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톱3 선사들이 뭉치는 P3네트워크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컨테이너 선복량 기준으로 1위 덴마크 머스크와 2위 스위스 MSC 3위 프랑스 CMA CGM의 결합은 해운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P3네트워크의 출현을 두고 전략적제휴(얼라이언스)가 일반화돼 있는 해운업계 특성상 문제될 게 없다는 시각도 보인다. 이미 우리나라 양대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각기 다른 얼라이언스에 소속돼 활동 중이다. 한진해운이 속한 CKYH얼라어언스는 대만 에버그린과 손잡으며 제휴를 확대했으며, 현대상선은 여섯 개 선사가 모인 G6을 결성, 세계 해운시장에서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P3네트워크의 출범도 그룹화되고 있는 해운시장의 세계적인 흐름을 반영한 움직임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P3네트워크의 출현은 단순한 얼라이언스 결성 그 이상의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점쳐지기에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 세 선사들의 제휴로 컨테이너선 시장의 경쟁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P3은 아시아-유럽항로에서 41%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20여개 선사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유럽항로에서 세 선사가 절반에 육박하는 물동량을 거둬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국-동지중해 노선의 경우 경쟁선사들의 부진 속에 P3은 71%의 점유율을 장악하고 있다. 그야말로 ‘물동량 독식’으로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다. 과거 머스크라인의 매일운항체제인 ‘데일리머스크’로 세계 해운시장이 크게 요동친 전례를 우린 기억하고 있다. P3이 해운시장 격랑의 뇌관이 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지난달 20일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가 선복공유협정(VSA)을 승인했다. 지난 2013년 10월 P3 신고 후 5개월 만이다. 이로써 P3은 출범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됐던 미국이란 산을 넘었다. 미국의 승인은 세 선사의 북미항로 점유율과 무관치 않다. 유럽에 근거지를 둔 P3의 북미항로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한국 기점의 북미항로 점유율은 11%대에 그친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란 걸출한 국적선사들이 버티고 있는 까닭이다. 이를 토대로 미 해운당국은 세 선사의 제휴가 독과점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법하다. 자국 선사를 모두 해외에 팔아버리고 화주국가로 탈바꿈한 미국으로선 P3 출현에 따른 해운시장의 파장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제 이목은 중국과 한국에 쏠리고 있다. 특히 세계의 공장이자 해운시장의 큰손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이 과연 P3을 받아들이지에 대해 세계 해운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의 P3 승인 전망은 불투명하다. 중국은 국수국조(國輸國造) 국화국운(國貨國運)이란 표현이 있을 만큼 자국 해운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P3 출현의 심각성을 깨닫고 반대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양대 선사가 수년간 수천억원의 적자를 본 국내 해운시장 여건상 지독한 해운불황 속에서도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는 P3 선사들의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P3이 허브항을 중국 닝보항으로 옮길 경우 환적항 중심의 부산항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시장이 독과점적 구조로 재편될 경우 화주들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법무법인 광장의 김성만 변호사는 P3은 외형상 마케팅을 별도로 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질적으로는 M&A에 버금가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P3은 일찍이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1,2,3위 기업들의 결합이다. 정부당국은 면밀한 검토와 효과적인 대응으로 국내 시장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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