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은 국세청과 함께 우리나라 세제 행정의 양대산맥이다. 그만큼 관세청의 법 집행은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공정성과 균형을 유지할 때 세정당국으로서 그 권위를 곧추세울 수 있다. 관세청 심벌마크에 천칭이 들어가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최근 통관수수료 세금계산서를 놓고 국제물류주선업계와 관세사들이 벌인 분쟁에서 관세청이 보여준 모습은 공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상위기관의 유권해석마저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당초의 주장을 굽히지 않아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2월 개정한 ‘관세사의 직무수행에 관한 고시’를 통해 관세사가 실제 용역을 공급받는 자(수출입화주)에게 통관수수료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도록 제도화했다. 제도 개정 이유는 ‘국제물류업계의 리베이트 근절’이었다.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는 당연히 반발했다. 국제물류시장에서 화주를 대리해 일관운송을 진행해온 포워더는 그동안 통관수수료를 직접 지불하는 대신 세금계산서를 관세사로부터 발급받아온 까닭이다. 포워더는 하루아침에 고객을 관세사에 빼앗겨 버린 꼴이 됐다.
결국 국내 포워더단체인 국제물류협회는 관세청의 상급기관인 기획재정부에 세금계산서 발행 대상을 가려 줄 것을 요청했으며 기재부는 유권해석 결과를 지난달 말 내놨다.
국제물류주선업자가 국제복합운송계약에 따라 화물을 운송할 경우 통관용역에 대한 세금계산서는 국제물류주선업자에게 발급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재부의 유권해석으로 관세청과 포워더간 세금계산서 갈등은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관세청과 관세사들은 기재부의 유권해석 문구 중 ‘국제복합운송계약’을 문제 삼았다. 포워더가 화주와 체결한 물류계약서를 제시하지 않을 경우 정상적인 국제복합운송계약을 통해 화물을 운송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두고 물류업계 종사자들은 ‘터무니 없다’고 비판했다. 대부분의 국제물류거래에선 별도의 장기수송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한 선화증권(BL)이나 운송장이 물류계약서를 갈음한다. 설령 계약서가 있다고 쳐도 포워더가 관세사측에 영업기밀 사항으로 분류될 수 있는 거래계약서를 선뜻 제공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해결점을 찾지 못할 것 같던 양측의 줄다리기는 의외로 쉽게 해결됐다. 국제물류협회가 국무조정실 규제개혁 신문고에 억울함을 호소하자 관세청과 관세사 이익단체인 관세사회에서 세금계산서를 포워더에게 발급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국제물류협회와 관세청 관세사회는 지난 17일 만나 이 같은 내용에 합의함으로써 1년여를 끌었던 통관수수료 세금계산서 분쟁은 일단락됐다.
극적으로 갈등이 타결됐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세금계산서 발급대상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에도 관세사회는 내부 규정을 만들어 세금계산서를 화주에게 직접 발급하는 계획을 밀어붙였다.
당시에도 명목은 ‘리베이트 근절’이었다. 하지만 국세청이 포워더가 관세사로부터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려 관세사들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이후로 잠잠했던 관세사들은 지난해 관세청의 고시 개정을 등에 업고 전격적으로 세금계산서 발급 대상 변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업계에선 관세청의 제 식구 감싸기가 이번 사태를 불러온 것이라고 보고 있다. 관세청은 세금계산서 발급대상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다. 세금계산서 발행의 근거가 되는 부가가치세법의 집행 주체는 국세청이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에 미뤄 관세사가 다시 새로운 방법을 동원해 세금계산서 발급 대상을 바꾸려 할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 최근의 세금계산서 분쟁을 두고 관피아(關피아)란 말까지 물류업계에서 회자되고 있음을 관세청과 관세사들은 유념해야 할 듯싶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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