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물류기업으로 남고 싶은 중소기업이 있다. 바로 올해로 창립 33주년을 맞은 한림마린서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한림마린서비스의 박현훈 대표는 유능한 직원이 회사를 이끌 수 있도록 지원해 한림마린서비스를 정통 물류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현훈 대표는 1995년 대표이사에 오른 후 19년간 한림마린서비스를 이끌어 오고 있다. 한 회사의 수장으로 19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온 것도 흔치않지만 위기의 회사를 강소기업으로 끌어올린 것도 놀랄 만하다.
회사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상황은 많이 어려웠다. 모회사였던 한림해운이 부도를 맞으면서 자회사인 한림마린서비스도 위기에 처했다. 당시 입사 5년차의 영업 과장이던 박 대표는 주말에도 출근할 정도로 업무에 매진했고, 끈기와 노력으로 임했다.
그 노력을 인정받아 전 사주로부터 전격 회사를 넘겨받았다. 직원 4명이 전부였던 한림마린서비스는 박 대표가 맡으면서 20여명의 직원을 둔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산하에 내륙운송 부문 자회사인 한림종합물류, 무역부문에 한림티엔씨를 두고 있다.
박 대표는 “능력 있고 열심히 하는 직원들에게 회사를 맡기고 성장시키고 싶다”며 “회사를 다시 살린 노력을 인정받아 경영권을 인수한 것처럼 받은 만큼 다시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간 매출 3억에서 300억으로 성장
물론 19년 동안 회사를 꾸려오면서 여러 가지 일도 많았다. 영업만 해왔기 때문에 회사 운영 관리에 대한 일을 잘 몰랐던 것. 덕분에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가장 어려운 점으로 능력 있는 직원들의 이직을 꼽았다. 경력 직원들의 이직은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다. 특히 이직률이 높은 국제물류주선업계는 신입사원을 뽑아 실력을 키워 놓으면 대기업으로의 스카우트와 경쟁사 이직으로 회사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 직원이 이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처 물량을 가져가는 일은 골치 아픈 일이었다. 인력에 대한 시간과 비용 위험이 컸지만 박 대표는 꿋꿋이 신입사원을 채용해 교육을 시켰다. 그렇게 오래 하다 보니 이직률도 줄고 회사는 외형적인 성장을 이뤄 회사에 지원하는 지원자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1년 매출액 3억원을 채우지 못하던 회사는 연간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근 20년 새 100배의 성장을 일궈냈다.
박 대표는 “학력이 좋은 직원보다 회사와 오래갈 수 있는 직원을 뽑는다. 이직이 문제였지만 안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회사는 더욱 성장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림마린서비스는 국제물류업계에 오랫동안 발을 담가온 만큼 300여개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으며 10~15년 이상 된 장기 화주들이 많다. 식품 기계 등 만재화물(FCL)을 다루며 일본, 동남아, 미주 서비스에 강점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수백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화물 수송을 준비 중이다.
박 대표가 한림마린서비스의 대표를 맡으면서 지켜왔던 소신은 리베이트 영업을 근절하는 것이었다. 한림마린서비스의 모회사가 부도가 나는 과정을 지켜봤던 그는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당좌거래를 없애고, 영업에서의 모든 리베이트도 없앴다. 서비스로 신뢰를 얻고 싶었던 그의 소신은 회사를 이끌어 오면서 안정적인 기반을 다질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었다.
한림마린서비스는 올해 화주들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영업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업무부 직원도 보충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 할 계획이다. 설립 12년째인 한림종합물류와 설립 3년째인 한림티엔씨를 이어 창고와 포장, 통관부문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토털 물류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곧 2~3년 내에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생은 마라톤, 지역사회에 봉사
한편, 박 대표는 사업을 꾸려오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마라톤’으로 이겨냈다. 8년 전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때 풀코스를 목표로 참가했던 마라톤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마라톤은 자기와의 싸움이었고 그는 ‘인생은 마라톤’을 모토로 현재는 양천구마라톤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오는 10월12일 양천구에서는 5000여명이 참가하는 ‘제 10회 양천마라톤대회’가 열린다. 마라톤협회장을 맡은 만큼 그는 인터뷰에서도 마라톤 홍보를 잊지 않았다.
“처음 마라톤을 시작할 때는 풀코스를 한번 완주해보겠다는 생각만 있었다. 완주하고 나면 인생이 달라질 것 같았다. 젊은 나이에 한 번 이루기도 힘들다는 골프 홀인원도 해봤지만 42.195km를 다 뛰었을 때의 기분은 그 이상이었다. 건강도 좋아졌고 노력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어 그 이후 마라톤을 꾸준히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완주한 마라톤만 해도 20회가 넘는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이뤘던 풀코스 3시간36분의 최단기록을 아직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한번에 100km를 뛰는 울트라 마라톤에도 참가해 완주하기도 했다.
기업의 수장이 마라톤 사랑에 적극적인 만큼 직원들도 1년에 정기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직원에게는 회사에서 뛴 킬로수만큼 포상금을 주면서 후원하고 있기도 하다. 마라톤 지원은 직원들한테만 해당되지 않는다. 거래처에서 마라톤을 신청하면 참가비를 후원하는 등 마라톤 홍보대사라 불릴만하다.
19년간 한 물류회사의 대표이사로 달려오다가 이제는 지역사회에 나눔을 환원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시작하게 됐던 양천구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회장으로 62개 학교운영에 협조하고,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지역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러브콜을 보낼 정도다. 물론 회사 성장에도 박차를 가하며 대외적으로는 중소기업청장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몇 년 전 부터는 회사 근처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창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중소기업 사장으로의 경험담과 조언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방에서 50만원 들고 서울에 올라와 열심히 살았다. 바닥청소부터 시작해 선화증권 배달 등으로 경험을 쌓고 중소기업 사장이 됐다. 중소기업을 탄탄하게 운영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얻은 만큼 나누고 싶다. 경험이 중요하고 꿈을 갖고 살면 성과는 있다. 직원들 보다 넓게는 지역 사회에 멘토의 역할을 하고 싶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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