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근해선사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기본운임은 약세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국제유가 하락을 배경으로 유가할증료 또는 유류할증료라 불리는 BAF 인하 요구도 거세다.
지난해 근해선사들은 동남아항로의 부진 속에서도 흑자재정을 대부분 일군 것으로 파악된다. 3분기까지 영업이익을 신고한 장금상선과 흥아해운, 팬오션 컨테이너선 부문은 4분기에도 유가하락을 등에 업고 큰 폭의 이익 신장세를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1973년 조직 출범 이래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왔던 팬오션 컨테이너선 부문은 지난 한 해 100억원대의 이익을 실현했다. 국내 근해항로 1위 선사인 고려해운도 큰 폭의 이익을 냈다는 전언이다.
최근 동남아항로 강화에 힘을 기울여 온 남성해운을 비롯해 동영해운 천경해운 동진상선 등도 흑자 재정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선사들은 동남아항로의 심각한 부진 속에서도 유가하락이란 호재를 등에 업고 지난해 견실한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었다. 한일 한중항로 중심의 사업구조를 고수하고 있는 범주해운과 태영상선은 이익 실현에 다소 유리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한일·한중 수출화물 힘 빠졌다
근해항로 물동량 실적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한일항로와 한중항로 물동량은 각각 179만6000TEU 275만TEU로, 0.8% 1.9%의 성장률을 보였다. 1년 전의 4.1% 4.5%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사실상 제자리 걸음 수준의 물동량 흐름이었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두 항로 모두 로컬화물(직교역화물)에서 수출 약세, 수입 강세의 패턴을 보였다. 한일항로 로컬 수입화물 성장률은 수출보다 4%포인트나 높았다. 일본 아베 정부의 엔저 정책으로 수출 성장률은 크게 꺾인 반면 수입은 환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중항로 로컬화물은 수출 113만9000TEU 수입 139만4000TEU로 각각 -3.7% 7.2%의 성장률을 보였다. 한중 무역 역조 현상이 심화되면서 해상물동량도 그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셈이다.
운임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동남아항로도 물동량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한국-동남아지역 간 해상 물동량은 231만9000TEU로, 1년 전의 210만8000TEU에 비해 10% 성장했다. 2013년의 8.6%에 비해 성장곡선이 더 가팔라졌다. 특히 우드펠릿 등 수입화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수출과 수입은 각각 121만2000TEU 110만7000TEU로 4.1% 17.3% 성장했다. 국적선사 수송량은 148만2000TEU 외국적선사 수송량은 83만6000TEU로 각각 10.7% 8.9 늘어났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모두 높은 상승탄력을 보여준 셈이다.
CAF 폐지로 월 2억 증발
지난해 예상과 달리 선방했던 근해선사들은 올해 들어선 운임약세로 고전하고 있다. 최근 근해항로에서 할증료를 제외한 순수한 수송운임(기본운임)은 하락세가 표면화되는 모습이다. 근해항로 실적 개선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한일항로 수출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최근 200달러대가 무너진 것으로 파악된다. 수입운임은 100달러대 아래로 떨어진지 오래다. 동남아항로 운임은 700달러대를 호가하다가 최근 반토막나다시피 했다. 한중항로 기본운임은 수출항로에선 50달러대, 수입항로에선 0달러 수준이다. 선사들은 운임 약세 시황에서 부대운임을 통해 그나마 채산성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궤를 같이해 부대운임 부과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일항로는 연초 환율하락을 이유로 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20달러를 받던 통화할증료(CAF)를 폐지했다. 직교역화물 기준 월간 1만TEU 안팎의 물동량을 실어왔던 고려해운과 흥아해운은 매달 2억원 가량의 매출액 감소가 예상된다. 게다가 유가하락을 이유로 화주들이 현재 125달러인 BAF의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CAF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25달러를 내리더라도 주요 선사들의 월간 매출액 감소 폭은 3억원에 육박한다. CAF와 합산할 경우 5억원 가량의 월간 매출액이 증발하는 셈이다.
한중항로와 동남아항로도 BAF 인하 압력에 직면해 있다. 현재 한중항로는 수입노선에서 TEU당 190달러 수준의 BAF를 받고 있다. 동남아항로는 수출입 공히 TEU당 150달러가 적용 중이다. 명칭은 긴급유가할증료, 즉 EBS다. 화주, 특히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들은 선사들에게 유가 하락에 연동하는 BAF 적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 포워더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유가 변동에 맞춰 도입된 게 BAF인데 유가가 오를 땐 올렸다가 유가가 떨어졌음에도 BAF를 내리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사들은 유가가 최근 다시 올랐을 뿐 아니라 기본운임이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BAF까지 인하할 경우 운항채산성이 위협을 받는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일부 선사들 사이에선 BAF를 내리는 대신 기본운임을 올리자는 의견도 포착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BAF를 내려주는 만큼 기본운임을 과연 올려 받을 수 있느냐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선사 한 관계자는 “현재 BAF 인하를 놓고 많은 선사들이 고민하고 있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기본운임을 올리지 못할 게 뻔한 상황이기에 ‘BAF를 유지하는 게 상책’이란 생각들을 하는 선사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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