 부진했던 수입화물이 올해 들어 빠른 성장세를 보인 게 긍정적”이라며 “지난해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한 기저효과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한일 무역전쟁 이후 부진했던 일본 제품 수입이 올해 들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운임은 올 한 해 크게 올랐다. 전 세계적인 운임 상승세가 한일항로에도 영향을 미쳤다. 선사들이 선적상한선(실링)을 조여 운임을 회복하는 전략을 쓴 것도 효과를 발휘했다. 지난 2월까지 150달러 아래에 머물던 한일항로 수출 운임은 3월 들어 250달러로 상승했고 10월엔 50달러 추가 상승하며 300달러를 넘어섰다. 이 항로 운임이 300달러를 돌파한 건 2009년 9월 이후 12년 만이다.
수출 운임은 실링제도가 도입된 2008년 35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서서히 하강해 2009년 10월 250달러 선으로 떨어졌고 2015년 이후 200달러선을 유지하다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무역분쟁으로 150달러대로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엔 선사 간 경쟁이 격화되고 운임공표제 개편 후유증이 표면화되면서 100달러가 붕괴되기도 했다.
당시 일부 선사들은 시장 악화의 원인을 공표제 개편으로 보고 제도 시행을 유예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시장에선 선사들의 이전투구식 저가 경쟁이 근본원인이란 지적이 강하게 나왔다. 결국 지난해 4분기 들어 선사들이 시장 안정화에 힘을 쏟으면서 운임은 시나브로 상승세를 탔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2월 현재 국적 근해선사의 부산발 일본 게이힌(도쿄·나고야·요코하마) 한신(오사카·고베)행 공표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315~320달러를 기록했다. ±10%의 편차를 허용하는 공표운임 특성상 실제 시장에 적용되는 운임은 300달러 안팎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외 원양선사들이 받는 운임은 100~600달러 사이로, 근해선사와 큰 차이를 보였다. 우리나라 HMM은 180달러, 홍콩 OOCL은 155달러를 각각 신고했고 머스크 자회사인 씨랜드는 한신항로에서 500달러, 게이힌항로에서 600달러를 받고 있다.
수입항로 운임도 물동량 강세를 배경으로 3배가량 상승했다. 올해 초 20~50달러선을 맴돌던 수입 운임은 3월 들어 100달러로 상승했고 7월엔 150달러를 찍었다. 선사들은 용선료와 컨테이너장비 임대료가 크게 올라 운임을 인상하지 않으면 채산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화주들을 설득했다.
운임 회복을 위한 공급 축소 정책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 올 한 해 실링은 1~2월 75%, 3~4월 80%, 5~6월 80%, 7~8월 75%, 9~10월 80%, 11~12월 80%로 설정됐다. 강력한 공급 제한 정책으로 올 한 해 전 취항선사들이 실링을 모두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올해도 선사들의 일본 지방항 서비스 개척은 이어졌다. 장금상선과 자회사인 흥아라인은 지난 2월 부산항과 중국 상하이 닝보, 일본 도호쿠(東北) 홋카이도 지역을 연결하는 컨테이너선항로를 새롭게 시작했다. 서비스이름은 상하이-도호쿠서비스(STS)다. 오랜 파트너인 흥아라인과 공동운항계약을 해지한 고려해운은 지난 3월 남성해운과 6번째 한중일 펜듈럼항로인 뉴차이나칭다오(NBP) 서비스를 열었다.
프랑스 CMA CGM도 한일항로 확대에 열을 올렸다. 지난 1월 우리나라 부산항과 일본 규슈 지역을 잇는 NPF 서비스를 모지까지 확대했다. 6월엔 부산-괌·사이판익스프레스(GSX)를 개편해 일본 하카타를 취항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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