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중 국제여객선(카페리) 항로는 침체의 긴 터널을 지났다. 여객은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으며 화물은 둔화 양상을 보이면서 카페리선사들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선사들은 선박 안전을 위한 신조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중카페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6개 한중 카페리항로의 여객 및 화물수송실적은 각각 144만600명 48만3100TEU를 각각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여객은 9.5% 감소했으며 화물은 2.5% 성장했다. 2014년 실적은 각각 159만2500명 47만1500TEU였다.
여객 9% 감소 화물 2% 성장
여객 실적은 인천-톈진항로의 재개, 평택-옌타이항로의 신규 취항 등으로 항로 수가 크게 늘었음에도 2013년 이후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 결과 한중 카페리항로의 여객 승선율(정원 대비 여객수)은 2014년 65%에서 지난해 56%로 9%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10곳의 항로가 여객 부문에서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인천-단둥과 인천-웨이하이 평택-룽청 평택-웨이하이 인천-스다오 인천-옌타이 인천-칭다오 인천-다롄 인천-잉커우 인천-롄윈강 평택-롄윈강 등이다.
여객 감소는 <세월>호 후유증과 메르스 여파, 한중 양국의 통관 강화 등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전국을 강타했던 메르스는 중국 단체관광객 급감으로 이어졌다.
매년 급성장세를 보이던 중국인 이용객은 2014년 113만200명에서 지난해 104만4300명으로 7.6% 줄어들었다. 한국인 이용객은 40만200명에서 37만5300명으로 14.7%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잇따른 선박 사고는 선사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연운항훼리의 평택-롄윈강항로는 1년 가까이 휴항 중이다. 이 항로 취항선박인 <씨케이스타>(CK STAR)호는 지난해 4월 기관 고장으로 운항을 중단한 뒤 재취항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 선박은 광양항에 계류된 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대룡해운의 <융샤>(YONG XIA)호는 지난달 6일 중국 취항지인 룽옌항 인근 조선소에서 수리 중에 가스 폭발 사고를 겪었다. 이 선박은 설 연휴를 맞아 정기 입거 수리에 들어갔다가 이 같은 변을 당했다.
대룡해운은 사고 이후 발 빠르게 컨테이너선을 대체선으로 투입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으나 인명피해까지 겹쳐 운항 재개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후선 교체는 한중 카페리선사들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까지 화동해운(인천-스다오) 단동국제항운(인천-단둥) 연태훼리(평택-옌타이) 석도국제훼리(군산-스다오) 4곳이 나란히 중국 황하이(黃海)조선에 신조선 발주를 마쳤다.
이들은 중국에서 배를 짓는 대신 엔진은 유럽산을 도입함으로써 안전도를 높였다. 앞서 발주한 세 선사가 독일 만디젤 엔진을, 석도국제훼리가 핀란드 바르질라 엔진을 장착한다. 이밖에 위동항운을 비롯해 한중훼리 진인해운 연운항훼리 등도 신조선 도입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조선 중국서 짓고 유럽 엔진 장착
화동해운은 지난해 4월 착공에 들어갔으며 올해 8월 신조선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한중카페리선사 중 가장 빨리 신조선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선박명은 기존 선박들의 이름을 따라 <화동명주8>호로 정해졌다. 신조선은 3만4000t(이하 총톤수)급이며, 여객정원 1500명 화물정량 350TEU다.
단동항운의 경우 계약은 화동해운과 같은 2014년 9월26일에 체결했지만 선박 인도는 2개월가량 늦은 올해 10월에 이뤄질 예정이다. 설계에 시간이 걸리면서 지난해 7월에야 공사가 시작됐다.
선박명은 화동해운과 마찬가지로 앞서 운항한 선박을 계승해 <동방명주8>로 정해졌다. 2만4000t급의 이 선박은 여객 정원 1500명 화물정량 200TEU다.
지난해 12월18일 신조선을 착공한 연태훼리는 내년 4월께 선박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신조선 중 유일하게 LOLO(크레인을 통한 하역방식) 형태로 지어지는 이 선박은 가격도 가장 낮다. 1만9000t급 신조선은 여객정원 800명 화물정량 460TEU다.
LOLO형답게 다른 신조선보다 크기는 작지만 화물수송능력은 가장 크다. 선박이름은 <시블루웨일>(Sea Blue Whale)로 정해졌다.
석도국제훼리는 지난해 12월10일 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 6월께 선박을 넘겨받는다는 구상이다. 2만t급 규모에 여객 1200명 화물 250TEU다.
우리나라에 본사를 둔 석도국제훼리는 신조선을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BBCHP)으로 도입하기 위해 황하이조선소와 협상을 벌이다 당초 계획보다 6개월가량 늦어진 지난해 말 계약을 맺게 됐다.
이 회사 김상겸 사장은 “국내 선박안전법과 한국선급 안전규정을 조선소에 숙지시키는 과정에서 계약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신조선 가격은 5500만달러 안팎에서 정해졌다.
신 인천국제여객선터미널은 한중카페리업계의 최대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카페리업계는 인천항만공사(IPA)가 짓고 있는 신 국제여객터미널의 하역공간을 늘려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IPA 유창근 사장은 올해 1~2월 중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해 그 결과를 토대로 공사와 선사, 항만물류기업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 약속은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카페리업계 관계자는 “한번 국제여객선터미널을 지으면 몇 십년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용자인 선사들은 개선사항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IPA가 당초 계획대로 공사를 강행하는 건 선사들에게 사업을 하지 말라는 거나 마찬가지”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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