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있는 유용한 물류사전]
▲조흥식 대표 컨설턴트
최근 많은 기업들이 사내 물류 인력의 직무 능력 강화의 중요성을 인식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외부 기관에서 개설한 교육 과정을 활용하거나 사내 전문가 과정을 개설해 자사에 최적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물류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20년간 물류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며, 현장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서비스의 일환으로 제공해 왔다. 아쉽게도 기업의 규모와 무관하게 많은 물류 현장이 사내 교육이나 연수의 표준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컨설팅과 세미나를 수행하며 습득한 개인적 경험과 자료, 그리고 현장 확인을 통해 내용을 구성하는, 그야말로 시행 착오 속에서 하나하나 배워가며 교육을 진행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상이한 물류 환경의 기업들에서 교육이 이루어졌지만 물류 인력 교육의 방향은 하나의 초점으로 수렴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바로 이론과 실제의 균형이다.
예시를 통해 물류 교육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1층은 상하차 작업장이고, 2, 3층은 보관 및 피킹 작업장으로 운영중인 총 3층 규모의 물류센터가 있다. 센터에는 화물 전용 고속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고 수년 전부터 2개의 위탁운영 업체가 센터 운영을 담당해왔다. 센터 총괄 관리자는 센터 내 작업 인력의 유휴 대기 시간 발생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
[유휴 대기 시간의 발생]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점은 1층의 상차 작업자와 차량의 유휴 대기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1층 전체 작업 시간의 60~70%가 유휴 대기 시간이었으며, 상차 작업자의 대기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차량 2대는 항상 대기하는 상태로 운영됐다. 당연히 차량 출발 지연이 발생됐고, 수송 물량인 경우는 도착 센터 반입 작업 인력의 대기 시간 또한 길어졌다. 정시에 마쳐야 하는 작업이 지연되면서 연결된 후속 업무까지 지연된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1층 상차 작업장에서 발생한 작업자 유휴 대기시간이 전체 업무 효율성 악화로 연결된 사례다. 전후 사정을 생략해 단순화한 사례이긴 하나, 이와 유사한 경우가 물류 현장에서 종종 발생되는 게 현실이다.
[업무 구간 병목 발생]
앞선 사례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보자. 출고 작업의 제약조건은 엘리베이터다. 엘리베이터의 반송 능력을 초과해 출고 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 엘리베이터가 대기하지 않도록 다른 작업의 속도를 엘리베이터의 최대 반송 능력에 맞게 동기화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다면 엘리베이터의 능력 부족이 작업자 유휴 대기를 발생시켰다고 봐야 할까? 아니면 엘리베이터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해서 작업자 대기 시간이 발생한 것일까? 대답은 모두 “NO”다. 현장 상황에 대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엘리베이터는 화물전용 대용량 고속 사양으로, 다른 작업 능력에 맞게 충분한 물량을 처리 할 수 있다. 문제는 2, 3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머무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10분 이상인 경우와 수분 이내인 경우가 불규칙적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은 2, 3층에서 피킹 작업 소요 시간 편차(취급 난이도나 엘리베이터로부터의 거리 등에 따른)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피킹 난이도가 높은 경우 각 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잡아두는 일이 발생되기 때문에 피킹 처리 능력 저하, 즉 작업 인력의 부족이 1차적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피킹 작업은 100% 가동률이 요구되었기 때문에 피로 누적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가중됐다.
[조직의 벽]
2, 3층 피킹 업무에서의 병목이 문제라면, ‘1층의 유휴 대기 중인 상차 작업자 일부를 피킹 작업에 재배치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이것이 내재된 제2의 원인이다. 해당 물류센터는 피킹 작업(2, 3층)은 A업체에, 상하차 및 반품 대응 업무(1층)는 B업체에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 별로 소속이 다른 담당자가 배정돼 있다.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조직(회사, 팀 등)이 다르면 인력 자원을 유연하게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이는 직접 운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류현장에서는 매일 평범하게 발생하는 일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이러한 운영상의 부담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전체 작업의 진행 상황을 확인해 상황에 맞는 인력 자원 배치를 조정하고 조율할 수 있는 현장 관리 책임자가 필요하다.
[작업 의욕 저하]
제3의 원인은 작업 의욕(Motivation) 저하다. 가동률이 최대 상태로 작업이 지속되면 업무의 능률은 저하되기 마련이다. 또한 작업 진행 상태를 알지 못하고, 막연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작업 의욕은 저하된다. 센터 1층의 상차 작업자에게는 2, 3층의 작업 진척 정보가 거의 전달되지 않아, 어느 정도의 작업량이 남아 있는지 정확한 정보 없이 엘리베이터로 물량을 계속해서 전달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런 경우라면 작업자가 동기와 의욕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아쉽게도 현장 관리 책임자는 작업 진척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함으로써 작업자의 의욕과 능률을 함께 올리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한 것이다.
[근본은 교육에 있다]
아마 물류 현장 근무자들은 이러한 상황의 인과관계를 직감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원인을 제대로 정리·분석하고 해결책을 논리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거나 훈련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교육과 인재 육성의 문제다. 앞에서 예로 든 현장의 경우를 살펴 보면, 근본적인 문제는 ‘병목’, ‘조직 간의 벽’, ‘작업 의욕 저하’에서 드러난 세 가지 현상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과 리더십을 갖춘 관리자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물류 현장의 실태와 인재 육성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이야기 하기 위해 각색된 사례를 이야기했으나, 이와 유사한 경우는 물류 현장 어느 곳에서든 발생 할 수 있다. 문제의 뿌리는 깊고 넓게 퍼져 있다.
[이론과 실제의 양면성]
현장 작업자 - “현장을 모르면 소용이 없다.”
우선 기업의 교육에 대해 정리해 보자. 실무에 종사하고있는 현장 종사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려고 하는 경우 항상 상충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것이 교육의 양면성이다.
“일은 책상에 앉아 머리로 생각하고 외워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부딪히며 자신의 눈과 귀와 몸에 익히는 것이다.”
“교실에서 받은 교육은 현장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목소리다. 특히 물류 업무의 경우, 책이나 문서를 읽거나 설명을 듣는 것 만으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현장에 몸을 두고 동료와 대화하며 처음으로 알게되는 일이 많다.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경험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물류는 현장을 아는 데서 시작된다.
관리 조직 담당자 - “경험과 직감에 의존하고 있으니까 안 된 것이다.”
한편 관리층이나 전략 조직에서는 현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경험과 감으로 일을 하고 있다.”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기준이 없어 매번 유사한 실수를 되풀이 한다.”
“작업별 전문 인력을 양성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의견에도 일리가 있다. 조금 과장하면, 신입 인력을 바로 현장에 배치해 어깨 너머로 일을 배우게 하는 것을 OJT라 부르며 직무 교육의 일환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업무를 배운다 하더라도 단편적인 수준일 것이므로 다양한 변수에 맞는 응용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어쩌면 어렵게 확보한 인력이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라고 실망감을 토로하며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발생될 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물류 현장은 분명이 존재한다.
[이론과 실제는 수레의 두 바퀴]
두 가지 입장에 대해 어느 쪽이 옳고 그른가를 판가름할 수는 없다. 오히려 두 입장 모두 맞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즉 이론과 실제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아서 두 바퀴와 같아서 균형을 유지하며 회전해야만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이 절묘한 균형을 확립하는 것이야말로 기업 내 교육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수영장 훈련 후 바다로]
필자가 강의를 할 때 사용하는 비유를 통해 이론과 실제의 관계를 살펴보자. 교실에서 배우는 교육은 ‘수영장의 수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현장에서 실행하는 것은 ‘바다의 수영’ 이다. 헤엄 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바다에 던져지면 수영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아닌 한 대개 물에 빠지고 말 것이다. 현장에서의 실행만으로 진행되는 교육이란 그런 것이다. 운 좋게 떠 있을 수 있다 해도 제대로 헤엄을 쳐 이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우선은 안전한 수영장에서 물에 뜨는 법을 배운 다음, 팔과 다리의 움직임, 호흡법 등의 기본 교육을 제대로 배우고 익혀야 한다. 하지만 수영장은 수심이 얕고, 조류와 바람, 파도도 없다. 수영의 기본은 몸에 익혔지만,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 적절하게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수영장에서는 익힐 수 없다. 결국은 바다로 나가 자연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접하며 바다 수영을 몸에 익혀야 한다. 또 바다에서 응용만 반복할 경우, 어느새 기본 폼이 무너지게 되고, 생각처럼 안정적으로 헤엄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때는 수영장에 돌아가 폼을 교정한 후 다시 바다로 나가야 한다. 이렇게 ‘수영장 → 바다 → 수영장 → 바다’ 의 순환을 반복함으로써 바다 수영을 완전하게 익힐 수 있다.
[이론과 실제의 균형점]
중요한 것은 이론과 실제의 균형을 어느 정도로 맞추는 것이 바람직 하냐는 것이다. 이론에만 치우치면 현장에서 ‘실무를 몰라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력’으로 겉도는 존재가 되고 만다. 반면 이론이 취약하면 매일 업무에 치이며 경험과 감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안주해버리게 된다. 솔직히 필자 스스로도 최적의 균형점이 어디인가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가지고 있을 리 없다. 아쉽지만 모든 현장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 위해서 시행 착오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간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이다. 다만 그 경험을 바탕으로 물류 분야에 한해 한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현 시점에서 이론이 확실히 약하다는 것이다. 물류 조직의 미래만이 아닌, 기업의 미래를 위한 거시적 관점에서 물류 각 부문 관리자와 실무자의 이론적 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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