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7 09:00

논단/ 해상보험에서의 부보위험 및 보상하는 손해의 범위에 대한 입증책임과 전손과 분손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법학박사)
보상하는 손해의 범위와 관련하여, 전손인지 여부는 보험목적물의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하며 피보험자가 입증해야
머리말
 
해상보험에 있어서는 해상보험약관을 두는 것이 관행이며, 우리 해상보험실무에서는 적하보험은 영국의 협회적하보험약관(The Institute Cargo Clauses; ICC로 약칭되며 ICC(A), ICC(B), ICC(C)의 세가지 약관이 사용됨), 선박보험은 협회기간선박보험약관(The Institute Time Clauses-Hulls; ITCH)과 협회항해선박보험약관(The Institute Voyage Clauses-Hulls; IVCH)이 주로 사용된다.

해상보험약관은 그 준거법을 영국의 법률과 관행을 따르도록 하는(subject to English law and practice) 영국법준거약관을 두는 것이 보통이며, 담보범위, 담보사유(부보위험)를 규정함은 물론 면책사항을 분명히 하기 위하여 일정한 사유에 대하여는 보험자가 보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약정면책사유, 즉 면책약관(exclusion clauses)을 두는 것이 보통이며, 보상범위와 관련하여서는 전손만을 담보하는 TLO(Total Loss Only) 약관, 단독분손은 담보하지 않는 FPA(Free from Particular Average) 약관, 분손까지 담보하는 WA(With Average) 약관 등이 있다.
 
여기에서는 해상보험에서의 부보위험 및 보상하는 손해의 범위에 관련하여 전손과 분손, 현실전손과 추정전손, 이에 관한 부보위험과 입증책임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준거법 – 영국법 준거약관
 
보험계약에 그 준거법을 영국의 법률과 관행을 따르도록 하는(subject to English law and practice) 영국법준거약관이 있는 경우 국제사법의 당사자 자치의 원칙에 따라 유효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그 내용 여하에 따라서는 약관의 효력 및 적용 범위가 문제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은 1991. 5. 14. 선고 90다카25314판결에서 "보험증권 아래에서 야기되는 일체의 책임문제는 외국의 법률 및 관습에 의하여야 한다는 외국법준거약관은 동 약관에 의하여 외국법이 적용되는 결과 우리 상법 보험편의 통칙의 규정보다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하게 된다고 하여 상법 제663조(보험계약자 등의 불이익변경금지)에 따라 곧 무효로 되는 것이 아니고 동 약관이 보험자의 면책을 기도하여 본래 적용되어야 할 공서법의 적용을 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거나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여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하게 된다고 판단되는 것에 한하여 무효로 된다고 할 것인데, 해상보험증권 아래에서 야기되는 일체의 책임문제는 영국의 법률 및 관습에 의하여야 한다는 영국법준거약관은 오랜 기간 동안에 걸쳐 해상보험업계의 중심이 되어온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라 당사자간의 거래관계를 명확하게 하려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공익규정 또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이라거나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유효하다"고 판시한 이래 1996. 3. 8. 선고 95다28779판결 등에서 이를 계속 확인하고 있어 우리법상 영국법준거약관의 유효성은 이미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해상보험에서의 부보위험 및 보상하는 손해에 대한 입증책임
 
가. 부보위험(peril insured against) 및 손해와 입증책임(burden of proof)
 
해상보험에 있어서도 보험목적(the subject matter insured)이 멸실되는 등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그 손해가 보험계약에서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보상하여 주기로 약정한 부보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보험자는 보험금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부보위험에 의하여 멸실 또는 훼손 등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하며, 따라서 피보험자는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그 손해가 부보위험에 의한 것이고 보상하는 손해의 범위 안에 있다는 사실 및 손해와 부보위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여야 한다.
 
해상보험자가 부담할 부보위험의 범위에 관하여 입법례가 포괄책임주의와 열거책임주의로 나누어지나, 우리나라 보험법과 우리나라의 해상보험약관이 통상 준거법으로 하는 영국해상보험법은 열거책임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부보위험 중 대표적인 것이 해상고유의 위험이다. 해상 고유의 위험(perils of the seas)이라 함은 해상에서 보험의 목적에 발생하는 모든 사고 또는 재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상에서만(of the seas) 발생하는 우연한 사고(fortuitous accident) 또는 재난만을 의미하여, 우연성이 없는 사고, 예컨대 통상적인 바람이나 파도에 의한 손상, 자연적인 소모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않으며,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이러한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대법원 1998. 5. 15. 선고96다2773 판결).
 
나. 입증의 정도 및 입증책임의 특수성
 
피보험자와 보험자가 서로 상반된 사실이나 가설을 주장할 경우, 그 양자의 개연성을 비교하여(the balance of probabilities) 피보험자가 주장한 사실이나 가설이 보다 개연성이 우월하면 입증이 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 개연성이 우월하지 못하고 서로 비슷한 정도라고 하면 피보험자는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원인불명의 선박침몰사고 등에 있어 법원이 자연소모(wear and tear), 타 물체와의 충돌, 불감항성 등 여러 가지 제시된 가능한 원인 중에서 확신이 서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 중 하나의 원인이 다른 원인보다 더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그 하나의 원인을 채택하는 것은 잘못이며 이러한 경우 사고의 원인은 불명이며 따라서 피보험자가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영국판결 The Popi M(1985)). 한편 화물이 선박과 함께 행방불명된 경우에는 현실전손으로 추정되고 그 현실전손은 일응 부보위험인 해상위험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보험자는 전보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며, 이러한 부보위험으로 인한 손해라는 추정은 보험자가 부보위험이 아닌 다른 위험 내지 면책위험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있음을 주장하고 그 가능성이 보다 우월하거나 동일함을 입증하는 경우에 한하여 깨어지게 된다(대법원 1991. 5. 14. 선고 90다카25314판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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