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운송조건과 관련해
원심은, 이 사건 각 매매계약상의 대금결제방법에 따르면, 이 사건 강재를 실은 선박이 인천항에 도착했을 때 실수입업자인 서주글로벌 주식회사(이하 ‘서주글로벌’이라고 한다)가 이 사건 강재 관련 선하증권 원본을 제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점, 이에 따라 이 사건 강재의 운송인은 화물인도지시서에 의해 이 사건 강재의 반출을 통제할 수 있는 영업용 보세창고로 이 사건 강재를 운반해 보관하도록 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이 사건 운송계약이 ‘CFR FO 조건’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실수입업자의 의뢰를 받은 하역업자가 운송인으로부터 운송물을 수령하는 때에 이 사건 강재가 인도됐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강재의 인도시점은 운송인 등의 화물인도지시서에 의해 이 사건 강재가 보세창고에서 출고되는 때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원심은 보세창고업자인 피고가 선하증권이 발행된 이 사건 강재를 운송인이나 운송인의 선박대리점으로부터 화물인도지시서를 제출받지 아니한 채 서주글로벌의 요청에 따라 반출했으므로, 이로 인해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해상운송화물의 인도시기와 화물인도지시서, 보세창고업자의 지위, 묵시적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피고가 상고이유에서 원심판결이 대법원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했다고 하면서 들고 있는 대법원 2004년 10월15일 선고 2004다2137 판결은 화물이 실수입업자의 의뢰를 받은 하역업자에 의해 양하 및 보세운송돼 자가보세장치장에 입고된 사안에서 ‘FO 조건’에 따라 선상도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영업용 보세창고업자가 화물인도지시서에 의해 화물을 인도하는 관행이 존재하는 양하항에서 화물이 양하 후 영업용 보세창고에 입고된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원심판결이 대법원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했다고 할 수 없다.
다. 신용장거래 등 거래조건과 관련해
원심이, 원고가 2005년경부터 서주글로벌이 중국 철강회사로부터 강재를 수입하는 때에 중국 철강회사를 수익자로 하는 신용장을 대신 개설해준 다음 위 수입계약의 단가보다 1톤당 1~3달러 높은 단가로 강재를 서주글로벌에게 매도하는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서주글로벌은 원고를 수익자로 한 신용장을 개설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해 왔다고 인정한 것은, 원고와 서주글로벌 간 거래의 실질을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신용장을 대신 개설해주는 방식에 의한 일종의 신용공여로 본 취지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경험과 논리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없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판시 인정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않고 이 사건 강재가 서주글로벌에게 먼저 반출되도록 승낙했다거나 이 사건 선하증권상의 권리를 포기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묵시적 승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경험과 논리의 법칙을 위반해 사실을 인정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없다.
라. 상법 제798조 해석과 관련해
상법 제798조 제2항에서 정한 ‘사용인 또는 대리인’이란 고용계약 또는 위임계약 등에 따라 운송인의 지휘·감독을 받아 그 업무를 수행하는 자를 말하고 그러한 지휘·감독과 관계없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자기 고유의 사업을 영위하는 독립적인 계약자는 포함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4년 2월13일 선고 2001다75318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피고는 창고업을 영위하는 독립적인 계약자일 뿐, 이 사건 강재를 운송한 운송인의 지휘·감독을 받아 그 업무를 수행하는 운송인의 사용인이나 대리인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운송인의 항변을 원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상법 제798조 등에 관한 법리오해나 이유모순 등의 위법이 없다.
2. 평석
위 대법원 판결은 화물이 영업용 보세창고에 입고된 경우 화물의 인도시점은 운송인 등의 화물인도지시서에 의해 화물이 영업용 보세창고에서 출고된 때라고 할 것이며, 영업용 보세창고업자가 화물인도지시서나 운송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화물을 인도했다면 그로 말미암아 선하증권 소지인이 입은 손해에 대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판결한 것으로 기존의 대법원 판결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V. 결어
해상운송에 있어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운송인은 수하인, 즉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함으로써 그 계약상의 의무이행을 다하는 것이나, 화물의 인도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에 관해는 일률적으로 논할 수 없고, 화물의 종류, 약정 내용에 따라 사안별로 판단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에서 살펴본 대법원 판결취지에 비추어 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화물을 영업용 보세창고에 입고시킨 사실만으로는 화물이 운송인의 지배를 떠난 것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화물의 인도시점은 운송인 등의 화물인도지시서에 의해 화물이 영업용 보세창고에서 출고된 때이고, 영업용 보세창고업자가 화물인도지시서나 운송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화물을 인도했다면 그로 말미암아 선하증권 소지인이 입은 손해에 대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므로, 창고업자로서는 수입자와 체결하는 임치계약이나 보관계약의 내용과 관계없이 화물인도시 별도로 운송인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면 그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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