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시마텍쉬핑이 한국 해운시장에 첫 배를 띄운다. 시마텍쉬핑은 우리나라 한진해운, 대만 TS라인과 공동으로 우리나라와 중국을 거쳐 동인도를 연결하는 컨테이너선항로를 연다. 이름하여 인도-극동익스프레스(IFX)다.
시마텍쉬핑이 한국 해운시장을 노크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3월부터 국내 선사들과 선복맞교환(스왑) 방식으로 한국 기점의 해운서비스를 진행중이다. IFX서비스는 남의 배를 이용해 한국 해운시장을 테스트해오던 시마텍쉬핑이 자체선박을 투입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첫 결과물이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국총대리점인 HS해운이 막후에서 시마텍쉬핑의 전략 수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HS해운측은 그동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본사 회의에 참석해 한국 해운시장의 높은 잠재력을 어필해왔다.
첸나이항로 경쟁시대 개막
신설항로엔 총 5척의 컨테이너선이 취항한다. 시마텍쉬핑은 4200TEU급 선박 1척 배선을 결정했다. 이밖에 한진해운이 3600TEU급 컨테이너선 3척을, TS라인이 4600TEU급 컨테이너선 1척을 각각 취항한다. 전체 노선은 광양-부산-상하이-닝보-서커우-싱가포르-포트클랑-첸나이-포트클랑-싱가포르-광양 순이다.
24일 광양에서 첫 배인 <한진플로리다>(HANJIN FLORIDA)호가 서비스 출범을 알렸다. 시마텍쉬핑이 투입하는 선박은 다음달 21일 첫 항해에 나설 예정이다. HS해운의 장상태 사장은 “현재 독점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인도 첸나이 항로가 경쟁시대를 열게 됐다”고 서비스 개설 의의를 말했다.
장 사장은 시마텍쉬핑이 한국 시장에 첫 배를 띄우는 만큼 경쟁력 있는 운임과 빠른 운송으로 화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IFX 서비스의 부산-첸나이간 운송기간은 16일로 기존 노선에 비해 하루 정도 빠르다.
신설 노선의 강점을 앞세워 인도로 많이 수출되는 자동차와 기계부품, 전자제품, 석유화학제품(레진) 등의 화물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인도로 수출하는 화주들의 원가구조가 높은 편이라고 해요. 그만큼 화주들은 물류비 절감을 원해 왔습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해 운송기간이든 운임이든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장 사장은 한국 출항 일정도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IFX는 일요일과 월요일에 각각 광양항과 부산항을 출항한다. 화주들이 평일동안 생산한 화물을 주말에 반입해 오롯이 실어보낼 수 있는 스케줄이다. “주중 출항은 평일에 공장을 가동하는 화주들의 생산 일정에 미뤄 유리한 편은 아니에요. 만약 수요일 출항이라면 월요일에 반입해야 하기에 주말에 떠나는 배와 반입일은 비슷하면서도 출항일만 늦어지게 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주말 출항이 화주들에겐 최상이죠. 화주들 입장에선 우리 배를 이용하면 끊김 없는 물류로 납기 일정을 관리할 수 있을 겁니다.”
서남아·중동항 화물 수송에도 제격
장 사장은 IFX의 기항지에 포함된 싱가포르와 포트클랑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이 같은 기항지 구성이 첸나이행 화물뿐 아니라 환적화물을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항구가 원양화물의 길목에 위치한 데다 무수한 피더항로망을 통해 인근 군소항만들을 실핏줄처럼 연결하고 있는 까닭이다.
시마텍도 싱가포르와 포트클랑을 기점으로 서남아와 중동을 잇는 다양한 피더노선을 운항 중이다. “비록 IFX는 첸나이가 종착지이지만 싱가포르나 포트클랑에서 환적하는 방법으로 (서인도) 나바셰바행 화물도 유치할 수 있다고 봐요. 나바셰바는 고질적인 체선으로 직항보다 환적 운임이 더 비싼 편인데, 물류비 부담을 안고 있는 화주들에게 IFX가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을 겁니다.”
영업총괄을 맡은 김종회 부장은 영업대상을 일반 화주뿐 아니라 피더를 원하는 선사로 확장해 항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SOC(자사 소유 컨테이너) 화물 유치 전략이다. 선사들 사이에서 견실한 피더 전문선사로 알려져 있는 시마텍의 인지도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부장은 “시마텍은 싱가포르 인근에서 서남아로 넘어가는 지역에선 잘 알려져 있는 선사”라며 “신설 노선을 계기로 시마텍의 서비스 경쟁력을 한국 해운시장에 확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장 사장은 마지막으로 첸나이 직항서비스를 시작으로 시마텍의 한국 기점 해운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고 말했다. “시마텍의 강점과 HS해운의 영업력을 접목해서 한국발 서비스를 확장시켰으면 하는 게 바람이에요.
국내 근해선사들은 말레이시아를 기점으로 서남아시아로 넘어가는 걸 두려워해요. 영업력이 약하기에 노선을 만들었다가 손해본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서남아항로에 목말라 있는 국적선사들이 저희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소규모 투자로 (서남아 지역에서) 자체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을 겁니다. 국적선사와 상생의 토대를 마련하는 셈이에요.”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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