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8 16:12

기자수첩/ 정기선 시장에 봄은 오는가

꽃샘추위가 지나가고 본격적으로 봄을 만끽하는 계절이 왔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한껏 가벼워지고 화사해진 걸 보면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다.

선사들 또한 봄을 맞이해 운임인상(GRI)이라는 새 옷을 꺼내 입었다. 3월초만 해도 다소 침체를 보이던 운임이 4월 GRI를 통해 다시 회복하고 있다. 3월초만 해도 20피트컨테이너(TEU)당 800달러대를 웃돌던 유럽항로의 운임은 지난 4월1일 적용된 운임회복으로 TEU당 1000달러대의 운임을 회복했다. 조금 내리막길을 타긴 했으나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집계한 유럽항로의 운임은 4월11일 기준 TEU당 1156달러로 나타났다. 3주째 네자릿수를 유지하는 양호한 상태다.

북미항로 역시 ‘맑음’ 이다. 4월11일 기준 북미서안의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872달러로 집계됐다. 북미동안은 FEU당 3281달러로 전주 대비 19달러 소폭 상승했다. 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TSA)는 4월15일자로 FEU당 300달러의 GRI를 시도했고 5월1일부로 FEU당 300~400달러의 GRI를 연이어 시행한다. 유럽과 북미항로 모두 한 달 넘게 100달러 전후의 변동폭을 보이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동서항로를 취항하는 정기선사 관계자들은 작년보다 올해 운임 상황이 더 나아졌다고 말한다. 지난 해 정기선사들은 올리면 내려가는 운임 탓에 거의 매달 운임회복을 시도했다. 저조한 운임에 신음해야 했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 1분기 운임 상황은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머스크와 CMA CGM을 비롯한 유럽 선사들이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올린 것 역시 작년 말부터 운임이 조금씩 회복했다는 지표다.

물량이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닌데 운임이 안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선사 관계자들은 경기 침체로 ‘운임의 밑바닥’을 몇 번 경험한 선사들이 선복량 조절이라는 예방 주사를 통해 난제를 헤쳐나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지속된 경기 침체는 선사들에게 위기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주문했다. 올해 연이어 확장과 출범을 앞두고 있는 얼라이언스 또한 이러한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결성됐다. 선사들의 공동운항은 비용을 절감하고 운임을 안정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러나 감편이나 공동운항이 앞으로 정기선 시장의 운임을 안정시킬 수 있는 특효약이 될지는 의문이다. 선사들이 올해 역시 대형선 투입을 계획하고 있어 선복량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기다 공동운항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선사들이 화주들의 눈에 들기 위해 ‘낮은 운임’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게 아니냐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화주들은 공동운항을 통해 선사들이 작정하고 운임을 올리지 않을까란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선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조선이 더 투입돼 선복량이 늘고 얼라이언스가 본격적 시동을 걸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동서항로의 운임이 오히려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얼라이언스 출범이 운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질문에 선사 관계자들은 “뚜껑을 열어 보기 전까지 운임에 긍정적 영향을 줄지, 부정적 영향을 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 말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겨울은 길어지고 봄은 짧아지는 듯 하다. 추운 날씨에 잔뜩 움추려 있던게 엊그제 같은데 봄을 채 맞이하기도 전 더위를 느끼고 있다. 이러다간 폭염에 지치는 날을 예년보다 빨리 만나게 될 것 같다. 올해 1분기 안정세를 보이는 운임으로 인해 선사들이 누리고 있는 봄 또한 짧게 끝날지도 모른다. 모쪼록 호된 겨울을 지나 온 정기선사들이 짧은 봄을 맘껏 누렸음 한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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