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21 10:06

이란 경제제재 해제, 내수시장 진출 확대 기대

수출 금융 및 무역 보험 등 금융지원 필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14년만에 해제됐다. 지난 16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해제하면서 對이란 금융거래를 위한 한국은행 허가제 및 ‘이란 교역 및 투자 가이드라인’이 폐지됐다.

이에 따라 對이란 수출업체는 투자비금지확인서 없이 통관, 선적, 결제 등이 가능해져 제한적으로 허용됐던 이란과의 교역이 자유로워졌다. 2002년부터 서방의 제재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었던 이란이 국제사회에 복귀하게 된 것이다. 이란 제재가 해제되면서 국내 기업의 이란 내수시장 진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플랜트·건설 수주 증가 예상…저유가로 경제 회복 ‘점진적’

이란 원유의 수출 증가로 국제 원유 초과 공급은 더욱 확대되고 저유가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란 원유 생산량은 2014년 일일 310만 배럴 수준에서 2016년 하반기에는 420만 배럴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경제제재 강화 이전 연평균 5.7%씩 성장했던 이란 경제는 제재 강화 기간 중에는 연평균 5.0%씩 축소됐다. 원유 수출에 의한 수익이 GDP의 약 17%를 차지할 만큼 원유 의존도가 높은 이란은 원유 수출 재개로 경제성장률이 상승할 전망이다. 다만, 이란은 원유 수출 재개로 경제가 회복되겠지만 저유가로 인해 회복세는 점진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제재 해제로 감소하던 한국의 對이란 수출은 증가하고 낮은 단가의 이란산 원유 수입 확대가 예상된다. 경제제재가 강화되기 이전 연평균 26.6%씩 증가했던 한국의 對이란 수출은 제재 기간 중에는 연평균 2.5%씩 감소했다.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2016년에 對이란 수출은 증가세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중동국 원유에 비해 저렴한 단가의 이란 원유 수입은 향후 증가할 것이다. 경제제재가 강화되기 이전 연평균 7600만 배럴씩 수입했던 이란 원유의 국내 수입 규모가 제재 기간 중에 연평균 6200만 배럴로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연간 약 1000만 배럴 더 수입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향후 중화학공업 제품 수출이 늘고 이란내 건설 시장 진출 확대도 기대된다. 우선, 이란의 수출 제재가 풀리면서 제조업 생산이 늘면 한국의 차량, 철강, 기계류 및 부분품의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이란 정부가 향후 의료 시설을 확대하고 서비스 현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최근 증가세를 보인 광학 및 의료용 기기의 수출 증가세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란은 원유 생산 시설 확대 및 개보수뿐만 아니라, 토목과 건축 사업에서도 다양한 프로젝트가 추진돼 기존에 유지했던 플랜트(산업설비) 부문 외에도 토목과 건축 부문에서의 수주 확대도 기대된다. 이란이 향후 5년간 가스, 정유 플랜트 등 200조원 이상의 에너지 관련 시설 프로젝트 발주에 나설 것으로 전망돼 국내 건설업계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란 경제제재가 지난 14년간 계속되는 동안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크게 줄어든 데다 저유가 장기화 전망은 빗장이 풀리더라도 국내 건설사들이 극복해내야 할 장애물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전망도 우세하다.

빗장은 풀렸지만 치열한 경쟁 예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란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이란 시장을 선점한 국가들과의 경쟁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금융 지원 및 이란과의 경제 협력 체결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출 금융 및 무역 보험 등 금융지원과 함께 건설협력 MOU(양해각서) 체결 등 수주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

둘째, 우리 기업의 對이란 투자 진출 기회 모색을 위해 기술과 원가 측면에서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 ICT, 문화 부문에서 보유한 높은 경쟁력을 활용하기 위해 전략적인 진출 로드맵을 수립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이란산 원유 생산 증대에 따르는 낮은 가격의 이란산 원유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트라는 우리나라 수출기업이 제재 이후 이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을 높여야 할 뿐만 아니라, 현지의 물류 및 결제 시스템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품 수출 이후 적극적인 사후 고객 관리서비스, 선적 및 배송기간 단축, 다양한 대금 결제수단을 제공하는 등 다각도의 시장진출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란은 인구 8천만 명의 내수시장으로 풍부한 천연자원과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경제제재 해제 이후 우리나라 제1의 중동 수출시장으로 부상할 잠재력을 가진 국가다. 그러나, 외국기업과 경쟁 심화 외에도 제재 복원(Snap-back) 위험 상존 및 투자·법규제도, 인프라, 외국인 사업 환경 등이 아직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시장 진출에 따르는 리스크 분산과 정확한 시장정보 수집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김승욱 테헤란 무역관장은 “우리 기업들은 성공적인 이란 시장 진출을 위해 제재 해제 후 개정되는 현지 법규·제도 내용 및 절차, 외국인 투자 인센티브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며 “진출 경쟁이 심해지기 전에 미리 경쟁기업 동향을 파악하고 시장정보를 꼼꼼히 수집하는 등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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