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리쇼어링 현황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리쇼어링(reshoring)이 증가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쇼어링은 간단히 ‘제조업의 본국회귀’를 뜻한다.
컨설팅 회사인 BCG가 미국기업들을 대상으로 2012~2014년간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리쇼어링 계획이 있는 기업이 2012년 10% 수준에서 최근 24%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리쇼어링이 간헐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전자산업의 경우 파나소닉, 소니, 샤프 등 대표주자들이 위기에 봉착한 이후 제조거점 전략의 변화는 제한적이다. 일본 자동차 산업의 경우 글로벌 거점 전략이 대부분 완료돼 특정차종/부품을 제외한 전면적인 본국회귀 움직임은 적은편이다.
LG경제연구원 감덕식 연구위원에 따르면 리쇼어링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으로 거론되는 것은 기존 저원가 생산지의 인건비 상승이다. 글로벌 제조기업의 텃밭인 중국의 인건비 상승은 지난 10년간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최근에는 직접인건비 이외에 4대 보험과 같은 인건비성 경비의 추가 부담, 위안화 절상화 같은 요인이 결합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아울러 제조현장은 IT기술의 발달로 자본집약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양상이다. 장치/IT인프라의 조달가격은 인건비에 비해 국가별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특징이 있는데 이러한 현상들이 오버랩(overlap)되면서 저임금 국가에 생산지를 배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인건비 상승, 물류비 절감으로 만회
이에 따라 기업들은 적기출시(Time to Market), 물류, 운전자본 등으로 원가관리의 중점을 이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산지와 수요지간 거리가 단축될 경우 물류, 운전자본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적기출시도 유리해 전체적인 성과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리쇼어링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산업별 해외직접투자에서도 제품이 크고 무거운 전기/가전산업의 FDI 유입이 많아 물류, 운전자금 부담이 크다. 반면 상대적으로 경박단소한 컴퓨터/전자산업은 유출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가운데는 패션의류 기업인 자라(Zara)가 비용이 높더라도 자국(스페인)이나 유럽 내 생산기지를 통해 적시출시를 극대화시키는 생산지 전략을 추구해 온 바 있다. 이는 선도적 브랜드 구축의 한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신흥국의 저임금 활용이 점차 어려워지자 적시출시, 물류, 운전자금 경쟁력 확보로 제조거점 배치의 우선순위가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류비, 인건비와 더불어 가공경비 역시 제조원가 경쟁력의 중요한 영역이다. 인건비 측면에서 국가간 차이가 점차 줄고 있으나 셰일가스(shale gas)의 개발로 원재료, 가공경비 영역에서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으며 제조거점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더구나 최근 국제유가 하락을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긴 하나 셰일가스와 관련된 투자는 작년까지 발표된 규모만 6420억 달러 규모에 이르며, 대부분 미국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나아가 리쇼어링을 통해 가치사슬간 협력이 극대화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GE의 CEO인 이멜트는 GE가 연구개발/기획기능과 제조기능이 분리되면서 가전사업의 경쟁력이 취약해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리쇼어링을 통해 기능간 협력을 극대화해 혁신과 적기출시를 통해 제조비용상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리쇼어링이 비용 치적화(cost minimization)를 넘어 가치사슬간 협력 극대화를 통해 가치창출(value maximization)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수출 기업, 리쇼어링 신중히 검토해야
그럼에도 리쇼어링이 쉽게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은 리쇼어링의 효과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리쇼어링의 효과 중 가치사슬간 협력을 통한 혁신역량 강화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 독일 등 대규모 내수시장을 가진 기업들의 경우 리쇼어링 시 핵심시장과의 물리적 거리가 단축돼 적시출시, 물류, 운전자본 측면의 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시장을 중점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들이 리쇼어링을 추진할 경우 가치사슬간 협력은 강화되나 적시출시, 물류, 운전자본 비용은 오히려 악화될 개연성이 크다. 환리스크 역시 마찬가지다. 내수시장이 핵심시장인 기업들은 리쇼어링을 하면 생산지와 수요지가 단일화되어 환리스크가 사라지지만 해외사업 비중이 높거나 중요한 기업들은 리쇼어링을 할 경우 환리스크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
특히 리쇼어링이 증가하는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리쇼어링 전략의 잠재가치가 상대적으로 커 성공 가능성 역시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현지 생산지의 다양한 역할을 감안할 때, 리쇼어링은 내수시장이 크지 않고 해외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기업들에게 전략적 대안으로서의 매력이 특별히 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새롭게 발굴한 저원가 생산지(베트남, 미얀마 등) 역시 일정 기간 후 인건비 상승으로 원가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으며 현지 생산지가 기술유출에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기업들 역시 리쇼어링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분적인 리쇼어링이라도 국내시장 경쟁력 강화의 카드가 될 수 있으며 해외시장과 멀어지는 단점을 감내하고서라도 국내에서 가치사슬간 접촉/협력을 극대화해 전체 성과를 제고시키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특히 미국 등 글로벌 기업들의 리쇼어링 성과에 대해서도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아직은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고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리쇼어링이 안착될 경우 해외생산지기를 기반으로 선진국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국내기업들은 많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월풀의 경우 미국 내 생산지를 기반으로 반덤핑 공세를 펼친 바 있다. 이는 생산지 전략이 비용 최적화를 넘어 경쟁력 측면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리쇼어링 전략에 있어 보다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할 때이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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