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옹지마(塞翁之馬) 호사다마(好事多魔) 전화위복(轉禍爲福)…. 이들 한자성어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은 항상 같이 온다는 뜻을 담고 있다. 좋은 일에 나쁜 일이 따라 붙는 건 좋지 않지만 나쁜 일에 좋은 일이 온다는 건 위기 속에서도 한 줄기 위안이 되곤 한다.
기자에게도 나쁜 일과 좋은 일은 항상 맞물려서 찾아왔던것 같다. 기사를 보고 도움이 됐다는 독자들의 전화나 메일을 받을 때면 한없이 뿌듯한 기분을 누리다가도 기사의 취지가 잘못됐다며 항의하는 전화를 받으면 기자로서의 자질을 탓하며 위축되기도 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그런 ‘롤러코스터’(?)를 타는 일이 잦아지면서 감정기복은 줄고 처한 상황에 대응하는 요령은 늘었다.
최근 화물혼재(콘솔)시장도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맞물려 찾아오는 모양새다. 상반기 콘솔업계를 강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마이너스 운임이 콘솔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면 부대비 제값받기와 일본세관 출항전 보고제도(ARF)는 수익성 제고의 배경이 됐다. 지난해 업계의 골머리를 앓게했던 통관수수료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다.
콘솔사들은 3월부터 선하증권(B/L) 발급 건당 받아오던 1만9천원의 서류발급비(Documentation fee)를 3만원으로 올렸다. 어느 순간 시작된 출혈경쟁으로 LCL(소량화물) 마이너스 운임은 시장을 잠식해가며 콘솔사들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갈수록 마이너스 운임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선사들이 서류발급비를 3만원으로 올리자 콘솔사들도 수익성 제고를 위해 서류발급비 인상에 나선 것이다. 적정 운임을 위해 화주들을 설득, 어렵게 받기 시작한 서류발급비는 콘솔사들 수익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서류발급비 인상에 대해 담합 소지로 콘솔사들을 조사했지만 오히려 부대비 제값받기 의지를 더욱 확고하게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일본세관 출항전 보고제도(AFR, Advance Filing Rules)도 시행 후 일본지역 수출 콘솔사에게는 쏠쏠한 수익원이 되기도 했다. 지난 3월부터 한일항로에 일본판 24시간 룰로 불리는 일본세관 출항전 보고제도가 시행됐다. AFR 제도는 선사와 포워더가 일본에 입항하는 선박에 적재된 컨테이너 화물의 정보를 출항 24시간 전까지 일본세관에 보고하는 제도다.
도입 당시 AFR에 대한 정보와 데이터 전송 오류문제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국내 포워더 업무담당자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기에 바빴다. 늦게 준비에 임했던 포워더는 일주일간의 테스트 기간동안 부랴부랴 모든 제도에 대한 문제를 파악하느라 진땀을 뺐다. AFR 제도는 힘들게 시행됐지만 B/L당 25~30달러의 신고대행수수료를 받는 콘솔사들은 ‘티클 모아 태산’의 효과를 보며 수수료로 수익성 제고를 꾀하고 있다.
이렇듯 상반기 콘솔시장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 일어난 반면 해운물류업계를 포함한 사회 전반적으로는 <세월>호 침몰사고라는 사상 최악의 해상 참사가 발생해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전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 <세월>호 침몰사고로 해운물류업계도 사고 후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모두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바다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차가워졌고, 해운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감을 잃었다. ‘나쁜 일 뒤에는 좋은 일이 찾아 온다’는 속설이 다 맞다고 할 순 없지만 기자는 그 말이 사실이길 믿고 싶다. 사고 유족들과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본 해운물류업계에도 그 시름을 덜어줄 수 있는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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