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에는 그가 습기처럼 스며들어 있습니다.”
40대에도 변치 않는 미모로 대중을 사로잡고 있는 유명 여배우 강시울은 돌연 기자회견을 통해 이혼을 발표한다. 인기 절정기에 재벌가 2세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잘살고 있는 모습을 보였으나, 자신이 말기암 환자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고 밝히며, 단 1년만이라도 첫사랑인 홍시진과 함께 살고 싶다는 소망을 공식석상에서 밝혔다.
젊은 시절, 강시울은 홍시진과 한참 사랑을 다져나갔지만, 현재의 남편에 의한 협박과 감금 끝에 결혼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예고 없이 연인과 헤어진 시울은 이제는 자신의 운명을 훌훌 털어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내비친다.
시울이 그토록 찾는 시진의 옆에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다정이 있다. 시진은 운명의 부름에 갈등하고, 그의 그림자처럼 묵묵히 살아온 다정 역시 시진이 시울을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며 사랑을 빼앗길 수 없다고 다짐한다. 솟대를 만들면서 첫사랑을 잊어온 시진에게 말하지 못한 시울의 과거가 하나 둘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하고, 세 사람은 점차 운명과 마주할 준비를 한다.
이 책은 첫사랑의 비극적 상황을 알게 된 남자,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만 했으나 단 한 번의 인생을 후회 없이 살기 위해 돈과 명예를 훌훌 던져버리고 남자를 다시 찾아온 여자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다. 여자의 행방 뒤에 숨겨진 우리나라 역사의 불운한 과거에 기인한다.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임에도 여전히 계속되는 친일 행적과 독립 운동의 공적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사회,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거대해진 재벌가의 어두운 이면보다는 발전의 혜택에 초점을 두고 극찬하는 사회 분위기, 그리고 정·재계의 비틀어진 욕망을 고스란히 답습하는 우리 자신의 등을 되돌아보고자 작가는 이를 소재로 소설을 집필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런 사랑은 분명히 있다는 걸 전 믿어요. 확인하고 싶습니다.”라는 시울의 바람처럼, 우리 가슴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사랑의 추억을 불태우는 김홍신의 신작 단 한 번의 사랑은 정당한 사회를 염원하는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전한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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