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끝으로 종료될 예정이었던 시장안정 신규발행채권담보부증권(P-CBO)이 1년 연장되고 해운업계의 숙원인 선박은행(Tonnage Bank)이 해운보증기구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도입된다. 최경환 부총리의 새경제팀은 지난달 24일 이 같은 해운업 지원책을 내놨다.
정부는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해운업계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시장안정 P-CBO를 내년 말까지 연장해 2조원을 발행할 방침이다. P-CBO는 지난해 7월8일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이 합동 발표한 회사채시장 정상화 방안에 따라 도입된 뒤 불황기 신용등급 하락으로 정상적인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선사들의 유동성 해갈에 큰 도움이 됐다.
선사들의 회사채가 신용보증기금의 P-CBO 편입을 통해 신용도를 보강한 뒤 시장에 판매되기에 대형 선사들은 회사채 차환을, 중견·중소선사는 자금 조달을 꾀할 수 있었다. P-CBO는 지난해 8월 첫 도입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온 양대 국적선사 회사채 6600억원(한진해운 1920억원, 현대상선 3360억원) 중 80%인 5280억원의 차환 발행을 도왔다. 중견·중소 선사 14곳도 이 제도를 통해 총 88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P-CBO 2조 발행, 선박은행 1조 조성
정부는 원활한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1조원 규모로 중고선을 매입하는 선박은행을 조성할 계획이다. 선박은행은 불황기 국적선박들의 해외 헐값 매각을 막을 수 있기에 국가 선대 유지와 해운경쟁력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선박은행은 지난 1990년대 말 IMF에 따른 해운위기 당시 단순 구조조정 논리로 국내 해운기업들이 선박 112척을 해외에 헐값 매각한 이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100여척의 선박을 내다 판 우리나라는 지배선대를 다시 회복하는 데 10여년을 허비해야 했다.
정부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선박은행을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 말 만기 예정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구조조정 선박펀드(캠코선박펀드)를 연장하는 방식이 그 첫 번째다. 캠코는 올해 종료되는 구조조정기금을 대신해 자체 계정을 일부 활용하는 방식으로 선박 매입에 나설 예정이다.
주요 지원 대상은 중소선사 보유 선박, 특히 컨테이너선이 될 전망이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설립된 캠코선박펀드는 그동안 실질적인 선박은행 역할을 담당해 왔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구조조정기금 4700억원을 활용한 후순위금융 방식으로 국내 외항선사들이 소유한 중고선 33척을 매입했다. 전체 선가로 따져 지원 규모는 1조7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구조조정기금이 설치 근거였던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올해 12월31일까지만 운용된 뒤 종료될 예정이어서 선박은행 기능의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7월 말 현재 캠코펀드 보유 선박은 33척에서 19척으로 줄었다. 자구계획을 진행 중인 한진해운이 12척을 조기상환했으며, 만기 도래한 대한해운 선박 2척은 금융선을 갈아타며 캠코를 떠났다. 해양수산부는 19척의 선박 중 12척이 만기 도래시 재금융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는 해운보증기구와 연계해 민간 선박펀드가 중고선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민간 선박펀드는 계약된 화주가 있고 선령이 낮으며 영업 현금 흐름이 좋은 벌크선이나 탱커선 등을 위주로 매입을 수행하게 된다. 당초 선박은행을 직접 수행할 것으로 기대됐던 해운보증기구는 보증보험 형태 설립으로 방향을 틀면서 법적인 문제를 이유로 후순위 대출을 보증하는 측면 지원 역할만 맡게 된다.
선박은행 구조를 보면 이렇다. 우선 선박운용회사가 모집한 자금(연기금 등 외부투자자 또는 캠코 고유계정)을 출자해 선박투자회사(선박펀드)를 설립한다. 선박투자회사는 후순위 대출을, 금융기관은 선순위 대출을 선박 매입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제공한다. SPC는 해운사로부터 선박을 매입한 뒤 다시 용선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해운보증기구는 민간 선박투자회사의 후순위 대출금액을 보증해 신용보강을 지원하게 된다.
정부는 중고선 매입·운용에 대한 후순위 보증 지원을 통해 향후 5년간 총 1조원 규모의 중고선 선박펀드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오는 8월까지 해운보증기구 설립 세부 계획에 대한 부처 간 협의를 마친 뒤 12월 중으로 (가칭)한국해운보증을 출범시킨다는 구상이다.
해양 일자리 5105개 창출…산하기관 경영정상화 3분기 마무리
이밖에 해양수산부는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에 대응해 일자리 5105개를 창출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2900개가 늘어난 규모다. 해수부는 지난해 마리나산업 육성 등 13개 과제를 통해 22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바 있다. 올해는 해운항만 3000여개, 해양수산 2000여개의 일자리 창출이 목표됐다.
해운분야 5개 과제에서 1282개의 일자리가 만들어 진다. ▲크루즈 산업 활성화 258명 ▲선박관리 사업 활성화 438명 ▲선원복지 고용센터 운영 3명 ▲항만배후단지 운영 활성화 566명 ▲항만보안시설 확충 17명 등이다.
해사분야에선 선박평형수 처리설비 세계시장 선점 과제를 통해 1116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항만분야에선 2개 과제에서 611명의 일자리를 창출키로 했다. ▲신규부두 개장 123명 ▲항만재개발 488명 등이다.
해양분야에선 ▲동북아 해양관광 레저특구 조성 52개 ▲해양장비 개발 및 인프라구축 207개 ▲마리나산업 육성 1300개 ▲해양생물자원관 운영 182개 등이 설정됐다. 해수부는 고용률 70% 로드맵에 따라 2013년부터 2017년 5년 동안 총 36개 과제에서 3만4549개의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해수부는 또 공공기관의 경영 정상화 기조에 맞춰 산하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정상화를 3분기까지 모두 마무리짓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마련됐으며 14개 산하 공공기관 정상화 이행계획이 지난 3월 말 확정됐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2017년까지 증가 예상되는 부채를 30% 이상 감축키로 했다.
특히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작성 대상인 3개 항만공사(부산·인천·여수광양)는 48.2%를 감축할 방침이다. 이럴 경우 세 기관의 2017년 예상 부채는 5조3123억원으로 이를 4조1455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 14개 산하 공공기관의 불합리한 복리후생 등을 공무원 수준으로 개선해 1인당 복리후생비를 지난해 212만7천원에서 178만2천원으로 16.2% 줄이기로 했다.
현재까지 10개 기관이 이행을 마쳤다. 특히 중점관리대상기관인 부산항만공사는 방만경영 정상화를 2월 말 조기 완료했다. 이행을 마친 10개 기관의 1인당 복리후생비는 216만4천원에서 173만원으로 20.1% 축소됐다. 하지만 인천항만공사, 선박안전기술공단,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4개 기관은 노측의 협상 거부로 경영정상화 계획이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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