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
사진)이 회사의 인력 구조조정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 15일 정 사장은 서울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이슈에 대해 해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건조 생산성이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미래를 위해 핵심인력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2016년 자구계획을 세울 때 올해 목표 매출액이 7조5000억원, 내년엔 4조5000억원이었는데 실제로 올해 9조원이 넘는 매출이 시현될 걸로 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년간 자산매각, 자회사매각, 인력감축, 손익개선 등 자구노력을 통해 올해 말 목표인 3조4000억원을 초과한 총 3조420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2020년까지 총 자구계획 목표인 5조8000억원 대비 현재까지 60%의 이행률을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은 재작년 채권단에 자구계획안을 제출, 2015년 말 1만3199명이던 인력을 올해 말까지 9000명 이하로 줄이기로 한 바 있다. 9월 말 기준 대우조선 직원수는 9933명으로 자구계획안을 이행하려면 올 연말까지 약 1000명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정 사장은 자구계획을 수정해 당장 올해는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정 사장은 “구조조정을 위한 구조조정이 아닌 건실하게 수익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 시키고자 하는 게 구조조정”이라며 “처음 예측했던 매출과 생산량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내년 매출 목표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도 상황에 맞게끔 유연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실적과 독(Dock) 가동률은 당초 예상했던 수준을 웃돌고 있다. 현재 생산성은 최저였던 2015년 보다 약 25% 가량 오르면서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다고 정 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대우조선의 독 가동률이 100%에 달해 매출도 9조원 이상이 기대된다”며 “생산설비 규모가 비슷한 삼성중공업이나 1.5배 더 큰 현대중공업의 매출이 우리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에 13조원에 달하는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일부 여론에 대해 억울함을 드러냈다. 그는 “2015년 4조2000억원을 지원받았고, 2017년 2조9000억원의 추가 신용한도 지원으로 총 투입 액수는 7조1000억원 수준”이라며 “처음 지원받은 4조2000억원 중 3억6000억원은 출자전환했으며, 주가가 오른 점을 고려하면 70~90% 상환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2조9000억원의 여신한도 중 3500억원만 쓰고 있다. 실제로 차입금은 약 1조원”이라며 “엄청난 혈세를 지원받은 건 사실이다. 피나는 노력을 통해 혈세가 지원된 가장 모범적인 케이스의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 15일 대우조선해양 서울 사옥에서 정성립 사장(사진 가운데), 이근모 부사장 (오른쪽), 조욱성 부사장 (왼쪽)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
일본의 WTO 제소 “몽니 부린다”
대우조선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해 조선 ‘빅3’를 ‘빅2’로 재편하는 방안도 이날 간담회에서 거론됐다. 지난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현재의 조선 체제를 ‘빅2’로 개편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구조조정을 통해 대우조선이 작지만 단단한 회사가 된다면 빅2로 개편하는 전략을 포함한 조선사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을 고려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사장은 “대한민국 조선인으로서 전 세계 조선 수요공급과 현재 국가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보면 빅2로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중 어떤 기업과 합병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답을 피했다.
또 정 사장은 우리나라 정부의 조선업 지원에 대한 일본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우리가 짓고 있는 배들은 일본에서 건조할 수 없는 선박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경쟁관계가 아닌데 왜 일본이 나서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대우조선은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가치가 높고 정부가 아닌 채권단의 상업적인 판단에 의해 지원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 일본이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올해 대우조선의 곳간을 든든히 채워준 LNG(액화천연가스)선 훈풍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과 한국을 제치고 LNG 1위 수입국으로 올라선 중국행 수요와 톤마일(ton-mile) 증가로 내년에도 LNG선이 수주가 기대된다. 건조 기술력이 중국 일본 등과 비교해 뛰어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내년에도 LNG선 수주전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대우조선은 전망했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의 올해 수주목표 달성 가능성은 낙관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수주목표는 73억달러이며, 현재 54.5억달러를 수주해 목표의 75%를 달성했다.
그는 “로즈뱅크 프로젝트가 발주사의 지분 매각으로 지연돼 올해 발주가 어렵게 됐으나 현재 진행 중인 상선 및 프로젝트 등을 고려해 볼 때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이기는 하지만 달성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이 건실한 기업으로 평가받으려면 내년이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철강가격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올해보다는 수익이 감소하겠지만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어 3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고 연 매출 7조~8조원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게 정 사장의 각오다.
그는 “대우조선의 현재 상태를 환자로 비유하면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재무적이나 생산적 측면에서도 안정을 찾았다”며 “인적자원 역량이 지속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소에 걸맞은 정도로 복원돼야 정상화가 완성됐다고 말씀 드릴 수 있다”며 인력 확보에 대한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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