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7 10:16

판례/ Solomon 제도에서 수입한 원목에 적용할 법은?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 판결

【사                건】  2015가합6143(본소) 채무부존재확인 2016가합753(반소) 보험금
【원고(반소피고)】  H손해보험 주식회사
【피고(반소원고)】 W목재 주식회사
【변론종결】 2016년 4월28일
【판결선고】 2016년 5월26일
【주                문】
1. 원고(반소피고)와 피고(반소원고) 사이에 체결된 별지 제1항 기재 보험계약과 관련해 별지 제2항 기재 사고로 인한 원고(반소피고)의 피고(반소원고)에 대한 보험금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피고(반소원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본소, 반소를 합해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본소 : 주문 제1항과 같다.
반소 :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는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에게 271,257,360원 및 이에 대해 2015년 5월19일부터 이 사건 반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본소와 반소를 함께 판단한다.

<8.28자에 이어>

4. 이 사건 보험계약의 무효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규정

이 사건 보험계약이 체결될 당시 이 사건 화물이 모두 멸실돼 위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했고 피고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영국해상보험법 제1부칙 보험증권해석에 관한 규칙 제1조에 따라 원고는 피고에 대해 위 사고로 인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나.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을 제10, 11, 12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선박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후 5일이 경과한 2015년 3월10일경 전복되기 시작해 2015년 4월13일경 완전히 침몰한 점, 관할 해양경비안전서장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직후가 아닌 2015년 3월10일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선박의 침몰에 대비하는 조치를 지시했던 점,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손해사정사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에는 이 사건 선박의 파손된 부위를 수리한 다음 물빼기 작업을 하면 다시 운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이 사건 화물을 매도한 B는 평소에 위 화물을 바다에 띄워 보관해 왔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당시에는 이 사건 화물이 멸실돼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이 사건 보험계약의 취소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최대선의의무 및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취소

1)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갑 제3, 9, 10호증, 을 제1,6, 11호증의 각 기재,증인 F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이 체결될 당시 피고가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이 사건 화물의 수입과 관련된 업무를 수입중개인 G에게 전적으로 위탁했는데, G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2015년 3월5일 오전경 피고의 직원 F과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통화를 했다.

나) F은 위 통화에서 G으로부터 ‘이 사건 선박에 문제가 생겨 입항이 지연된다’라는 말만 듣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어떠한 문제가 생겼는지 묻지 않았고, 통화를 마치고 이를 다른 직원들에게 전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F은 1997년경 피고에 입사한 후 2003년경 부터 ‘상무’라는 직함으로 부산항에서 피고가 수입하는 원목의 검수, 출고 및 하역 업무 등을 담당해온 직원이고, 이러한 F의 지위, 경험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선박이 부산항에 입항할 예정이었던 2015년 3월5일경 위 선박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도 그 구체적인 문제나 예상되는 지연 기간에 관해 전혀 묻지 않았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하는 점, 수입중개인인 G이 F에게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사실을 축소해서 고지할 이유도 없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F의 위 증언은 그대로 믿을 수 없고, F이 위 통화에서 G으로부터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사실을 들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이 사건 선박의 대리점인 H의 이사 I은, 2015년 3월5일 11:00경 피고의 직원에게 전화로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사실을 알려 주었다고 진술했고, 이 사건 션박의 부산항 대리점인 J의 직원 K도 2015년 3월5일 정오경 피고의 직원에게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사실을 통보했고, 위 직원이 향후 일정을 문의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위 각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라) 이 사건 사고에 관해 인터넷 ‘소방방재 신문’ 인터넷 사이트에는 L 09:24경에 “(조난사고) 군산, 충돌선박 발생, C”, M 09:17경에 “군산 선박 충돌사고 대처상황”, ”피해현황: C의 선수부 파공으로 좌현으로 약 30도 경사 침수”라는 글이 각 게재됐다.

마) 이 사건 보험계약이 체결될 당시 피고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N은 2015년 3월2일부터 2015년 3월12일까지 캐나다에 체류하고 있었던 점,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 제1항에는 ‘통상적인 업무수행과정에서 자신이 알고 있어야만 할 모든 사항은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라고 규정돼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이 G, F 또는 피고의 직원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사실을 인지한 이상 피고가 이를 알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갑 제9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직후 함정 8척 및 항공기 3대가 동원돼 구조작업을 한 끝에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한 18명의 선원이 모두 위 선박에서 탈출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 사건 선박이 이 사건 사고로 운항능력을 상실해 예인선에 의해 예인되다가 침몰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인정사실에 의해 알 수 있는 이 사건 사고의 정도에 비추어 위 사고가 발생한 사실은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보험료를 정하고 그 위험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사정으로서,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 제1항 소정의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은 체결 당시 피고가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실을 원고에게 고지하지 아니해 영국해상보험법 제17조, 제18조에서 정한 최대선의의무 및 고지의무를 위반함에 따라 이를 취소한다는 원고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이 사건 2015년 12월8일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적법하게 취소됐다고 할 것이다.

나. 취소권 행사기간의 도과 여부

1) 피고의 주장

원고는 2015년 4월경부터 피고가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사실을 알았다는 증거를 수집하고 2015년 5월경 손해사정사를 통해 피고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등 피고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항들에 대해 고지의무를 위반했음을 알게 됐으면서도, 그로부터 수개월이 경과한 후에 이 사건 2015년 12월8일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이 사건 보험계약을 취소하는 의사표시를 했으므로, 위 의사표시는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져 효력이 없다.

2) 판단

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보험계약의 취소를 규정하고 있는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에는 그 취소권의 행사기간에 관해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나, 영국법원의 판례에 의하면 피보험자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보험자가 기간의 제한 없이 무한정하게 고지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보험계약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기간 내에 취소권을 행사해야 하고, 보험자가 취소권을 행사하지 않을 의사임이 명백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흐른 경우나 보험자가 취소권을 늦게 행사함으로써 피보험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또는 제3자의 권리관계가 개입하게 된 경우라면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추인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일 뿐, 그렇다고 해 그 상당한 기간을 일률적으로 우리 상법 제651조 소정의 제척기간에 상응하는 1개월 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대법원 1996년 3월8일 선고 95 다28779 판결 참조) .

나) 원고는 피고의 보험금 청구를 거절해 오다가 이 사건 소송에 이르렀고, 이 사건 소송에서도 시종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며, 다만 이 사건 보험계약의 효력을 부인하는 방법으로 2015년 12월8일자 준비서면에 의해 위 보험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게 됐는바, 원고가 이처럼 취소권을 늦게 행사함으로써 피고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거나 제3자의 권리관계가 개입하게 됐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보험계약 취소의 의사표시가 상당한 기간이 도과된 상태에서 행사됐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6.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보험계약과 관련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할 것인데, 피고가 이를 다투는 이상 원고로서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본소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이광영, 판사 이지웅, 판사 이진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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