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국내 선사에게 친환경선박을 발주하도록 의무화하면 해운업의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되는 것이 아닌가요?”
전 세계적으로 국가 또는 지역 단위의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해외 선진 선사들은 친환경선박을 구매해 대응하고 있는 반면, 국내 해운업계는 친환경선박에 대한 투자 부족과 규제로 인한 비용부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부는 이와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환경 친화적 선박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친환경선박법’)”을 최근 제정해 2020년 1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필자는 사실 친환경선박법의 제정에 대해 해운업의 시선에서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국내 선사가 결국 비용을 들여 기존 선박을 대체해 친환경선박을 조선소에 발주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고, 선사의 비용 증가가 해운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결국 조선소만 경제적 수혜를 누리는 것이 아니냐는 판단이다.
그러나 최근 제정된 친환경선박법을 살펴보니 친환경선박의 보급이 활성화되면 국내 해운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선다. 우선, 친환경선박이 해운업계에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 이유는 사실 선사들이 어려운 해운시황에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선박의 주 연료로 사용되는 ‘벙커유’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두 배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고유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국내 선사들은 ‘저운임’과 ‘고유가’의 이중고 속에서 고통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환경선박법 제정으로 친환경선박의 보급이 촉진되면 친환경연료 사용이 확대돼, 장기적으로는 선사의 연료에 대한 비용지출이 감소될 여지가 있다.
또한, 해운업은 우리나라 수출입물량의 약 99.8%를 운송하는 국가의 기간산업에 해당하지만 매번 국민 생활과 밀접하지 않다는 논리에 막혀 정부의 재정 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친환경선박법의 제정으로 정부가 해운업의 발전에 추진동력이 되는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선박을 친환경선박으로 전환하거나 친환경선박을 구매하려는 선사에 대해 재정 지원기준 및 방법 등을 법률에 명시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고, WTO 협약 위반에서 비교적 유연한 ‘해운업’에 대한 선지원을 통해 ‘조선업’까지 후지원이 이어지는 소위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머스크라인(Maersk Line)과 같은 해외 선사는 경기 침체에 따른 해운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벌써 수 년 전부터 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와 함께 친환경선박 확보 정책을 수립해 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왔다. 그 당시 덴마크 해사청(DMA)의 친환경선박 추진정책과 함께 진행된 정부의 저금리 금융지원정책이 이를 뒷받침을 해주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아니된다.
우리나라 정부도 친환경선박법의 제정 및 시행을 기화로, 관계 부처 간 긴밀한 협의, 조정을 통해 친환경선박 보급 촉진 등과 관련해 선사에 지원될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해운업과 조선업 및 조선 기자재업이 모두 상생(相生)할 수 있는 ‘재도약의 기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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