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희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수·해양플랜트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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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인 신분인 트럼프는 다양한 신문방송매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트럼프노믹스(Trumpnomics)를 통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Partnership·TPP) 폐기, 중국 등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각 국가들과 맺은 다양한 형태의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 등을 통해 국수주의, 보호무역주의, 고립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이후에 확대되고 있는 신고립주의는 해운뿐만 아니라 조선해양플랜트 시장에도 다양한 예측 불가능성을 확대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은 정책단계에서 오랜 논의와 토론을 통해 공화당과 연계해 개발한 것이 아니라 오랜 사업활동을 통해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선입견과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향후 얼마나 실제적인 이행으로 연계될지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매우 어렵다.
특히 국내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은 최근 영국계 투자펀드의 STX조선해양과 STX프랑스 패키지 인수,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현대중공업의 6개 회사 분사 전략 등 매우 복잡한 내홍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고문은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공약이 국내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대해 간략하게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강대한 미국의 재건(Great America Again)을 슬로건으로 자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 통상정책과 연계해 보호무역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와 관련해 2016년 11월에 발표된 Drewry 보고서 ‘미국 선거결과가 컨테이너 운송시장에 미치는 영향(The US election will impact container carriers)’에 따르면 새로운 미국 정책은 컨테이너화물로 대표되는 국제물동량 감소로 직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대형 컨테이너선에 대한 발주 물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고, 한진해운 사태 이후 중고 또는 재용선 컨테이너선박이 신규로 시장에 유입됨에 따라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에 대한 건조 경쟁력을 갖고 있는 국내 대형 조선소들은 신규 수주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은 낙후된 미국의 도로, 항만, 공항, 교량, 철도 등의 재건에 무려 1조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하고, 태양열, 풍력 등으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 보다는 화석에너지에 대한 생산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철강, 시멘트, 건설 원자재 등에 대한 해외 수입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산적건화물에 대한 틈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2010년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Deepwater Horizon호 사고이후 오바마 정부는 북극과 대서양 주변 대륙붕에 대한 시추금지 및 탐사허가 중단 조치를 취했으나, 최근 ‘Obama Reverses Offshore Drilling Plan’에 따라 극지방을 제외하고 멕시코만과 대서양 주변 해역에 대한 탐사 및 시추를 허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환경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생산단가 대비 효율성을 기준으로 에너지산업 규제 철폐를 통한 셰일가스 및 오일을 포함하는 자국 원유 생산량을 확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의 이면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무조건 신재생에너지를 반대하고, 화석에너지를 찬성하는 양분법적 입장이 아닌 비용대비 효과 즉 가성비가 가장 높은 에너지를 선택하겠다는 상업적 논리가 내포돼 있다. 그리고 트럼프 당선인은 중동으로부터 에너지 독립(energy independence)의 전제 조건으로 자국 에너지자원(원유·석탄 등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주장함으로서 원유나 가스전 개발시 필요한 승인 과정을 축소하고, 자원 개발에 적용되는 각종 환경 규제의 철폐를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각종 원유 및 가스와 관련된 VLCC, Product Carrier, LNG Carrier 등과 같은 액체화물운반선의 수요가 축소될 수 있는 반면 미국 내에서 수출에 필요한 일부 프로젝트화물에 적합한 선박에 대한 소수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2016년 10월에 발표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미국 대선과정의 에너지 및 기후변화 정책 논의와 향후 전망’에 관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건설공사와 관련하여 오바마 정부는 캐나다 앨버타주(州)에서 생산되는 오일샌드를 파이프라인을 통하여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하고 있는 멕시코만 정제시설까지 이송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승인을 거부했으나, 트럼프는 후보자 시절부터 사업의 재추진을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공약들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유전의 생산비용이 절감돼 중동 원유와 비교해 비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사례는 에너지개발을 통한 적극적인 생산확대 및 해외 수출장려를 의미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러한 정책은 당분간 석유와 가스산업의 downstream에 대한 국제적인 물동량이 축소될 수 있으나, 역으로 upstream 예컨대, 탐사, 시추, 생산에 필요한 각종 시설에 대한 신규 투자 및 용선 확대는 기대해 볼 수 있다. 특히 육상 유전, 셰일가스, 멕시코만에 분포돼 있는 다양한 유전들에 대한 탐사 및 생산에 대한 투자확대는 유가하락으로 인해 최종투자결정(Final Invest Decision·FID)이 지연된 프로젝트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동 분야에 대한 EPC 경험과 경쟁력을 갖고 있는 국내 조선소들이 신규 해양플랜트 수주할 수 있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전히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은 유가 상승보다는 지금과 같은 유가의 하향안정을 통한 자국 물가의 안정에 많은 비중을 둘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조선소는 지역별 맞춤형 영업전략을 통한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수주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10월31일 제6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기존의 조선산업(SHIP BUILDING INDUSTRY)의 경쟁력과 수익성 재편을 통한 고부가가치 선박서비스 분야로 외연을 확대하는 선박산업(SHIP INDUSTRY)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외관상 대내외적인 의지 표명만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고, 산업 4.0 시대에 적합한 기업의 거시적 생존전략이 동시에 완비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예컨대, 1892년 토머스 에디슨이 설립된 백열등 제조회사로서 미국의 대표적인 제조기업인 GE는 대부분의 제조회사들이 관행적으로 하고 있는 ‘오랜 기술 개발을 통한 신제품 출시’에서 벗어나 ‘고객의 요구가 발생하기 전에 제품을 출시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다양한 서비스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종합서비스제공회사로 변화하고 있다.
즉 선박과 해양플랜트에 설치되는 대형 가스터빈을 제조하던 GE가 다양한 센서와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효율적으로 운영관리 노하우를 생산해 과거에 단순히 1차적인 부가가치 생산자에서 2차+3차가 결합된 4차 부가가치 생산자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국내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에 투영하여 반추해보면 국내 조선소는 더 이상 단순히 선박 및 해양플랜트를 건조자의 역할에서 탈피해야 한다.
과거의 단순 제조업 방식에서 벗어나 선주 및 발주자들이 필요로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선제적으로 인식해 해결방안와 시스템을 제공해 주는 주체로 성장해 지금과 같이 발주절벽의 시대에도 안정적인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기업의 존속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즉 디지털 기술 혁명의 시대, ICT 융복합의 시대에 있어서 저렴한 인건비와 대량생산을 통한 제품생산의 판매전략은 곧 후발자들에 추월을 당하고 블루오션의 강자에서 곧 레드오션의 경쟁자로 남게 된다.
따라서 국내 조선소들은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선택과 집중으로 우위를 확보하고 정치·경제상황 변화에 유연한 영업 전략을 수립해 제조업에 근간을 둔 생산원가 경쟁력과 더불어 틈새시장에 적합한 기술력으로 신규 수요가 예상되는 북미시장에서 새로운 승자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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