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자에 이어>
나. 소비자계약과 근로계약에 관한 특칙
국제사법은 제27조 제4항 내지 6항과 제28조 제3항 내지 5항에서 소비자계약과 근로계약에 관해 관할에 관한 특칙을 두고 있으므로 이 조항들이 제2조에 우선해 적용될 것이다. 즉, 소비자계약 또는 근로계약의 경우, 소비자 또는 근로자가 제기하는 소는 소비자의 상거소 또는 근로자의 노무제공지에서도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소비자 또는 근로자를 상대로 하는 소는 소비자의 상거소 또는 근로자의 노무제공지에서만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재판관할합의는 원칙적으로 분쟁이 이미 발생한 경우 서면에 의한 사후적 합의만이 허용되고 사전합의는 소비자 또는 근로자에게 유리한 관할법원의 추가적 합의만 허용된다.
다. 국제재판관할의 합의
(1) 머리말: 국제계약은 계약서에 관할합의(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다. 국제사법은 제2조에 국제재판관할규정을 두어 국제재판관할결정에 관한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국제재판관할의 합의에 관해는 명문의 규정이 없어 그 효력 및 해석이 문제된다.
(2) 준거법의 문제: 국제재판관할의 합의에 관해는 우선 그러한 합의의 성립여부에 관해 어떤 법률에 따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점에 대해서는, 그것이 법정지의 재판관할의 배제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법정지법에 따라야 한다는 설, 소송상의 합의라 할지라도 합의 자체는 당해 계약의 준거법에 따라야 한다는 설, 국제사법에 있어서의 당사자자치원칙에 준해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정해지는 준거법에 따라야 한다는 설 등이 있을 수 있으나, 이 문제는 법정지의 국제민사소송법상의 문제라 할 수 있으므로 법정지의 국제사법(또는 국제민사소송법) 자체의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위 경우의 구체적 해결로서는 국제사법상의 당사자자치원칙에 의한 준거법 합의의 성부의 경우를 유추해 합리적으로 준거법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3) 합의의 방식: 민사소송법 제29조는 관할의 합의는 반드시 서면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원래 우리나라 법원들 가운데서 관할법원을 선택하는 합의에 관한 규정으로 해석되지만 국제 재판관할합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서면에 의할 것이 요구되는가가 문제가 된다. 이점에 관해 원칙적으로 양 당사자의 서명이 있는 서면을 필요로 한다는 설과 서면에 의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양 당사자의 서명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설, 합의가 확인되면 서면에 의한 신청에 대해 구두 또는 묵시적 승낙이 있으면 된다는 설, 당해 외국법상 서면에 의한 합의가 요구되지 아니한 때에는 서면에 의하지 아니해도 무방하다는 설,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면 족하다고 해 서면 등 특별한 방식을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고 하는 설 등이 주장되고 있다.
관할합의가 당사자들의 소송수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사소송법 제29조 의 서면방식은 원칙적으로 국제적 관할합의에 대해서도 적용돼야 할 것이나, 국제민사소송법상의 관할합의방식에 대해서는 성문법규가 따로 없고 위 법 조항의 입법취지가 특히 당사자의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데 있다고 할 수 있고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재판관할합의방식으로 반드시 서면에 의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도 아니하므로, 민사소송법 규정의 취지를 참작하면서 조리에 따라 이를 결정하면 족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에서도 대부분의 견해는 국제재판관할합의의 경우에는 반드시 엄격한 서면합의를 요하지 않고 이를 완화된 방식으로 해도 무방한 것으로 보고자 하는 것 같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우리나라 민사소송법규정과 같은 서면에 의한 합의방식이 반드시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현실에서는 외국인을 당사자로 하는 국제민사소송사건에 있어서까지 그러한 엄격한 방식을 요구할 필요는 없고 서신이나 전보의 교환, 선하증권의 경우 당사자 일방이 작성한 서면의 교부등에 의해 당사자 사이에 국제재판관할에 관해 합의된 사항이 명백한 때에는 그 방식을 적법한 것으로 인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4) 국제재판관할합의의 유형-전속적 관할합의와 비전속적 관할합의: 관할합의에는 특정국의 법원에 대해서만 재판관할권을 인정하는 전속적 관할합의와 당사자에 의해 지정된 합의법원 이외에 다른 나라 법원의 관할도 인정하는 비전속적 관할합의가 있다. 전속적 관할합의는 합의된 법원 이외에 다른 일체의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배제하는 것으로서, 국제계약에서는 주로 전속적 관할합의의 효력이 문제된다.
(5) 합의의 효력: 국제계약은 계약서에 관할합의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은 바, 우리나라에서는 외국법원에의 전속적 관할합의도 그 사건이 우리나라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아니하고 지정된 나라에서 동 합의를 인정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유효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유효요건을 갖추어야 유효할 것이며, 계약책임 외에 불법행위책임에도 적용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고, 일방의 경제적 우위를 남용한 것이라고 보여질 정도로 현저히 불합리한 경우에는 국제사법상 공서의 원칙에 반해 무효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약관의 경우 약관규제법의 적용을 받아 무효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선하증권약관에서 뉴욕법원을 전속적 관할법원으로 합의한 사안에서 관할합의가 공서에 반하고 합리성을 결여해 무효라고 판시하면서 합의의 유효성판단에 대한 일응의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아래에서는 국제재판관할합의의 유효성 판단기준, 불법행위적용여부, 약관규제법의 적용문제 및 공서의 원칙의 적용과 한계 등에 대해 살펴본다.
(6) 합의의 유효성 판단기준
1) 민사소송법과의 관계: 우리나라 민사소송법 제26조는 관할합의의 유효요건으로 ① 제1심법원의 임의관할에 속하는 사항일 것, ② 일정한 법률관계에 기한 소송일 것, ③ 서면에 의한 합의일 것 등을 들고 있는 바, 이를 국제재판관할의 합의의 경우에도 유추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생각건대, 국제거래에 있어서 당사자가 향후 분쟁발생에 대비해 미리 관할합의를 함으로써 법정지를 고정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타당한 것이므로, 국제재판관할합의의 경우에도 그것이 내국법원에 재판관할권을 부여하는 것이든 내국법원의 재판관할권을 배제하는 것이든 가능한 한 유효한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재판관할합의의 남용을 방지하고 당사자의 공평, 재판의 적정·신속·효율이라는 민사소송법의 기본이념과 섭외적 법률관계의 인정이라는 국제사법의 기본이념을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의 규정과 관련된 제반요소를 고려해 그 유효성을 부인해야 타당한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므로 그 유효요건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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