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자에 이어>
나. 히말라야 약관의 효력과 관련하여
(1) 운송물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운송인의 이행보조자, 대리인 또는 하위계약자(any servant, agent or Sub-contractor of the Carrier)’(이하 ‘운송관련자’라 한다)에 대하여 제기된 경우에 그들이 운송인이 주장할 수 있는 책임제한 등의 항변을 원용할 수 있고, 이와 같이 보호받는 하위계약자(Sub-contractor)에 ‘선박소유자 및 용선자, 운송인 아닌 선복제공자, 하역업자, 터미널 운영업자 및 분류업자, 그들을 위한 이행보조자와 대리인 및 누구든지 운송의 이행을 보조하는 사람이 포함된다’는 취지의 이른바 ‘히말라야 약관(Himalaya Clause)’이 선하증권의 이면에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 그 손해가 고의 또는 운송물의 멸실, 훼손 또는 연착이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생긴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하위계약자인 하역업자도 선하증권에 기재된 운송과 관련하여 운송인이 선하증권 약관조항에 따라 주장할 수 있는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다(대법원 1997. 1. 24. 선고 95다25237 판결, 대법원 2007. 4. 27. 선고 2007다494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여기에서 말하는 ‘누구든지 운송의 이행을 보조하는 사람’에는 위 약관에서 운송인과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있을 것을 요구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과 직접적인 계약관계 없이 그 운송인의 선하증권에 따른 업무범위 및 책임영역에 해당하는 작업의 일부를 대행한 하역업자도 포함된다.
(2) 운송계약을 체결한 계약운송인의 위임을 받아 운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한 실제운송인이 있을 경우에, 선하증권을 발행한 실제운송인과 선하증권 소지인 사이에는 선하증권 기재에 따라 운송계약상의 채권관계가 성립하는데(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7006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선하증권 이면약관의 해석상 이스턴 마린이 실제운송인으로서 송하인 히타치에 대하여 이 사건 선하증권에 따라 운송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기간은 이 사건 화물의 선적 시점부터 양륙 시점까지이므로, 양륙 이전 단계인 양륙항에서의 양륙작업은 이스턴 마린의 운송 책임 범위에 포함된다.
비록 T상선이 이 사건 주된 용선계약의 FIOST 조건에 따라 직접 양륙작업을 인수하였고 피고가 그 양륙작업을 하수급함에 따라 피고와 이스턴 마린 사이에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이스턴 마린은 이 사건 선하증권에 의하여 히타치에 대하여 양륙작업까지의 운송책임을 지며 피고는 이러한 이스턴 마린의 양륙작업을 대행한 자로서 이 사건 히말라야 약관에서 규정하는 운송인의 하위계약자의 지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운송인의 지위와 운송계약의 당사자, 내용과 관련하여
(1) 선주와 용선자 사이의 주된 용선계약과 용선자와 재용선자 사이의 재용선계약은 각각 독립된 운송계약으로서 선주와 재용선계약의 재용선자와는 아무런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선하증권의 발행사실만으로 당연히 운송인의 지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4. 10. 27. 선고 2004다7040 판결 등 참조).
T상선은 D코퍼레이션과 이 사건 재용선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주된 용선계약과 다른 비용부담조건 등의 운송조건을 명시하고 수수료가 아닌 운임약정을 하였다. 그리고 T상선이 순수한 의미의 운송주선인이라면 화주와의 관계에서 운송용역을 인수하지 아니하므로 운송과 관련된 이행보조자를 둘 필요가 없음에도, 직접 하역업체에 양륙작업의 도급을 주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T상선이 체결한 이 사건 재용선계약은 이 사건 주된 용선계약과 별도로 이루어진 운송계약으로 볼 수 있으며, 이 사건 선하증권에 송하인이 히타치로 표시된 사정만을 가지고 히타치와 실제운송인인 이스턴 마린 사이에 직접 운송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 원심이 히타치와 이스턴 마린 사이에 직접 운송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고 그 전제에서 이 사건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이 그들 사이의 운송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었다고 판단한 부분은 잘못이나, 피고가 선하증권에서 정한 이스턴 마린의 양륙작업을 대행한 하위계약자로서 이 사건 선하증권의 히말라야 약관을 원용하여 책임제한의 항변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운송계약, 서렌더 선하증권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사실을 오인하거나 이유를 밝히지 아니하는 등의 사유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평석
위 대법원 판결은 원선하증권이 발행된 후 서렌더된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을 당사자의 의사합치를 근거로 운송계약의 내용에 편입시켜 이면약관을 적용한 것으로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약관의 문언에 따라 운송인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독립적 계약자의 책임제한을 인정함으로서 히말라야 약관의 적용범위를 넓게 인정한데 그 의의가 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선하증권이 발행되지 않고 선하증권 양식 또는 사본에 서렌더 표시가 되어 송부되는 경우 일반 해운관행에서와 같이 선하증권 이면이 송부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이면약관을 운송계약의 내용에 편입시켜 이면약관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침묵하고 있고 앞에서 살펴본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다27082 판결은 그 적용을 부정한 바 있어 이 부분에 대하여는 위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었다 할 수 없다.
결어
서렌더 선하증권은 선하증권상에 Surrender라는 문구를 찍는 등의 방법으로 선하증권의 상환증권성을 포기한 선하증권을 말하므로 수하인이 선하증권 원본 없이 신속히 화물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운송인이 선하증권의 권원증권성과 상환증권성에 대한 권리행사를 포기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권리포기 선하증권이라 할 수 있는데, 실무상 선하증권 양식 또는 사본에 서렌더 표시를 하여 송하인에게 송부하는 경우 선하증권 전면만 송부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선하증권 이면까지 송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선하증권에 관한 법리와 해운관행에 비추어 볼 때, 운송인과 송하인 사이에 원선하증권을 발행한 후 서렌더하기로 합의한 경우, 선하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서렌더 표시를 한 선하증권 양식 또는 사본이 송부된 경우는 물론, 서렌더 선하증권에서 ‘SURRENDER’ 문언이 표시된 선하증권 양식 또는 사본의 전면만이 송하인에게 송부된 경우라 하더라도, 이면약관을 계약내용에서 배제하려는 명시적 의사표시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의사는 이면약관도 계약에 편입하기로 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통상 해상운송인의 이행보조자나 사용인 또는 대리인이 해상운송인이 갖는 면책권이나 책임제한권 등의 이익을 주장하거나 원용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규정된 선하증권 이면약관상의 히말라야 약관(Himalaya Clause)은 선하증권 이면약관이 서렌더 선하증권의 운송계약의 내용에 편입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한 히말라야 약관 자체가 유효하면 당연히 적용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위에서 살펴본 대법원 2016. 9. 28. 선고 2016다213237 판결은 원선하증권이 발행된 후 서렌더된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을 당사자의 의사합치를 근거로 운송계약에 편입시켜 이면약관상의 히말라야 약관에 따라 운송인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독립적 계약자의 책임제한을 인정한데 그 의의가 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해운관행에서와 같이 선하증권이 발행되지 않고 선하증권 양식 또는 사본의 전면만 송부되고 선하증권 이면이 송부되지 아니한 경우에 대한 판결이 아니고 앞에서 살펴본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다27082 판결은 선하증권이 발행되지 아니한 경우 선하증권 이면약관의 편입을 부정한 바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해소되었다 할 수 없다.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대한 확실한 법해석이 필요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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