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화물선 운임지수(BDI)가 1000포인트를 돌파하며 모처럼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 12월4일 1019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7개월 만이자 올해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웃돈 것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7월20일 현재 BDI 지수는 전일 대비 19포인트 상승한 1067포인트를 기록했다. 올해 2월18일 2000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인 509포인트까지 떨어진 이후 BDI 지수는 올해 6월18일 773포인트를 보이며 연고점인 771포인트(1월2일)를 돌파한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케이프사이즈운임지수(BCI)도 상승세다. 6월 마지막날 1200포인트대를 기록했지만 7월20일 현재 이 수준보다 회복한 1700포인트대를 유지하고 있다.
BDI 지수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케이프 시장을 중심으로 중남미에서 유럽으로, 브라질에서 극동아시아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MEIC(해운정보거래센터)에 따르면 중남미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석탄, 브라질에서 극동으로 향하는 철광석 항로가 강세를 보이며 태평양 수역까지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다. 태평양 수역은 영국·호주 합작회사인 리오틴토가 대부분의 신규 수요를 창출시켰으며, 나머지 항로에서는 뚜렷한 신규수요 증가 요인은 없었으나 대서양 수역 상승 분위기에 편승하며 안정세를 이어갔다는 분석이다.
벌크선 해체량도 BDI 지수 상승에 한 몫하고 있다. 건화물선 시장 부진으로 선주들이 벌크선 해체에 적극나선 것이 공급과잉을 어느 정도 해소시켰다는 분석이다. 선박 인도량보다 해체량이 늘어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케이프사이즈 해체량은 상반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1000만t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업계는 올해 해체량이 총 2000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화물선 시황이 바닥을 치고 있다보니 선주들이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체를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해체영향이 1분기까지 없었는데 상반기까지 누적이 되다보니 공급해소 효과가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해체량 증가는 해체선가 하락을 불러왔다. 최근 해체선 가격은 저가 중국산 철강재 공급과잉 영향으로 침체된 시황을 이어가고 있다. MEIC는 중국산 철강제품 가격이 톤당 340~350달러인 점과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해체선 시장의 가격이 지속적인 압박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벌크선 시장은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케이프사이즈와 파나막스를 중심으로 건화물선 시황이 소폭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MEIC는 대서양 수역의 타이트한 공급여건을 바탕으로 대서양과 태평양항로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기대되며 태평양 수역은 서호주 철광석 수요의 안정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벌크선 해체량이 워낙 많다보니 통계에 나타나지 않는 '좀비베슬'이 늘고 있다"며 "해체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판단돼 올해 하반기에는 1000~1200포인트의 지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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