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치킨집 수가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만큼 많다고 한다. 경쟁이 치열한 탓에 폐업률도 높다. 하지만 개중에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도 있다. 비결은 ‘차별화’다. tvN ‘수요미식회’는 지난해 4대 치킨집을 선정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차별화된 레시피와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물류기업의 차별화 역시 생존을 위한 필수 요인이 됐다. 21세기 접어들어 급변하는 기업환경으로 공급망(SCM)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물류기업은 여전히 저단가 영업을 통해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서비스 다각화나 특정 품목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소수에 불과하다. 화주기업의 공급망 전체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부족하다.
화주기업 관계자는 “물류기업 실무담당자들과 공급망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물류업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는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기업들이 자체 IT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앞으로 물류기업이 어떻게 방향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도,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대기업까지 물류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며 물류산업의 판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물류기업들이 화주에게 워낙 낮은 운임을 제공해온 터라, 변화의 속도가 더딘 상태다. 그렇다고 안주할만한 상황도 아니다. 화주기업의 2세 경영 체제 전환으로 고도화된 물류 서비스를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화주의 요구를 충족할만한 역량을 갖춘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서 물류기업들이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선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과 역량강화가 시급하다. 대다수 물류기업들은 다년간의 화주와의 거래를 통해 상당한 노하우와 데이터를 쌓아왔다. 이를 기반으로 더 다각화 되고 특화된 물류서비스를 개발할 잠재력도 충분하다.
우리는 그동안 거대자본의 횡포를 수없이 봐왔다. 대기업이 물류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 배경을 살펴야 한다. 대기업은 플랫폼을 연결고리로 화주정보를 끌어 모아, 물류기업들의 생존권 자체를 앗아갈 수도 있다. 지금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거대자본의 꾐에 말려들었다가, 어떤 식으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른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올해의 키워드로 ‘차별화’를 제시하려 한다. 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세계 수출시장 1위 품목은 64개로 집계된다. 물류기업의 차별화된 경영전략을 통해 화주기업의 수출경쟁력은 더 강화될 수 있다. 수출입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화주와 물류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댄다면 세계 수출시장 1위 품목은 세 자릿수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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