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미와 육체적 욕망으로 사랑보다는 남자, 남자보다는 섹스에 더하여 남편 재산을 노리는 뇌쇄적인 미모의 팜므파탈, ‘매티 워커(캐슬린 터너/Kathleen Turner)’라는 악녀가, 정력 넘치는 전형적인 레이디 킬러형 시골 변호사 ‘네드 라신(월리엄 허트/William Hurt)’을 유혹, 완전 범죄를 통해 획책한 목적을 이룩하는 내용과 그 과정을 포르노틱(?)한 정사와 범죄를 곁들인 에로 스릴러, 네오 누아르의 대표작이 ‘보디 히트(Body Heat)’다.
몽환 같은 선정적 분위기로 시작하여 여과 없이 노골적으로 인간의 욕망을 전시한 이 작품은 남자 주인공 네드의 자기 패배적인 태도와 여주인공 매티의 악마성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부도덕과 냉혹함을 여실히 드러내, 이른바 범죄와 폭력을 다루면서 도덕적 모호함이나 성적인 모티베이션에 초점을 맞추는 일군의 영화들, 이름하여 ‘필름 느와르’ 장르로 분류돼 세간의 논란과 물의를 빚기도 한 대표적 화제작이기도 하다.
또 개봉 당시 ‘제국의 역습(Star Wars the Empire Strikes)’과 ‘레이더스(Raiders of the Lost Ark)’의 시나리오 작가였던 ‘로렌스 캐스던(Lawrence Kasdan)’이 감독으로 변신한 데뷔작이었기에 “역사상 가장 훌륭한 데뷔작” 이란 찬사와 자의식적인 성격과 네오느아르적 외양을 조롱했다는 악평으로 크게 엇갈린 문제작이었다.
플로리다의 작은 마을에서 여자 밝히기로 이름난 변호사, 라신은 어느 끔찍하게 더운 밤에 우연인지 작업인지 바닷가 클럽에서 부자 남편을 둔 유부녀 매티 워커를 만나자마자 급속도로 욕정 페달을 밟아 다음 날 단숨에 그녀 스스로가 먼저 하의를 벗게 한다. 사소한 사건만으로 게으름을 피우며 소일하던 변호사 네신과 사업에만 몰두하는 갑부 남편 ‘에드먼드 워커(리처드 크레나/Richard Crenna)’에게 지루함을 느끼며 따분하게 살아가던 매티에겐 신바람 나게도 너무나 황홀한 새 삶이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만 나면 은밀하게 서로를 탐하며 걷잡을 수 없는 육정을 불태우면서도 남들에게는 드러내기를 애써 꺼려하나 어느 날 라신은 매티의 집을 드나들다 문간에서 ‘매리 앤 심슨’이라는 친구가 매티를 꼭 빼닮은 뒷 모습을 보고 매티로 착각, 허깅을 하려다 두 사람의 관계를 들키게 되나 매티는 그녀는 사촌간이라며 괜찮다고 가볍게 넘긴다.
평소 남편을 죽이고 재산을 가로채려는 자신의 환상을 농담삼아 은근히 라신에게 얘기하게 되고, 그녀를 소유하고 싶던 차에 귀가 솔깃해진 라신은 같이 공모해 그녀와 함께 죽일 방침을 구체화한다. 비밀리에 위험한 만남이 지속되던 어느 날 두 사람의 오럴 정사장면이 시누이인, 에드먼드 여동생의 어린 딸에게 발각되자 네드 라신은 자신의 고객중의 한 사람인 폭탄 전문가 ‘테디 루이스(미키 루키/Mickey Rourke)’에게 폭탄을 의뢰하여 감쪽같이 살해 후 폭탄으로 흔적을 없애려고 한다.
계획대로 에드먼드 집에서 그를 살해한 두 사람은 시체를 해변가 빈집으로 옮기고 집을 폭파시키지만 엔드먼드가 항상 착용하던 불 속에서도 타지 않는 소재의 안경이 시체에서 발견되지 않아 객관적으로 타살 의혹이 짙어지자 네드는 살해된 에드먼드의 변호사’하디(Miles Hardin)’의 호출을 받는다. 매티가 유언장을 새로 작성했는데 새 유언장은 매티와 시누이가 반반씩 나눠 갖게 돼 있으나 마이아미가 아닌 플로리다 법으로는 유산 상속이 되지 않아 두 유언장은 모두 인정할 수 없어 결국 유산은 미망인인 매티가 모두 상속을 받게 된다.
그녀의 계략에 빠진 걸 느끼게 된 라신은 게다가 매티가 폭탄을 하나 더 구해 간 걸 알게 되고 란신의 동료인 사법 검사 ‘피터(Peter Lowenstein/테드 댄슨)’와 경찰관인 ‘그레이스(Oscar Grace/J.A 프레스톤)’ 는 그녀를 멀리하라고 경고한다. 매티는 가정부가 안경을 가져가 정체불명의 사나이를 통해 협박을 하기에 돈을 줬다며 보트 창고에 가서 직접 안경을 되찾아 오라고 거짓 술수를 부린다.
그 장소로 간 라신은 조심스레 창고 문을 살펴보고 매티가 하나 더 구해간 폭탄이 장치돼 있는 걸 보게 된다. 이때 돌연히 나타난 매티는 첨엔 이용할 생각이었으나 매티를 사랑하게 됐다고 말하지만 네드는 그녀에게 총을 겨누며 직접 안경을 가져오라고 요구한다. 잠시 후 네드가 총을 떨어뜨리고 뛰어갔을 때 이미 보트는 폭발을 일으키며 화염에 휩싸인다. 네드 라신은 살인죄로 감옥에 갇히고 면회 온 경찰 친구 그레이스로부터 보트의 화재 속에서 여성 시체가 발견됐단 얘기를 듣는다.
하지만 네드는 매티가 살아 있을 것이며 그 시체는 바로 매티와 닮은 친구 매리일 것으로 추정한다. 결혼 전부터 매티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기에 제거 대상으로 결국 매티에 의해 죽임을 당했고 매티라는 이름도 가짜일 것이란 것.
그레이스는 그녀가 그렇게까지 완전 범죄를 저지를 만큼 천재가 아니라며 네드의 말을 믿으려 들지 않는다. 얼마 뒤 수감 중인 네드에게 배달된 매티의 고교시절 졸업 앨범에는 정말 네드의 생각대로 그가 본 여인의 사진 밑에는 ‘매티’란 이름이, 그리고 매티의 졸업사진에는 ‘매리 앤 심프슨’이란 이름과 함께 ‘장래 희망이 부자, 이국적인 나라에서 사는 것’이란 장래 욕망을 기록한 글귀가 적혀 있었다.
결국, 매티는 살아 있고 그녀는 완전 범죄에 성공한 것. 그녀는 동창인 매리의 이름과 신분을 빌려 돈 많은 에드먼드와 결혼을 할 수 있었고 자신의 관능적 아름다움을 이용, 네드에게 접근하여 남편을 살해하고 이를 알고 돈을 요구하는 매리, 아니 진짜 매티까지 죽여 자신의 시체로 가장했던 것이다. 완전범죄를 성공시킨 악녀 주인공에 대해 어떠한 단죄도 보여주지 않는 마지막 부분에서 욕망과 살인, 섹스와 불륜으로 점철된 고도로 팽배한 자본주의가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현대사회에 대해 비관적인 세계관을 드러낸 작품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우아하면서도 공격적인 매티 역은 개슬린 터너의 데뷰작으로서 자신의 성적 매력을 무기로 네드를 철저하게 교란, 자신이 쳐놓은 거대한 덫에 걸려 빠져나오질 못하게 계획하는 치밀함을 보여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1992)’의 악녀 ‘캐슬린 트레멜(샤론 스톤)’을 연상시킨다. 또 네드는 ‘이중배상(Double Indemnity/1944)’에서 고객의 아내와 사랑에 빠져 그녀의 남편을 살해할 음모를 꾸미는 보험회사 직원 ‘월터(프레드 맥머레이)’와 닮은 꼴이다.
그러나 라스트신에서 그녀는 모든 것을 얻은 듯 보이지만 뒤늦게 자신이 네드와 나눈 것이 단순한 욕망을 넘어 의도하지 않은 ‘사랑’이란 것을 깨닫는 것 같은 장면이 인상적이다. 뭣보다 명보 실버극장에 이 영화를 다시 보러 가는 필자의 안내로 함께 한 다음카페 ‘에버그린807060’의 영화 동아리 회원, 교문, 소망, 피스, yb정, 샌드페블은 죽은 매티가 해변에서 다시 살아있는 모습에 헷갈려 관람 후 막걸리를 겸한 식사자리에서 스토리를 정리하느라고 옥신각신 한 것도 감상 후기 추억으로 오래도록 간직하고픈 여운이 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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