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보증기구가 우여곡절 끝에 첫 해 목표했던 자본금을 확보하고 설립 준비에 들어간다. 정부와 국책은행들이 자본금 출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해운보증기구에 300억원씩을 각각 출자하기로 결의했다. 국가 예산도 당초 목표액인 500억원을 확정지었다. 기획재정부에서 삭감됐던 200억원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다시 되살아났다.
재원 마련을 위한 부산지역의 노력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부산시와 이 지역 국회의원들은 해운보증기구의 목표 재원 마련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정책은행 수장들과 잇따라 면담을 갖고 출자금 증액을 요청했으며 부산시장과 국회의장, 여당 대표가 나서 기재부를 설득함으로써 예산 증액의 주춧돌을 놨다. 부산 출신의 전 대통령 후보는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야당 일부 의원의 삭감 의견을 무마했다고 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연내로 ‘한국해양보증’이란 이름으로 자회사를 설립한 뒤 내년 상반기에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회사 사장과 부사장직은 두 은행의 해운보증기구설립준비단 수장들이 맡게 된다. 사무실은 부산시가 해양금융메카로 육성 중인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들어설 예정이다.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의 선박금융 부문이 참여해 만든 해양금융종합센터가 이미 BIFC에서 운영에 들어갔기에 향후 선박금융분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해운보증기구가 부산에 설립되는 것을 두고 해운업계 일각에선 물리적인 거리의 한계를 이유로 거부감을 나타내는 의견도 포착된다. 하지만 최근 설립 과정에서 보여준 지자체와 지역 정가의 활약상은 오히려 부산에 위치하게 된 게 약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물론 해운해양금융의 허브로 도약하고자 하는 부산시의 전략적인 선택이 적극적인 해운보증기구 재원 확보 노력으로 이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국내 해운산업의 안정적인 발전과 경쟁력 강화라는 해운보증기구의 설립 취지를 되새겨보면 부산지역은 해운업계 지원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해운보증기구는 민간 출자분 유치가 과제로 남게 됐다. 당초 목표대로라면 내년 민간에서 확보해야하는 출자금액은 500억원이다. 국적선사들은 전부터 말해왔던 대로 톤세제를 통해 거둬들인 법인세 절감액 일부를 해운보증기구 재원으로 내놓는 데 합의했다. 톤세제로 아낀 세금을 해운보증기구에 투자한 뒤 그 해운보증기구를 이용해 선대를 늘려 다시 톤세제의 혜택을 받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된다는 점에서 해운업계의 이번 결정은 의미가 크다.
궤를 같이 해 해운보증기구에 회의적인 일부 선사들의 태도는 안타깝다. 몇몇 선사들은 해운보증기구가 자사 선박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이유를 들어 출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해운업계의 요구로 해운보증기구 설립을 추진한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일부 선사들의 태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해운보증기구의 기능이 당초 기대에서 대폭 후퇴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해운기업의 신용도가 바닥인 상황에서 정책금융권의 대출보증만으로도 이자 부담 경감 측면에서 해운업계는 큰 도움을 받을 것임은 분명하다. 최재홍 해운보증기구 초대 사장 내정자는 “해운보증기구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설립돼 낯설지만 노하우를 축적해 장기적으로 토니지뱅크(선박은행) 등을 포함하는 종합 선박금융기관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외항해운업계도 우선 해운보증기구를 성공적으로 출항시키는 데 힘을 쏟은 뒤 선박은행과 잔존가치보증(RVI) 등의 기능 보완에 목소리를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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