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프랑스에 거주하는 A씨로부터 글로벌 특송업체 B사의 소비자 기만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요지는 이랬다. 국내에 거주하는 A씨의 지인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 책을 구매한 뒤, 프랑스에 거주하는 A씨에게 책을 보냈다. 책은 아동서적이었지만, 프랑스 세관은 이 책에 대해 ‘불온서적’에 책정되는 20%의 세금을 부과했다.
이유는 ISBN(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A씨가 지불해야 하는 세금은 5.5%다.
더구나 B사는 사전에 소비자에게 ‘관세대납 서비스’에 대한 설명도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 거주하는 A씨는 책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12유로를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 사전에 소비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이와 관련된 충분한 설명도 없었다.
더 황당한 사실은 B사 관계자의 무책임한 태도다. B사 관계자는 “우리는 대부분 기업물량을 취급하고 있고, 일부 소비자의 무지에 따라 발생한 해프닝이다”며 “자세한 규정을 모르기 때문에 오해한 것 같다”고 밝혔다. 본인들의 과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행태를 보였다.
이들의 무책임한 행태에 B사와 계약을 맺은 인터넷 서점 C사는 등을 돌렸다. C사 관계자는 “사전에 명확하게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아 우리 고객들에게 피해가 돌아갔다”면서, 이들과 계약관계를 해지하는 것도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발생한 피해를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았다는 점이다. A씨 이외에도 다수의 소비자가 과도한 세금과 추가 요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피해를 보상할지는 미지수다.
B사 관계자는 “기존에 다른 업체들도 그런 방식으로 일을 진행해왔고, 올해는 우리가 경쟁 입찰을 통해 일을 맡았던 것이다”며 “지금까지 다른 업체들도 ISBN을 부착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취재결과, B사 이외에도 대다수 특송업체는 ISBN 부착에 대한 정확한 규정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A씨의 제보를 통해 드러난 특송업체의 과실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특송업체가 연간 취급하는 화물의 규모와 종류를 고려하면 이와 유사한 피해사례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A씨에 따르면 실제로 주변지인들 가운데 여러 사람이 이와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혀왔다.
B사를 비롯해 특송기업들은 ‘글로벌 물류기업’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조금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갖길 기대한다. 열 번을 잘해도 한번 잘못하면 욕먹는 게 기업의 처지다. 소비자들이 더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특송기업이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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