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배후단지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제도가 바로 해양산업클러스터다. 지난 2014년 3월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우윤근 의원이 나란히 ‘해양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함으로써 실체를 드러냈다.
법안 명칭에서 보듯 해양수산부는 당초 해양경제특구 방식으로 제도 도입을 추진해오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반대 입장을 보이자 ‘해양산업클러스터’로 방향을 바꿨다. 기재부와 산업부는 해양특구제도는 육성 대상 산업이 모호하고 세제 혜택도 과도하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현재의 경제자유구역제도의 효율성 저하를 불러온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제시됐다.
해수부는 법안 명칭을 변경하고 대상 지역을 한정한다는 안을 제시해 부처 합의를 이끌어냈다. 지정 대상을 기존 ‘배후단지를 포함한 항만구역과 인근지역’에서 ‘유휴항만을 포함한 항만구역’으로 축소함으로써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 우려를 해소했다. 법안 명칭도 ‘해양산업클러스터 지정 및 육성 등에 관한 특별법’으로 바뀐다.
하지만 이 법안은 여야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한 연장 힘겨루기에 발목 잡혀 지난해 정기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소관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 소위에도 아직 상정이 안 돼 법안 명칭도 변경되지 않은 상태다.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정치 논리에 휘말려 중요한 해양산업 육성법이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해수부는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법안 처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선거구 획정 협상도 진척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법안이 폐기될 경우 과거 ‘선박금융공사법’처럼 차기 국회에서 재상정해야 한다. 정책 추진 일정이 크게 지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인천 청운대에서 ‘해양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인천재능대 박창호 교수와 한국해양대 김율성 교수는 나란히 인천항과 부산항의 해양클러스터 조성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박창호 교수는 이날 해양산업클러스터 도입을 통해 한중 물류네트워크 기점인 인천항과 부산항 등의 배후단지에 복합물류기지(Intermodal Depot)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해양스타트업 육성으로 혁신형 클러스터를 지향해야한다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해양클러스터는 우리 해운항만물류산업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신항 출범 이후 물동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산 북항의 경우 해양 R&D(연구개발) 클러스터와 신해양산업 클러스터, 수산물국제교역단지 등을 조성함으로써 해양항만도시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항도 5,6공단과 연계한 산업지원 항만시설과 여객·크루즈 등 도심형 친수항만클러스터 등의 조성이 모색되고 있다. 여수·광양항은 노후화된 석유화학·제철산업과 연계한 항만물류클러스터 및 자동차 환적 중심기지 육성정책이 추진될 전망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수호 해수부 항만물류기획과장은 이 법을 ‘부처 최우선순위 처리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주영 해수부 전 장관도 참석해 해양클러스터법이 통과되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불황의 깊은 늪에 빠져 있는 해운항만물류산업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해양클러스터법 통과에 적극적으로 힘써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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